김동식 목사
▲추모식에서 김규호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故 김동식 목사 피랍 19주기·순교 18주기 추모식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생전 탈북민들을 도와왔던 김 목사는 지난 2000년 1월 16일 중국 연길에서 납북돼 이듬해 1월 고문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감옥에서 순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규호 목사(선민네트워크 상임대표, 김동식목사유해송환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는 "김 목사님은 선교를 위해 중국에 가셨다가 그곳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탈북민을 만나셨다. 그리고 그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 그들을 도왔을 뿐"이라며 "북한은 그런 분을 납치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까지 일체의 납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내를 비롯한 세계의 인권 단체들의 외침 또한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 정부조차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우리보다 납북자가 많지 않은 일본은 담당 장관을 둘 정도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을 돌려보내고 사과까지 하는 등 성과를 냈다"며 "미국 역시 얼마 전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려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일들을 하지 못하나.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북한에 납치돼 생사조차 모르는 이들을 방치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정말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납북자들을 데려오고, 만약 죽었다면 그 유해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주최 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김 목사를 납치한 북한 당국은 김 목사에게 온갖 위협과 회유로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전향하고 탈북자를 도운 과거를 회개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상 전향을 거부한 김 목사는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80kg이던 몸무게가 35kg으로 줄고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영양실조로 이듬해인 2001년 감옥에서 순교했으며, 북한 평양 근교 상원리 소재 조선인민군 91훈련소 위수구역 내에 안장됐다고 한다"고 했다.

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북한 동포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선교사를 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북한 당국의 야만적인 행위는 도저히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납치 범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명분을 찾을 수 없고,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도 김정욱, 김국기, 김동철 목사와 최춘길, 장만석 씨, 평양과기대 김상덕 교수, 직원 김학송 씨 등 유인 납치와 강제 억류의 야만스러운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은 김 목사 납치범죄를 사죄하고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들의 생사확인과 유해를 송환하라"고 했다.

김동식 목사
▲한국목사합창단이 고인을 추모하는 특송을 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또 “북한은 그 동안 6.25 전쟁 당시 약 8만명의 대한민국 국민을 납치했고, 이후에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외국인을 납치해 스파이 양성 교육에 투입했다”며 “1969년 KAL기 공중 납치를 비롯해 수백 명에 이르는 어부들과 선교사들을 납치하고 살인하는 만행을 저질러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도 김정욱, 김국기, 김동철 목사와 최춘길, 장만석 씨, 평양과기대 김상덕 교수, 직원 김학송 씨 등 유인 납치와 강제 억류의 야만스러운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성명서에서는 “그럼에도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채, 19년이 되도록 김동식 목사의 생사확인조차 못하고 있다”며 “6.25 납북자를 비롯한 모든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들의 송환이나 유해 송환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납북자 가족들의 피맺힌 울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위로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러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도대체 언제까지 납북자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것이며, 국군포로들과 억류자들의 문제를 외면할 것인가”라며 “이에 우리는 김동식 목사를 비롯한 모든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역설했다.

이후 △북한 당국은 김동식 목사의 납치범죄를 사죄하고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들의 생사확인과 유해를 송환하라! △정부는 김동식 목사를 비롯한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들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을 강력 추진하라! △국회는 6.25 납북피해자보상법 제정을 비롯한 관련법을 즉각 정비하여 납북피해자 가족들의 원통함을 풀어주라! 등을 촉구했다.

이날 추모식은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실과 선민네트워크, 김동식목사유해송환운동본부, 6.25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영일 대표(희망무지개), 고환규 목사(생명과인권디아코니아 대표), 최성룡 이사장(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주동식 대표(국가정신세우기국민운동본부), 김기용 회장(6.25납북결정자가족회) 등이 참석해 추모사와 위로사를 전했다.

주최 측은 이날 故 김동식 목사의 피랍 20주기가 되는 내년, 고인의 납북 사실을 전국 교회에 알리고 우리 정부의 관심과 유해 송환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추모식을 개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