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편 연구
새로운 시편 연구

방정열 | 새물결플러스 | 480쪽 | 22,000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이 조상들에게 약속한 땅 가나안에 들어왔다. 이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전략적으로, 지리적으로 고립된 지역이고, 늘 주변국들에게 침략당하고 공격당하는 지역이다.

서쪽으로는 블레셋이 약탈하고 국경을 넘어왔고 동쪽으로는 모압과 암몬이 경쟁 상태에 있었다. 북으로는 앗수르가 있고 남으로는 애굽이 있으니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이들에게 땅은 ‘영적 온도계’이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하나님 안에 거할 때는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맞으며 풍성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하나님을 법을 떠나고 말씀에 불순종하면, 그들은 외부에 의해 고통을 당했다.

이렇듯 이스라엘에게 땅은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를 반영하는 지표이다. 젖과 꿀이 흐르지 않는 척박한 땅이지만, 하나님을 향한 마음에 따라 흘러넘치는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앗수르에 의해 북이스라엘이 멸망하고 남유다도 멸망한다.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성을 포위한다. 여호야김은 포로로 끌려가고 시드기야는 두 눈이 뽑혀서 죽는다. 왕이 눈이 뽑히고 나라가 노예가 되었으니 큰 수치이다.

그 중에서도 하나님의 성전이 무너졌으니 나라와 민족의 황폐함이다. 우리는 성전이 있어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었고, 땅을 뺏긴다는 것은 조상들에게 약속한 것을 어기는 것이니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때가 되어 예루살렘은 포위당했고 멸망했다. 예레미야의 말처럼 바벨론에게 항복했어야 했는데, 그의 말에 분노할 줄만 알았지 하나님의 뜻으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성은 파괴되고 무너졌다. 백성들은 포로로 끌려가고 노예가 되었다.

하나님은 어디 있는 것인가? 하나님의 약속은 유효한가? 다윗과의 언약은 실패한 것이고, 아브라함에게 주겠다고 하신 약속의 땅은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인가?

이러한 신앙적 갈등 속에 성전이 재건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실패 원인을 알기에 율법을 마음에 새기며 순종하기로 결단한다.

하나님과 언약은 여전히 유효함을 믿으며 예배한다. 다윗과의 언약은 유효하며 하나님께서 메시야를 보내어주셔서 자신들의 땅과 지위와 신분을 회복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포로기 후기를 사는 가엾은 백성들이 누구를 믿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과 신앙의 부흥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아래 시편들이 구성된다. 모세의 시, 다윗의 시, 고라의 시, 아삽의 시 등 저작 시기가 서로 다른 다양한 시편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5권으로 구성된다.

한 편 한 편의 의미를 새기며 읽고 묵상하고 적용할 줄만 알았지, 이 시편들이 정경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시편의 이해를 높이고 지평을 넓힐 수 있다.

한 명의 저자가 아니라 여러 명의 저자들로 구성된 시를 이렇게 완성도 높은 책으로 구성한 책임자가 놀란다. 무엇보다 주님께서 그에게 이러한 지혜를 주셔서 후대에게 지혜와 생명을 얻는 말씀이 되게 하신 섭리가 더 빛난다.

존 스토트 내가 사랑한 시편
▲존 스토트의 <내가 사랑한 시편> 중 마사다에서 내려다본 풍경. ⓒ포이에마 제공

이 책의 핵심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150개의 시들이 우연히 배열된 것이 아니라 편집자의 전략적이고 치밀한 계획에 따라 배열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무만 보기보다 먼저 전체 숲을 본 상태에서 이 책을 보면 저자의 의도와 하나님의 뜻을 더 깊이 새길 수 있다.

필자는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시편이 이렇게 구성과 짜임새가 튼튼하고 완성도가 높은 책인 줄 이제야 파악하였다.

처음에는 탄식시가 많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찬양시의 비율이 높아지고, 처음에는 이스라엘만 찬양하는 범위이지만 점차 그 범위가 넓어져 온 세계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각 권의 마지막은 송영으로 마무리되어 각 권의 결론을 종합하고 누가 찬양하고 누구를 높여야 하는지 언제까지 찬송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서론과 본론은 연결되어, 누가 과연 복있는 사람이고, 누가 진정한 왕인지 책 전체를 흐르고 있는 질문이다.

또 하나는 이 책은 시편 전체를 통해 실패한 인간 왕을 의지하는 인생이 아니라, 신실하신 하나님 왕을 바라보게 한다. 저자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사상이고 시편 또한 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하나님이 선택한 다윗이지만 그 또한 연약한 인간이고 죄인이기에 실패하고 무너진다. 표면적으로 하나님의 언약이 파기된 것 같다. 그토록 믿고 의지했던 왕인데, 범죄하고 실패하여 언약이 끊어지고 모든 소망이 사라진 것 같다.

그러나 시편은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을 의지하고 소망하게 만든다. 바람같이 연약한 인생이 아니라 바위요 반석이요 요새이신 하나님 왕을 바라보게 한다.

이게 시편의 목적이고 포로 후 공동체에게 주는 하나님의 메시지이며, 또한 이 시대를 사는 교회와 성도에게 주시는 말씀이다. 주님만이 영광의 왕이시고 전쟁에 능하신 왕이니 그분만을 믿고 소망할 때 구원의 문이 열리고 인생의 매인 것들이 풀리고 닫힌 것들이 열리는 역사가 일어난다.

마지막은 율법의 강조이다. 인간 왕의 실패를 통해 하나님 왕을 보았다면, 시편은 율법의 순종을 강조한다. 오직 예수님만이 진정한 왕이심을 서론부터 강조하듯, 시편은 시작하면서부터 율법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서 나오진 않았지만, 필자가 볼 때 시인은 분명한 이분법을 책 속에 녹여 놓았다. 마음에 말씀이 심기운 사람이 선인이고, 마음에 말씀이 심겨지지 않은 사람이 악인이다. 말씀의 여부에 따라 하나님의 사람이 결정된다.

또한 이스라엘은 율법 순종에 실패하여 나라가 망하고 땅이 빼앗겼다 생각했기에, 이 율법 순종에 대하여 아주 민감했을 것이다. 그러니 시편을 열면서부터 복있는 사람이 되고자 강조한다.

시편이 진행되며 비탄에 빠지고 탄식하고 고뇌하지만, 율법시를 중심에 두어 구원을 받고 문제를 해결해간다. 그들의 슬픔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말씀이고 그들의 원수를 해결하는 것도 말씀이며 그들의 고통도 제거하는 것도 말씀이라는 것이 중심에 서 있다.

끝으로 이스라엘은 성전이 파괴된 후에 하나님이 우리를 떠났다 생각했을 것이다. 더 이상 하나님의 약속은 유효하지 않다고 불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치고 상해 있는 포로 후 백성들에게 시편을 주신다.

그들과 똑같은 처지와 상황 속에서 믿음의 조상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구원받았는지 시로 가르쳐주고 있다. 하나님의 존재와 성품과 역사를 다양한 배경 속에서 나온 시와 저자들을 통해 볼 수 있고, 이 시편은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명하고 있다.

성전이 파괴된다는 것은 하나님에게도 수치이고 불명예이다. 주겠다고 하신 약속의 땅도 이방민족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하나님이 이방신에게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무력하게 낮아지심은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이다.

이 시편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버리고 포기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붙들고 있다는 위로이고 소망이며 주권의 선포이다. 여전히 하나님이 왕이심을 알 수 있다.

이 시편을 통해 많은 실패한 인간들과 상황 속에서 여전히 붙들고 계시고 회복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확인하기 바란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