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샘교회
▲전 세대를 아우른 합창단의 연습 장면. ⓒ교회 제공
분열의 아픔, 교회의 분쟁, 그래서 갈라진 2018년 한국교회를 보며, 우리가 가진 아픔을 치유했던 과정을 나누고 주님 앞에 하나 되자는 의미를 가진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콘서트 취지와 홍보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oQPG8EskgI)

1월 27일, 얼마 안 남은 시간입니다.

연습할 장소도 시간도 마땅히 않아 주일예배 후 모든 교인이 모여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할 장소도 모두 비싸고 주일에는 빌려주지 않는 곳들이 너무 많아, 좁은 소극장을 빌리려 합니다.

찬양 선곡 가운데 3050들이 부르는 ‘잇쉬가 잇샤에게’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한 찬양입니다.

내용을 보면, 아담과 하와가 만나게 되기 전, 설레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눈을 뜨기전과 눈을 뜨기 후의 달콤한 사랑 고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사내용을 그 부분만 보니 남녀의 사랑 같기만 합니다. 우리는 그 너머를 바라보지 않으면, 시험에 들기 쉽습니다.

이번 사랑의 편지는, 그날을 떠올리며 작성해 봅니다. 여러분도 그 날을 떠올리며 모두 그날의 남자, 여자가 되어볼까요? 더불어 하나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1. 그 날: 여자의 하루

-나무 아래에서

잠에서 깨자마자 나만 보는 사람

그 사람이 내게 준 선물

새벽이슬 맺힌 열매 한 움큼과

잎사귀에 적힌 글씨

“당신은 나의 생명”

땀과 이슬 어우러진 열매 한 움큼 베어물고

바람 불어 오는 곳, 달콤한 향기

꽃잎도 들풀도 내 뒤를 따르는 하루

당신이 내게 주신 아름다운 동산

사자 등에 업힌 어린 양들의 노래

하늘 가득 온갖 새들의 찬양

근심도 걱정도 없는 이곳

자유의 동산을 달리면

푸른 달빛 비추이는 언덕 중앙에 이르러

내 삶이 정리되는 작은 나무 한그루가 보이죠.

이 땅 모든 열매 , 내게 주신 사람

내가 누린 자유를 주신 존재를 깨닫는 시간

나의 눈 이제야 하늘 보는

그래서 이곳은 자유의 장소랍니다.

<나와 그분의 약속>

나무 아래 바람을 타고 들리는 사랑의 약속

"이 열매는 너와 나의 사랑의 언약.

가녀린 너의 뼈와 살, 그 생명 지키는 나를 잊지 않기 위한 선물

이 약속 사라지지 않도록... 꼭 지켜주렴"

아름다운 동산, 그 가운데 심겨진 작은 나무 한 그루

나무에 달린 열매를 보며 기억나는 사랑

보이는 사랑 너머 보이지 않는 동산 모든 곳에 그분의 사랑이 심겨져있음을 발견하게 하는

작은 나무 한그루

참 사랑이 회복되는 이 곳에서 약속해요

“내 사랑 사라지면 안 돼요. 입에도 제 손에도 대지 않을 거에요. 언제나 제 곁에 있어주세요”

나와 그분의 은밀한 약속. 내 사랑의 고백 그래서 이곳은 제게 예배의 장소랍니다.

-친구의 말, 다가온 시험

작은 나무 아래 엎드려 울다 잠이든

나를 깨우는 익숙한 친구의 목소리

“그분은 너의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가 아닐까

너를 지켜주는 존재는 자기 뼈를 아끼지 않은 유일한 그 사람

이 열매를 먹는 순간 너의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까?”

순간 나는 왜 하늘 향해 시선 두지 않았을까 후회하지만

이미 베어문 열매

‘시험이었을까’

심장이 덜컹거린 바로 그 순간

왠지 모를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나와, 질끈 이를 악물어야 했죠.

나를 위해 모든 것 주신 그분

그렇게

나는 그분을 버린

그 날.

마음 가득한 평안과 기쁨은 사라지고

죽음과 불안, 두려움이 가득해질수록

건강한 손과 발보며 두근거리며 스스로 확신하네

“보이지 않는 그분이 아닌… 보이는 내 사랑이 전부”

손에 쥔 열매에 생긴 상처

그 흔적, 내가 못박은 자국

누가 볼까 무서워

잎사귀로 열매를 감추고 내 품에 고이 싸맨 채

나무 뒤를 돌아 집으로 향한 그 날,

예배의 장소는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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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찬양 모습. ⓒ교회 제공
2. 그 날, 아담의 하루

-아담의 고백

나는 그분의 사랑

하늘만 보는 이유

구름 너울져 가득할 때나 바람이 동산 휩쓸 때나

내 시선 변할 수 없어요

 땅과 호수, 하늘 가득한 동물들

그분 향한 노래 가르치다 지쳐 쓰러진 날

포근한 바람으로 안아주시며 ‘도와줄 친구가 생길거야’,

그리곤 하시는 말

“나를 사랑하거든 서로 사랑하렴”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나는 당신만 사랑해요”

약속했죠

잠에서 깬 어느 날

눈 앞에 보이는 여인,

숨쉴때마다 풍기는 꽃향기.

