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본지에 <꽃불 영혼>에 이어 <보리울의 달>을 연재할 김영권 작가.
남강 이승훈의 삶 통해, 자기 내면의 ‘꽃불’ 발견하길

자신 위한 신앙 아닌, 민족 독립과 인류의 자유 위해
남궁억, 헐벗은 삼천리 금수강산에 무궁화 심었던 분
현재와 미래 동시에 통찰하는 뜻깊은 시간 되었으면


본지는 지난 1년간 오산학교를 세운 민족 지도자 남강 이승훈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꽃불 영혼>을 연재했다. 이 소설은 김영권 작가가 쓴 것으로, ‘소설로 읽는 위인’ 시리즈 중 하나로 기획돼 남강 이승훈 선생의 삶을 신앙심과 애국심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해당 소설은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과거를 거울 삼아 현실을 성찰하도록 구성돼, 세대와 관계 없이 사랑받았다. 연재를 마친 김영권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작가는 2019년 본지에 독립운동가이자 ‘무궁화 사랑’으로 잘 알려진 한서 남궁억 선생의 일대기를 전작과 같이 소설로 그려낼 예정이다. 제목은 <보리울의 달>이다. 다음은 김 작가의 이야기.

-소설 이승훈 일대기가 마무리됐습니다. 소감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재하는 1년 동안 남강 선생의 꽃불 같은 영혼은 늘 제 마음 속에 되살아나 숨쉬며 빛이 돼 주었습니다. 오늘날 같은 어지러운 시대에 남강 선생께서 계신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했지요.

옛 사람의 삶을 재구성해 소설화하는 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이어져 온고지신의 의미를 던져 주기 때문입니다. 남강 선생의 삶을 통해, 독자님들도 자기 내면의 ‘꽃불’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이승훈 선생에게서 가장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리사욕을 버리고 소명에 따라 민족 공동체를 위한 길을 꿋꿋이 걸어갔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현재만 알고 과거를 무시하며 사는 사람은, 언뜻 활발해 보이나 지혜롭지 못하여 낭패를 보기 쉬우며, 미래를 무시하고 현재에만 집착하면 동물과 별로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이 오늘날의 세상이며, 그렇다 보니 날이면 날마다 부정 부패와 살인 강도 등 별의별 끔찍한 사건이 계속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고 합니다. 귀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과거나 미래와 단절되어 눈앞의 현실에 동물처럼 얽매여 살 수밖에 없는 각박한 생존경쟁의 풍토와도 관련된다고 봅니다.

남강 선생의 몸은 그 시대를 살아갔지만, 정신과 마음은 민족 공동체의 현재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함께 어우르고 있었습니다.”

-이승훈 선생에게 신앙이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 분은 신앙을 위한 신앙, 자기 자신을 위한 신앙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독립과 온 세상 인간의 자유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실천했습니다. 그분이 신앙한 까닭은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기보다, 민족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영권
▲김영권 작가.
-새롭게 집필하실 남궁억 선생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서 남궁억 선생 또한 남강 선생에 못지 않은, 오히려 더 희귀한 ‘괴짜’입니다. 신앙과 교육과 언론 활동을 통해 독립운동을 이끌었으며, 일제 하 헐벗은 삼천리 금수강산에 무궁화를 심었던 분입니다.

애국가에 나오듯 ‘화려강산’를 이루려고 노심초사했던 분이건만, 의외로 우리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그분의 거룩한 삶이 널리 알려져, 우리의 거울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독교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계기가 있으셨나요.

“독립운동가 중엔 무신론자도 있지만, 종교인이 많습니다. 기독교뿐 아니라 천도교, 불교, 유교 등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정치적인 야망이나 사리사욕으로부터 벗어나, 신의 소명에 따라 고난 속에 신음하는 인간을 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요.

그리고 플루타아크 영웅전이나 삼국지의 영웅호걸들은 대부분 살인자이거든요. 헌데 한국의 신앙인들은 오직 신의 뜻에 따라 대의를 행하고, 차라리 자기 자신을 죽였지요.”

-2019년은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기독교인들이 3·1 운동을 어떻게 기리면 좋을까요.

“3·1 운동에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걸고 항쟁했는데,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기독교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프랑스의 자유와 자유를 위한 혁명 투쟁은 잘 알면서도, 우리 민족의 3·1 혁명 투쟁은 좀 등한시하는 듯 싶거든요.

진리와 평화와 생명을 위해 피 흘린 분들의 십자가도, 우리가 함께 좀 들어 드린다면 좋지 않을까요?”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지요.

“오래 전부터 부산 형제복지원의 참극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비극인데도, 너무 알려졌기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관심이 덜한 듯합니다.

그래서 형제복지원뿐 아니라 오늘날 현실에서도 자행되고 있는 각종 복지를 빙자한 수용소들을 살펴, 그 속에 깃든 악의 본질을 캐내어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당부나 부탁의 말씀이 있으신지요.

“한서 남궁억 선생과 남강 이승훈 선생은 일본만을 두고 ‘외세의 침략’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소련, 중국, 미국 등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도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젠가 이 한반도를 침략할 수 있는 외세’라고 보고 경계했습니다.

온 세계의 평화를 위해 서로 협조할 것은 하되,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이익이 되는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파란만장했던 한 시대를 온몸으로 겪은 옛 사람의 삶에 대한 탐구는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며, 나아가 그 당시와 오늘날의 중요한 문제와 비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호기심과도 통할 것입니다.

옛 분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함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통찰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한서(翰西) 남궁억 선생(1863-1939)은 구한말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이며 언론인이다. 궁내부 별군직(別軍職), 칠곡부사(漆谷府使), 내부 토목국장(土木局長) 등을 역임하고 독립협회에서 활약했다. 양양군수(襄陽郡守), 대한협회장, 관동학회(關東學會) 회장 등을 지냈다.

특히 나라를 빼앗긴 1910년부터 9년간 배화학당(培花學堂)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가정교육>, <신편언문체법(新編諺文體法)> 등 교과서를 지었으며, 1918년 강원 홍천(洪川)의 보리울(牟谷)에 교회와 학교를 건립, 무궁화 묘포(苗圃)를 조성했다.

1933년 ‘무궁화와 한국역사 사건’으로 체포돼 수감됐다 1935년 병으로 석방된 후 고향에서 별세했다. 저서로 <동사략(東史略)>, <조선(朝鮮)이야기>, <무궁화 동산>, <기러기>, <조선의 노래> 등이 있다.

김영권 작가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작가와 비평>지의 원고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成功狂人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어린이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장편소설 <지옥극장: 선감도 수용소의 비밀>, <지푸라기 인간>과 청소년 소설 <보리울의 달>, <퀴리부인: 사랑스러운 천재>가 있으며, 전통시장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보통 사람들의 오아시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