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군 대화면 개수리 큰 항아리골의 산마루

12월 들어 금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랜 동안 계속되었던 <다시 묵상하기>를
끝내고 새로운 장을 열도록
주의 인도하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주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지나간 20년 동안 쓴 <산마루서신>의 글을 보면서
생명이 살아있는 글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장작처럼 쌓인 자음과 모음의 시체더미가
내 마음에 공허함을 줄 때가 있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수 없이 많은 진실한 성찰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긴 세월이 지난 후 글을 다시 대하고 보니
삶으로 열매 맺지 못한 아름다운 낱말들이
나로 공허함에 빠지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진선미와 신(信)과 애(愛)에 대한
아름답고 심오한 말이 있을지라도
작은 십자가 하나만 못하다는 사실 앞에서
입으로 떠드는 말들이 무용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한 십자가를 질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과
인도하심을 기다리는 시험과
짧지 않은 연단의 시간이 필요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산마루서신>을 쓰는 중심자리를
북악산 산마루에서 백두대간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
큰 항아리골 산마루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2018년 12월 26일 오늘은
법적으로도 그 항아리골의 터를 책임을 지는 날입니다.

이곳에서 십자가에서 주와 함께 죽고
주님 지신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를 세우는 이야기로
자음과 모음이 엮어지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물러가사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니라"(눅 5:16)
하셨던 것처럼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십자가의 길을 갈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이곳에 노숙에서 벗어난 지극히 작은 이들과
농업에 꿈을 둔 청년들과
거룩한 삶을 살고자 하는 성도들이 함께하는
<산마루예수공동체>를 세우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길은 저의 마지막 가는 광야의 길이 되리라 여깁니다.
모세처럼 가나안이 아니라 가나안에 이르는 여정만으로도
은혜요 영광이 되는 주의 임재하심 속에서
길을 떠나기 바라고 있습니다.
<이주연>

<오늘의 단상>
주림을 부끄러워하거나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십자가의 진리를 살 수 있습니다.<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