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1. 하늘과 땅(2)

창1:1에서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하신 천지(天地)를 현대인들은 우리 우주라고 이해한다. 천지는 히브리어 '샤마임'(하늘)과 '알레츠'(땅)를 한자(漢字)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창1:2에서 창1:8까지 모세의 서술을 자세히 살펴보면, 창세기에서 땅은 바로 지구를 가리키는 것이고, 하늘은 물속에서 만들어진 '라키아'가 물을 담은 채 위로 들어 올려져서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천지창조에 대한 모세의 서술을 그대로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세가 서술한 하늘과 땅의 창조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하나님의 천지창조에 과학적으로 상응하는 것은 현대 우주론이다.

현대 우주론적 관점에서 땅은 모든 우주물체들을 가리키는 것이고, 하늘은 우주물체 사이에 펼쳐진 모든 공간이다, 현대 우주론은 우주의 기원을 빅뱅이론과 양자역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빅뱅은 열역학 제1법칙이 입증하는 에너지(일부)를 우리우주의 구성 물질로 전환한 사건이다. 빅뱅이 '특이점'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무신론자들이 있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특이점'은 열역학 제1법칙이 입증하는 에너지를 왜곡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창조론은 하나님의 창조를 '과학적 사실'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현대 창조론의 관점에서는 우리우주가 무한히 열린 무(無)의 공간에서 하나님의 창조계획이 담긴 말씀에 의해 창조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창조는 요술쟁이가 주문을 말하거나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의 창조계획에서 설계된 물리법칙에 의하여 단계적으로 실현되었다.

모세는 하나님이 하신 말씀들에 그런 의미를 모두 담아 두었다. 그 말씀들에 담겨 있는 창조의 계획이 바로 우주의 모든 물리법칙이다. 현대 창조론은 모세가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다고 서술한 구절을 지구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요약 서술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 위를 운행'하고 있다는 구절부터 지구를 서술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과학은 하나님이 천지창조에 사용하신 법칙들을 발견하려고 먼 외계의 하늘 구석에 있는 행성들까지 끊임없이 탐사하고 있다. NASA는 외계행성 탐사를 위해 2009년에 발사되었던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대신하여 2018년 4월에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테스 우주망원경을 발사했다. 테스는 케플러 우주망원경보다 관측 범위가 400배 넓어서 13.7일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돌며 지구에서 보는 전체 하늘의 85%를 탐사하고 있다.

빅뱅이론에 의하면 하늘과 땅의 첫 모습은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되는 빅뱅에서 초고온의 양자 수프가 끓고 있는 상태이다. 양자 수프는 곧바로 빅뱅의 폭발력에 의해 튕겨나가서 안개처럼 흩날렸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양자 안개가 식으면서 수소와 헬륨의 원자구름이 되었다. 그 원자구름이 뭉쳐 별이 되면서 우주물체인 땅과 빈 공간인 하늘이 나눠졌다.

이때부터 중력법칙에 의하여 원자구름이 뭉쳐서 별들이 되었다가, 그 별들이 다시 폭발하는 일을 거듭하면서 무거운 원자들을 하나씩 만들어냈다. 무거운 원자들이 모여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하와 별들을 차례로 만들어냈다. 별들이 폭발에 의하여 갈기갈기 찢어졌다가 합쳐서 다시 별이 되는 일은 지금도 볼 수 있는 우주 사건들이다.

마침내 우리은하에서 태양계가 만들어지는 단계에 왔다. 지구도 그 무렵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구는 초기에 수없이 많은 미행성들과의 충돌로 마그마 상태로 끓고 있었다. 여기에 혜성과 소행성들이 얼음 덩어리를 날라 와서 마그마를 식게 하고 지각을 만들었다. 마그마 상태의 지구는 거의 완전한 구형(球形)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는 과정에는 위성으로 태어난 달의 중력도 작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원시 지각은 평평한 기반암이 되어 바닥 지층을 형성했다. 기반암 밑에 갇힌 마그마는 무거운 원자들이 중심으로 몰리면서 내핵이 만들어지고 외핵에는 맨틀이 만들어졌다. 얼음 덩어리가 녹은 물이 지구를 완전히 덮고 있었다. 물이 초기 지구를 덮고 있었다는 사실은 현대 우주론에서도 인정한다. 이제까지 탐사한 과학적 자료에 의하면, 지구는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이다. 지구는 우리우주에서 매우 특이한 행성에 속한다. 그 위에서 지질시대의 역사가 전개되었다.

