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예배모범
▲한길교회 예배당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손재익 목사. ⓒ이대웅 기자
모든 교인들 교단 헌법책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은혜와 감동은 다른데… 감동을 은혜로 착각하니
예배에 자꾸 시각적·청각적 요소들 도입하고 있어
장례 기간 예배, 어느 때든 한 번만 하면 어떨까요

“예배,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찬 일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나 말씀을 듣고 교제하며 그분께 영광을 돌리고 기쁨과 사랑을 누리는 감격의 시간입니다. 이 책은 예배를 성경의 가르침에 가깝게, 또한 웨스트민스터 총회가 만든 예배모범에 가깝게 드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쓴 책입니다.”

기독교 신앙인들에게 ‘예배’란 ‘공기’와 같은 것이다. 매주 주일뿐 아니라 매일 새벽과 수요일 저녁 등에도 ‘예배’를 드리고, 결혼식과 장례식, 목회자의 가정 방문, 개업 축하 등 생활 속에서도, 기독교 계열 각종 기관 이·취임 등 행사에서도 ‘예배’는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흔하지만, 그만큼 ‘마음과 정성을 다해’ 드리기도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전 세대가 함께 ‘교사 없이도’ 학습할 수 있는 ‘교리교육 커리큘럼 필수교재’ 시리즈를 출간중인 흑곰북스에서 이번에는 ‘예배’에 대한 책이 나왔다. 웨스트민스터 총회가 제시한 아름다운 예배를 담은 ‘예배모범’ 본문을 한 구절씩 실제로 읽어가면서(영어 원문으로도 가능), 저자의 해설에 따라 예배의 ‘A부터 Z까지’ 구체적으로 배워가게 된다. 읽다 보면, 생활화된 예배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해서 예배 의식 자체나 바른 순서 등 형식적인 부분을 파악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예배 순서 하나 하나와 함께, 믿음의 선배들의 지켜내고 전수한 신앙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상세하게 풀어주고 있는 ‘신개념 기독교 고전 학습서’이다.

저자인 손재익 목사는 오래 전부터 ‘표준문서’들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거듭해 왔으며, 이 책에 앞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나온’ 주제의 책인 <설교, 어떻게 들을 것인가?(좋은씨앗)>도 펴냈다. 다음은 손재익 목사의 이야기.

특강 예배모범
▲존 칼빈이 제안한 ‘말씀의 예전’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흑곰북스 제공

-이번에 나온 <특강 예배모범>을 비롯해 저서들 대부분이 웨스트민스터 총회 때 나온 문서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십계명과 사도신경, 신앙고백서 등에 대한 책들이네요.

“6년 전엔가 <특강 소요리문답>이 나오고 나서 저자인 황희상 작가님과 이야기하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있는 ‘예배 모범’에 대해 출판하면 좋겠다는 계획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땐 대화만 나눴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왔습니다. 서로의 신뢰 속에, 흑곰북스에서 제 원고를 특유의 콘텐츠로 재탄생시켜 주셨습니다.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주목하게 된 것은, 제가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거기에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십계명을 설교할 때 참고하면서 그러한 생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칭의’에 대한 책이 곧 나오는데, 여기서도 성경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근거로 했습니다.

어떤 주제를 해석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순서는 첫째가 성경, 둘째가 신앙고백서, 셋째가 교회사입니다. 제가 썼던 책들은 다 그런 틀 속에서 나왔습니다.”

특강 예배모범
▲각 단원을 시작하면서 관련 사진들을 소개하며 흥미를 높이고 있다. ⓒ흑곰북스 제공

-예배 모범이 교단 헌법에도 있다고요?

“사실 모든 교단 헌법에 다 ‘예배 모범’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모르시는데, 헌법이 교인들의 실제 신앙과 삶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헌법에는 우리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내용들이 훨씬 많은데, 노회나 총회에 가 보면 교회 정치, 그 중에서도 소위 말하는 나쁜 의미에서의 ‘정치’를 이야기할 때만 헌법이 사용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헌법의 ‘정치’에는 좋은 의미에서의 정치에 대한 내용이 더 많습니다.

헌법 하면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목사님이나 장로님들이 자기 주장의 근거를 내세우기 위한 장치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헌법은 말씀드린 대로 우리 신앙과 삶에 대한 내용들이 들어 있습니다. 저희 예장 고신 교단에서는 이렇게 그 헌법을 해설한 책이 따로 있습니다. 서문만 봐도 내용이 참 잘 쓰여졌습니다.

