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우주를 만나
너라는 우주를 만나

김경아 | IVP | 208쪽 | 12,000원

이 책의 저자인 김경아 사모와는 몇 년 전 같은 교회에 있었다. 그래서 부군이신 김종호 목사님과 희연, 희수, 희은이도 잘 안다. 주일학교 때 가르치기도 했었다. 그 가정이 어떤지를 알기에 이번에 나온 김경아 사모의 이 책은 더욱 반갑고 정이 간다.

이것은 단지 편들기는 아니다. 그 가정이 어떤지 보아왔고 이 책의 주인공들을 알기에,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룬 입양에 대한 이야기들의 진솔성과 그 안에 담긴 사랑을 볼 수 있다.

많이 나아졌다 해도, 한국적 상황에서 입양은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더욱이 공개입양이라는 것은 더더욱….

얼마 전 읽은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은 아동학대를 다루면서 혈연가정과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의 가족만 ‘정상가족’이라는 생각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견 옳은 부분도 있지만, 저자가 강하게 비판하는 가족주의는 그저 이즘(-ism)과 패쇠된 가치로만 남는 기형적일 때 문제이지, 가족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저자가 지적하는 자율적 개인은 분명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이면서도 정작 그 개인을 서로 사랑이라는 틀로 묶어 하나 되게 함을 놓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김경아 사모의 <너라는 우주를 만나>는 다른 각도 속에서 가족을 다루면서도 ‘인생의 울타리를 넓히는 행복’이라는 부제처럼 그 가족의 영역을 확대시킨다.

저자가 지적하듯, 입양 이전에 미혼모와 버려지는 아이라는 선 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지만, 이미 미혼모와 버려지는 아이가 계속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그저 선행 문제만에 집착하기에는 이미 구원받아야 할 아이가 많다는 난제가 있다.

또 이 문제는 낳은 부모가 키우는 것이든, 입양 부모가 돌보는 것이든, 사랑이 전제되지 않으면 풀 수 없다. 아무리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해도 낳은 부모든 키우는 부모든, 사랑과 돌봄이라는 의지가 없다면 결국 어느 쪽에서도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제도는 제도일 뿐이다. 하지만 인생은 재방송이 없기에, 실수나 잘못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문제는 그 실수를 얼마나 줄여가느냐 하는 것이고, 실수하였을 때 그 실수를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일 게다.

저자인 김경아 사모에 대해서는 특이한 기억이 있다.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었을 때에 김경아 사모가 맡은 구역 성도의 가정에 심방을 하려고 차를 운전하고 가는 길이었다.

그 성도가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때라, 주소를 가지고 네비게이션으로 찾아가는데, 아무래도 길을 가면 갈수록 무언가 이상하고 미심쩍었다.

주택가에서 벗어나 이미 추수가 끝나서 광야 같은 곳, 논두렁 같은 길로 안내를 하더니, 그 길 외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장소 한가운데에서 네비게이션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고 알려 주었다.

주소를 찍긴 했는데, 터치실수로 목적지에서 한참 벗어난 곳으로 변경되어버린 모양이었다. 당황스러웠고 민망했다. 아무래도 영혼의 인도는커녕 가야할 길도 제대로 못찾는 목회자가 나였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열심히 내가 계획하고 목적한 것이라 생각하고 힘쓰며 달려가지만, 정작 그 플랜대로 진행되지 않곤 한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고 노력했지만 광야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리고 황망함에 처할 때가 있다.

자녀를 키우는 문제도 더더욱 그러한 듯 싶다. 자녀를 키움에 있어 내가 생각했던 대로, 내 의지대로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아무리 노력하고 기도해도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나아갈 때가 많다.

만일 내 계획대로 완벽하게 자녀가 자라간다는 것은 애시당초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설혹 비슷하게 가도 그 계획이 아이와 하나 되어져서 그랬거나, 철저하게 하나님의 은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아이가 겉으로는 부모의 바람대로 자라지만, 정작 부모의 강압에 질질 끌려 외형적인 성취는 이루어졌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 아이는 주눅 들어 그 속에 자신만의 커다란 문제를 안고 어른아이가 되어졌을지도 모른다.

자기 자식도 그러하다면, 내가 낳지 않은 자식일 경우는 더 쉽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입양되어 온 아이가 문제가 있다거나 잘못되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적 토양과 문화에서 우리들 자신에게 어떤 선입견과 부정적인 무의식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우리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시선 속에서 입양해서 자녀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막내를 입양하면서 실제로 체험했던 것을 토대로, 우리가 가져야 할 입양에 대한 관점과 이해를 갖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입양에 대해 갖고 있는 피상적 생각을 거두어주며, 특히 공개입양이 갖고 있는 바람직한 점과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을 저자의 체험을 토대로 인상 깊게 그려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제에서 이야기하듯 인생의 울타리를 넓히는 가족의 영역 확장은, 결국 사랑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 사랑을 잃을 때 이미 ‘정상가족’이든 ‘비정상 가족’이든 비정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문양호 편집위원

저자 김경아

김경아는 결혼 25년차, 사랑받는 아내이자 개성 강한 세 딸의 엄마다. 공부는 잘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거쳐 대학교 1학년 때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가 되면서, 하나님이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의심을 품은 채 신앙생활을 해 왔다.

아픈 몸을 가지고 세 아이 엄마로 사는 게 힘들 때마다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는 약속을 붙잡고 버티며 살았다.

마음 둘 곳 없을 때마다 쓴 글들이 좋은 평을 받아 「에세이 21」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막내를 입양한 후에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 편견이 사라졌으면 해서 입양 교육을 하러 다녔다. 입양 가족 모임의 대표 역할도 했다.

내 자식 잘 키워 보려고 한 일들인데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입양의 날’에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내는 일은 슬픈 일이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해서 성교육 강사가 되었다. 성을 즐겁게, 건강하게, 안전하게 누리는 것을 이야기하고, 남녀 관계에서 책임과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고 있다.

주어진 형편 안에서 사부작사부작 움직였더니, 말씀처럼 내 삶이 더 풍성해졌다. 현재 한국기독학생회학사회 소식지인 「소리」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교회다움」, 「이젠 아프지 않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