창세기를 보면 모세가 하나님의 창조를 환상으로 보고 서술하기 시작한 것은 물이 땅(지구)을 덮고 있을 때였다. 모세에게 '빛이 있으라'는 하나님의 첫 말씀이 들렸을 때, 지구는 아직 물 밑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모세가 서술한 하나님의 첫 말씀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태양이 원시지구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과학적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원시지구는 생겨나면서, 하나님이 미세 조정하시기 이전에, 바로 공전과 자전을 시작했을 것이다. 따라서 낮과 밤과 '욤'도 그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물에 잠긴 지구를 보고 있던 모세가 하나님의 첫 말씀을 들었던 날을 '첫째 욤'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 해석은 모세가 제4일에 해와 달이 창조되었다고 서술하는 창세기와도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첫 말씀에 대해서는 비유나 상징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그 말씀을 요한복음 1:1-4절과 연결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기독교는 요한이 증언하는 복음과 같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창조자이시고 구원자이심을 믿는 종교이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말씀이며 빛이시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가 아버지와 함께 계획하신 인간의 창조를 위하여 지구에 오셨다. 모세에 의하여 그는 하나님이라고 불려졌다.

요한이 증언하는 복음과 같이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위하여 지구에 오신 빛이라고 믿는 기독교인이라면, 태양의 빛에 상관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빛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가 임재하여 일하는 시간은 빛이 비취는 낮이고, 그가 임재하지 않거나 일하지 않는 시간은 빛이 없는 밤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 빛이시므로 인간에게는 언제나 빛일 뿐만 아니라, 임재하시는 곳 어디에서도 빛이 되신다.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아들이 지구에 임재하여 모세에게 빛으로 비췄고, 모세는 그 빛이 비취기 시작한 때부터 '욤'이 시작된 것으로 서술했다. 그의 임재에 의한 '욤'은 하나님의 시간인 카이로스(kairos)에 속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와 구별해야 한다. 따라서 그가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지구의 자전과 공전 시간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은 올바른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

지구는 기반암 위에 흙이 퇴적되면서 오늘날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지층이 형성되어 있다. 지구 초기에 내핵과 기반암 사이에 갇히게 된 마그마와 맨틀은 대류와 온도 상승으로 점차 압력이 높아졌다. 원시지구에서 압력이 임계점을 넘어선 마그마는 맨틀과 기반암을 뚫고 나와 물속에서 용암으로 축적되었다. 용암이 덮인 물보다 높게 축적되면 섬이 되고, 섬이 점점 커지거나 여러 개가 합쳐지면 대륙이 되었다.

대륙의 지각을 뚫고 나온 마그마는 용암으로 흘러내리거나 폭발하면서 화산재를 뿌렸다. 용암은 화성암으로 굳어지고 화산재는 흙으로 퇴적했다. 풍화작용이 일어나면서 대륙의 지표에서도 암석이 부스러져 흙이 되었다. 흙은 물에 쓸려 내려가거나 바람에 의해 이동한 자리에서 다시 퇴적되기도 했다.

퇴적된 흙의 두께가 높아지면 퇴적된 순서대로 지층을 만들고, 그 압력에 의하여 흙은 퇴적암이나 변성암으로 변했다. 기반암은 그동안 너무 깊이 파묻혀서 탐사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위에 쌓인 지층들만 보아도 그 지역의 지질 구조와 역사를 알 수 있다.