저는 모든 교인들이 헌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는 등록하면 헌법과 헌법 해설집을 선물로 드립니다. 신앙고백과 요리문답서, 예배지침과 교회정치, 권징조례 등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특강 예배모범
▲‘읽으며 곱씹으며’를 통해 배운 내용들을 되새길 수 있다. ⓒ흑곰북스 제공

-‘예배 모범 서적’을 쓰셨는데, 한길교회의 예배가 궁금해집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말씀이 가운데 선포되고, 그 말씀을 듣고 세례를 받고, 세례를 받은 사람이 성찬에 참여하는 흐름입니다.”

-한국교회 예배가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순서는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각 교회마다 형편이 있고,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배에 정해진 규격이 있진 않습니다.

그러나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같은 교단이라면 순서상 차이는 있더라도 예배 분위기나 정서에 있어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한 예를 들면, 영락교회와 온누리교회 예배는 같은 교단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예배의 경건함이 사라졌다는 부분입니다. 경건이 가장 기본적 정서인데, 화려함만을 추구합니다. 찬양을 뜨겁게 하고, 설교에서 이목을 끌고자 합니다. 설교 후 ‘하나님 말씀을 들었다’는 느낌보다 ‘강의 참 잘 하시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설교가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지난 20여년간 이러한 방향으로 바뀌어간 것이 아닐까요. 예배를 드리고 나면 ‘하나님을 만났다’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나님과 얼굴을 맞대고 보는 것, 영이신 하나님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 부족해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강 예배모범
▲여기저기 출몰하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은 재미를 더한다. ⓒ흑곰북스 제공

-예배에 있어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예배에서는 사람이 전혀 드러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형교회 예배를 보면, 사람이 드러납니다. 설교자들만이 아닙니다. 영상으로 피아노 연주자의 손을 ‘줌인’ 해서 감동을 주는 것 같은, 불필요한 요소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사람을 의식하는 예배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찬송을 부를 때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저 혼자 맡은 순서에서만 마이크를 사용합니다. 그저 회중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찬송을 부릅니다. 저도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게 돼서 좋습니다. 다함께 서서 할 때는 서서 부르고, 앉아있을 때는 저도 앉아서 합니다. 설교자도 회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특강 예배모범
▲손재익 목사가 자신의 저서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왜 그런 요소들이 자꾸 첨가되는 걸까요.

“은혜와 감동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감동받은 것을 은혜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을 도입합니다. 중세 시대에 교회당이 화려해졌습니다. 빛이 쫙 하고 들어오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퍼져 나갑니다. 오늘날도 형태만 다를 뿐, 똑같습니다. ‘여러분은 하나님 아들입니다’ 하는 말만 들어도 은혜인데, 감동을 받아야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설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문을 선택함에 있어, 감동이 없는 본문은 잘 설교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교인들은 감동만 받고, 성경 지식을 골고루 얻지 못한 채 과거 선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평강하다 평강하다’는 말씀만 듣게 됩니다.

저희 교회 예배에 와 보시면, 별 게 없습니다. 설교도 재미가 있진 않습니다. 40분 정도 설교하니, 짧진 않습니다. 설교에서 이야기해야 할 논리가 있기에, 짧은 설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예배 시간에는 기본적으로 ‘서론-본론-결론’의 논리 전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글 속에 풍성한 논리가 담기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설교도 짧게 할 수 있겠지만, 짧게 해서는 간단한 정보만 줄 수 있을 뿐, 제대로 내용을 담아내기 어렵다고 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오늘날 예배가 가벼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설교가 짧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진중함은 분량을 통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강 예배모범
▲그리스도인들의 실제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들. ⓒ흑곰북스 제공

-오늘날에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쓰여졌던 17세기와 달리 예배 환경 등에 있어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한 예로 그 때는 ‘스크린’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는데요. 이런 내용들을 규정해 줄, 21세기형 예배 모범이 필요하진 않을까요.

“교단 헌법 내 예배 모범이 그러한 부분에 있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교단들이 정치적인 부분의 헌법 조항에만 신경을 쓸 뿐, 예배나 정치 모범은 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바꿔나가야 할 때입니다.