마치 동산이 움직이듯 걸어오는 모습

그분을 보는 듯 심장이 뛰어

나도 모르게 하는 고백

“당신은 내 뼈중의 뼈, 살중의 살, 나의 생명”

-우리

그렇게 시작한 우리들의 동산

매일 사랑하고 약속하며 함께한 다짐

“절대로 절대로 그분을 잊지 마요

우리에게 주신 자유와 사랑

그것은 그분의 허락임을”

입술의 고백과 달리

점점 더 사라지는 그분과 나의 시간

어느덧 그 여인만 봅니다.

-열매

왠지 모를 바람이 스산히 불어올 때

동산 중앙의 나무의 향기가 내게 천천히 스며들던 어느 날

꽃향기 가득한 숨결, 나의 생명과 같은 여인의 발걸음

처음 만난 순간처럼 설레이는 모습으로

내게 건네주는 열매를 본 날,

눈물이 맺힌 그대 눈망을 보며

말없이 건네준 열매에 박힌

여인의 상처와 아픔이 느껴질 때,

난 왜 열매의 상처를 느끼지 못했을까?

하늘 향해 어찌해야 할까 묻고 싶었던 순간

내 손을 부둥켜잡은 여인의 여린 손마디와

제발 나를 봐 달라며 처량하게 쳐다보는 눈망울

파르르 떨리는 입술 사이로 전해지는 마음

“당신은 누구를 사랑하나요 누구를 믿나요”

그 말에 나는 열매를 먹었죠.

그 날

그렇게 그분을 지웠어요

그 날

그렇게 그분을 못박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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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신 여성도님들도 콰이어에 동참했다. ⓒ교회 제공
3. 그 날, 그 분의 고백

​-고백

나의 전부인 얘야

너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깝지 않아

동산 가득한 꽃과 나무,

사랑스러운 동물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동산 사이사이 숨겨진 온갖 보물

모두 다 너를 위한 것

보이는 것에 의지하는 네가 흔들리지 않도록

동산 중앙, 언제 어디서든 갈 수 있는 그곳

직접 나무를 심고 약 속의 열매를 매달며

바람결에 내 약속을 보낸다.

“아가, 나는 너의 친구, 나는 너의 부모,

나는 행복의 근원,

이 약속 나무에 심어

볼때마다 기억하기를 바란단다”

그렇게 나무를 심었네

함께 살다보면 다투기도 하지

거친 일하다 상처 입기도 하지

하지만 동산 중앙 그 나무 아래 가면

상처입은 마음 회복되는 곳

참 자유의 근원, 사랑의 언약

모든 것을 준 나와의 약속이 살아있는 곳

그곳에서 우리 예배하고 만나자

-네게 준 사람의 의미

네가 땀흘린 그 날, 수고한 모습 보며

홀로 두고 싶지 않아

내 몸처럼 도울 사람 만들기 위해

네 몸의 일부로 사람을 만들어

사랑하는 내 아들 아프지 않게

바람이 숨결 되어 빗방울은 사랑 되어

모든 동물들 모여 너를 위해 자장가를 불러주네

잘자라 잘자라 내 아들

눈을 뜨면 이제 비로소 사랑할 사람 생겨

어쩌면 내 흔적 희미해져 가겠지만

내가 너를 놓치 않으니 우린 끊어질 수 없어

그 믿음 나는 너를 놓지 않아

-아픔의 날

서로를 향한 시간, 동산을 가로질러

냇물처럼 흘러가면

사라져가는 나무 아래

나와의 시간

사랑이란 이런 걸까

멀어져가는 네 모습만큼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도 느끼지 못하는 널 보던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딸.

그 날따라 왜 그리 울었니

지쳐 나무 아래 잠들어버린 네게 다가온 친구

너의 눈과 귀가 땅으로 향한 날,

나를 삼켜버린 그 날

사랑하는 아들,

너의 사랑하는 여인이 성큼성큼 걸어갈 때

너의 떨리는 시선

여인의 손에 쥐어진 열매 보며

찢어진 너의 마음이 느껴지네

그 때 한번이라도 나를 봤다면

다시 한 번 나와 이야기했다면

안타깝게 기다렸지만

너의 선택은 수평… 그곳의 여인

-새로운 나무

상처난 열매를 감싸듯 구멍난 자신을 가리고 울던 모습

비로소 열매를 먹고 깨닫게 된 것

열매에 담긴 약속

그너머 알게 된 가리워둔 비밀

지혜도 지식도 아닌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만 가득한 모습

사랑도 노래도 사라지는

그곳 동산이 어둠으로 저민 그 곳에

내가 말한다

“하지만 얘들아, 아무 걱정 말아

나는 너희를 사랑하는 전능한 아빠

사랑의 나무, 약속의 열매를 먹었으니

이제 내 몸을 먹게 해 살릴거야

서로를 바라보다 나를 잃어버린 너희 위해

내가 직접 내려갈거야

내 아들 딸, 너희 관계를 살리기 위해

내 아들을 버려 너희를 양자 삼을거란다.

드넓은 동산을 지키던 언약의 나무 사라졌다 해도

죄와 죽음으로 얼룩져 헝클허진 무덤위에

심겨진 포도나무

이것은 내 새 약속이니

모든 것 먹고 싶어하는 너희를 위해 내 몸을 주고

나와 같이 되고 싶어하는 너희 위해 내 몸을 주니

나를 먹고 너는 살아야 한다

나와 떨어지면 살 수 없는 너희를 위해

내 몸의 가지가 되게 하고

함께 열매맺는 포도나무가 되어

새로운 약속을 네 마음밭에 심는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를 이렇게 사랑하렴”.

유한승 목사(생명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