19세기부터 세계지도에서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선과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선의 형태가 매우 비슷한 점에 주목한 사람들은 두 대륙이 하나에서 갈라진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대륙과 해양의 기원』(1915)을 쓴 독일의 과학자 알프레트 베게너(Alfred L. Wegener)는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하여 양쪽 대륙 해안의 지층 구조와 화석의 분포를 탐사하고, 그 가설이 사실임을 밝혀냈다.

베게너는 그의 탐사 자료들을 근거로 하나의 대륙이 나눠져서 이동하여 두 개의 대륙이 되었다는 대륙이동설을 제안했다. 또한 지구 초기에는 초대륙인 판게아(Pangea)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 판탈라사(Panthalassa)가 있었다는 주장도 했다.

베게너의 주장들은 그가 죽은 뒤에 후대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판구조론으로 발전했다. 대륙의 산맥과 지구(地溝), 그리고 바다 밑의 해령과 해구(海溝) 등의 과학적 탐사에 의하여 10여개의 판들이 발견되었고, 그 판들이 마그마와 맨틀의 대류와 압력에 의해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서로 충돌하여 밀어내거나 섭입되고, 침강과 융기를 반복하면서 지진과 화산 폭발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대륙이동설을 포함하여 판구조론이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창조자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판구조론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로 인정된 것이다.

베게너의 '판게아'와 '판탈라사'는 모세가 하나님의 창조 제3일에 서술한 마른 땅과 바다의 모습에 다르지 않다. 겉으로만 보면, 모세의 서술은 베게너의 주장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일부 기독교인들이 모세의 서술을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주장하면, 현대인들은 그런 주장을 믿지 않고 배척한다.

그렇다면 모세의 서술이 과학적이며 역사적인 사실로 왜 인정되지 않는가? 그 해답의 요점은 물리적 우주관의 차이에 있다. 여기서 물리적 우주관이라는 말은 우주의 구조와 작동을 물리법칙에 따라 이해하는 관점을 말한다. 물리법칙을 몰랐던 때에 모세가 서술한 물리적 우주관은 '라키아'의 실체를 믿었던 우주관이다. 모세는 하나님이 물속에서 만드신 '라키아'에 물을 담아 두레박처럼 들어 올리시고, 마른 땅이 드러나자 '라키아'를 하늘로 불렀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모세의 '라키아'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우리우주에서 실체가 발견되지도 않고, 물리적으로 존재했던 흔적도 없다. 그렇다면 모세의 우주관은 현대인들이 사실로 믿을 수 없는 것이며, 뒤에 쓴 성경에서 옛 하늘과 옛 땅으로 불리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물리적 우주관은 물리법칙으로 하늘과 땅의 형성과정과 그 구조를 설명하는 현대 우주론을 믿는 것이다. 현대 우주론은 하나님이 만드신 물리법칙을 이용하여 '과학적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며, 과학자들의 계속적인 탐구에 의하여 진리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스스로 책임을 지는 선택을 해야 한다. 현대 기독교인이라면 옛 하늘과 옛 땅을 기초로 하는 모세의 물리적 우주관을 당연히 버려야 한다. 그러나 만약 모세의 우주관을 선택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기독교적 미래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세의 물리적 우주관은 현대인들로부터 배척 받을 뿐만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 하나님의 왕국을 세우실 것을 약속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세의 우주관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또는 과학적으로 왜곡하여 해석하는 자들과 그들의 잘못된 해석을 믿는 자들밖에 없다. 그들은 버려야 할 모세의 우주관을 지키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배척하고 있다. 그들을 과연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대 히브리인들 중에서 예레미야는 '여호와께서 유다와 예루살렘 사람에게 이와 갗이 이르노라 너희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렘4:3)고 비유로 경고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새 비유로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마9:17)는 복음을 선포하셨다.

이 복음의 비유에서 낡은 가죽 부대는 '라키아'를 실체라고 믿는 모세의 물리적 우주관이고, 새 포도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새 복음이다. 그렇다면 새 가죽 부대는 하나님이 새로 창조하실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 예수 그리스도가 세우실 하나님의 왕국을 소망하는 현대 창조론의 새 우주관을 비유한 것이라고 해석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허정윤(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