바꿀 때도 ‘개악(改惡)’이 되면 안 되는데, 대부분 한국교회 교단들은 ‘개악’을 선택합니다. 현실이 법에 안 맞으면 현실을 바꿔야 할텐데, 자꾸 법을 고치려 합니다. 그래서 점점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성찬을 하는 교회가 갈수록 줄고 있는데, 성찬을 예배 모범에서 아예 뺀다든지 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예배 모범은 큰 틀만 제시하는 것일 뿐, 구체적인 것은 개교회에서 알아서 해야 합니다. ‘예배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읽어도 되는가?’ 하는 문제도 저희 교단 총회에 올라온 적이 있는데, ‘각 당회가 알아서 지도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람직합니다. 총회에서 정해버리면 하나의 법이 되어서 획일적으로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상황이 있기에, 법으로 정할 내용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각 교회 치리회의 권위도 설 수 있습니다. 당회는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안 하면 당회는 할 일이 없습니다. 예배도 당회의 소관입니다. 지금은 교역자회나 예배위원회가 따로 관장하고 있는데, 말이 안 됩니다.”

특강 예배모범
▲부록에서는 공예배가 아닌, 성도들의 삶 속 예배 현장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흑곰북스 제공

-말이 나왔으니, 예배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읽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이 평소에 사적 모임에서 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런데 공적 예배에서는 안 됩니다.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기에 예배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안 하는데요’ 하는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교회에는 아이들도 있고 신앙이 연약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분에게 허락하면 모두 허락해야 하는데, 그러면 예배가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신앙이 어린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금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보다 보면, 스마트폰의 다른 것들을 함께 보게 돼 있습니다.”

특강 예배모범
▲예배 마지막 순서 중 하나인 ‘강복 선언(축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흑곰북스 제공

-예배 모범 뒷부분에 다양한 사례가 나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례식에 대한 것도 있던데요.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목회의 상당 시간을 ‘장례’에 투자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결혼은 예배가 1번인데, 장례는 3-4번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의문이나 불만을 갖지 않고 관성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는 괜찮지만, 교인 숫자가 애매한 교회에서는 교역자들이 장례 절차에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맡은 교구에서 장례가 있으면, 장지가 멀 경우 1주일이 다 갑니다.

장례 기간 예배는 어느 때든 한 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도 그렇지만, 교인들도 3-4번 왔다갔다 해야 합니다. 교회는 산 자를 위한 곳인데, 산 자에게 투자해야 할 시간을….

유교식 장례법이 기독교에 그대로 들어와서 이렇게 됐습니다. 유족들도 피곤해합니다. 와서 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이겠지만, 이곳 저곳에서 와서 예배드리면 몇 번이겠습니까.”

특강 예배모범
▲책 <특강 예배모범> 표지 왼쪽 위에는 작은 ‘창문’이 있다. 이 책이 하나의 작은 창문이 되어, 한국교회 예배에 변화의 바람을 맞아들일 수 있길. ⓒ흑곰북스 제공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교단마다 있는 헌법을 함께 펴놓고 비교하면서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책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대로 강의하셔도 되고, 다함께 책을 사서 한 쪽씩 보면서 우리가 드리는 예배에 대해 점검하고 토론할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10주 과정을 짜 놓았는데, 1회 분량이 많다고 느끼면 15-16주로도 할 수 있습니다. 뒷부분은 빼고 9단원까지만 하셔도 됩니다.”

-집필 계획이 더 있으신지요.

“말씀드렸던 칭의에 대한 책이 나올 예정이고, 칭의를 했으니 성화에 대해서도 쓰고자 합니다. 목회하다 보면 집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책을 쓰고자 한 것이 아니라, 교회에서 나눴던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니 책들이 나오게 됐습니다.

십계명에 대한 책이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사도신경 관련 도서는 많지만, 가볍게 쓰여진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예배에 대해서도 목사님들이 읽을 책은 많지만, 교인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적습니다. ‘설교 듣기’에 대한 책은 제가 알기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나왔습니다(웃음).”

손재익 특강 예배모범
▲손재익 목사의 저서들. ⓒ이대웅 기자
-마지막으로, 지금 읽고 계신 책들과 목사님의 ‘인생책’ 3권을 뽑아 주신다면.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최초 프랑스 공쿠르상 2회 수상자인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과 수요일 책 모임 때 나눌 조셉 얼라인의 <회개하지 않은 자에게 보내는 경고>와 존 번연의 <죄인의 괴수에게 넘치는 은혜>입니다.

인생책은, 먼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제임스 드종의 <개혁주의 예배(CLC)>입니다. 이 책을 읽고 예배에 대해 충격을 받았고, 예배가 성경에 근거함을 알게 됐습니다. <특강 예배모범>의 대부분은 그 책 때문에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복 선언’에 대해서도 이 책에 잘 나와 있습니다.

두 번째로 <벌코프 조직신학>입니다. 이 책은 한국교회 신학의 텍스트입니다. 정리가 정말 잘 돼 있는데, 제대로 읽고 사역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입니다. 문장력이 정말 탁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