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5. 창세기의 모순적 서술과 현대적 해석(6)- 제4일의 궁창(라키아)과 광명들(3)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바로 하나님이 미세 조정해놓으신 지구 생태계이다. 모세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과학에 의하여 밝혀진 자료를 바탕으로 지구 생태계의 구조를 현대인의 상식 수준에서 대략 살펴보자. 지구는 원둘레 크기가 약 4만km이며, 이를 둘러싸고 대기권이 형성되어 있다. 대기의 무게를 측정하는 기압은 수면에서 1기압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낮아진다. 대기는 78%의 질소와 21%의 산소로 구성되며, 나머지는 수증기,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이 차지한다. 대기는 낮 동안에 태양에서 방출되는 열에너지를 공급받아서 평균 온도 15 C〫를 유지하고 있다. 지구는 23.5도로 기울어진 자전축을 가지고 24시간 주기로 자전하며, 365일의 주기로 태양을 공전한다. 지구 표면의 약 70%는 바다이다. 대기권은 지상 높이 약 100km까지를 말하며, 그 이상부터 약 1,000km까지를 외기권이라고 한다. 외기권을 벗어나면 38만km 떨어져서 지구의 위성인 달이 있다. 달은 항성월 기준으로는 27.3일마다 지구를 공전하고 있으나, 삭망월 현상 때문에 29.5일마다 공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삭망월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달이 각각 자전과 공전을 하는 지구-달-태양의 위치 변화에 의해 햇빛을 반사하면서 겉보기 모양이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삭망월은 태음력의 기준으로 쓰인다. 밤에 지구에서 보는 달이 항상 같은 얼굴로 보이는 것은 달의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우주물체들의 상호 중력 작용인 조석력(潮汐力)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태양계에서는 행성과 위성 사이에 공통적인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달은 지구의 바다에 조석 현상과 동식물의 생리 주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달을 지나가면 태양계의 행성간(行星間)으로 나간다. 지구에 빛에너지를 공급하는 태양은 태양계의 중심 항성이며, 지구로부터 약 1.5억km 떨어져 있다. 태양은 지구를 비롯해 8개의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의 기체구(氣體球)로 태양계 질량의 99%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태양은 수소 원자가 융합하여 수소 폭탄처럼 폭발하면서 헬륨 원자로 변화될 때에 빛의 형태로 열에너지를 방출한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약 6,000K이며 중심온도는 약 1,500만K로 추정된다. 태양 에너지는 초속 약 30만 km로 8분 30초 후에는 지구에 도달한다. 태양을 중심으로 늘어선 행성의 순서는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이다. 그 중에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지구형 행성이며,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목성형 행성으로 구분한다. 과거에는 태양계에 총 9개의 행성이 있었으나, 2006년 태양계 맨 바깥쪽에 있는 명왕성이 행성의 기준에 미달해서 왜소 행성으로 떨어졌다. 태양계 행성들은 대개 자신의 주위를 공전하는 1개 이상의 위성을 가지고 있으나, 수성과 금성은 위성이 없다. 태양계에서 위성보다 작은 우주물체들을 보면, 약 3,000개의 소행성이 화성과 목성의 공전 궤도 사이에서 관측되고 있다. 운석은 작은 우주 물체들 가운데 대기를 통과하면서 타고 남아 지면에 도달한 것이다. 가벼운 기체로 구성된 혜성은 길게 늘어진 타원형 궤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밤하늘에 지구의 대기에서 섬광처럼 빛을 내다가 사라지는 작은 우주 물체는 유성이다. 각 우주물체들 사이의 공간에는 우주물체가 부스러져 흩어진 우주먼지가 퍼져 있다. 그러나 모세는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모세는 태양과 달은 '라키아'에 있는 길을 따라 동쪽에서 떴다가 서쪽으로 지고, 그 이외의 것들은 별들로 취급하면서 '라키아'에 매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태양계 바깥으로 나가면 밤하늘에서 은하수로 불리는 우리은하를 먼저 볼 수 있다. 현대의 각종 첨단 망원경으로 관측한 자료에 의하면, 태양계는 궁수별자리 방향으로 약 26,000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우리은하의 중심을 약 2억 2,500만년의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우리은하의 크기는 지름 약 10만 광년으로 약 1,000억 개의 별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하는 원반형의 중심핵과 중심핵 바깥으로 여러 개의 팔들이 펼쳐진 모양의 나선형 은하이다. 태양계는 나선팔 중의 하나인 오리온 팔의 안쪽 가장자리에 있다. 우리은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은하보다 훨씬 크며, 우리은하를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미래에는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우주에는 다양한 형태의 은하들이 무리지어 은하단을 형성한다. 그런 은하단들이 여러 개가 있으므로 별들에 대해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우리우주의 거시구조는 창1:2절에 서술된 모습대로, 별들이 아무 때 어디에서나 충돌하면서 죽고 다시 태어나는 혼돈(토후: formless)의 곳이며, 별들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어 사실상 비어(보후: void)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우리우주의 거시구조에서 지구는 떠돌아다니는 하나의 작은 모래알과 같다. 우리우주에는 거시구조를 지탱하는 우주상수가 있으며, 미시구조를 지배하는 물리상수 또는 물리법칙들이 있다. 특히 지구에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정밀한 운행법칙이 있어야 한다. 이런 상수와 법칙들을 알고 보면, 우리우주는 누군가에 의하여 미세조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의 생태계를 지배하는 물리상수들이 현재의 값과 조금이라도 달랐다면,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기 불가능했을 정도로 '미세 조정되었다'(fine-tuned)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인류원리가 제안되었다. 현재 우리우주와 지구에 적용되는 물리상수들은 모두 인류원리를 지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진공에서 빛의 속도: c=2.997930×1010cm·s-1, 전자의 정지 질량: m=9.1083×10-28g), 중력 상수: G=6.670×10-8dyn∙cm2∙g2)를 비롯하여 몇 가지는 특히 중요하다. 인류원리는 과학에서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인류원리에 대해서 무신론적 진화론자들은 자연적 질서의 우연한 결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창조자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은 이와 반대로 인류원리를 창조의 증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모든 물리상수들이 초월적 존재의 개입 없이 자연적으로 우연히 극히 미세한 수준으로 조정되었을 가능성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우주와 지구를 창조하시고, 그것들의 운행을 인류원리 수준으로 미세조정하신 분이 창조자 하나님이라고 믿는 것에 토대를 둔다.

하나님이 미세조정하신 이 우주와 이 지구의 역사에는 모세가 서술한 '라키아'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라키아'가 있는 하늘과 땅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면,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라키아'에 대한 창세기의 모순적 서술은 최초의 창조론자 모세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사야 선지자는 이미 그것들을 하나님이 버리실 옛 하늘과 옛 땅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나님은 먼저 이사야를 통해 모세의 옛 하늘과 옛 땅을 버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신다고 예언하셨다. 그러나 토라를 '문자 그대로' 믿는 유대인들은 이사야의 예언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예수님도 생전에는 이에 관련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베드로와 요한에게는 계시해주셨다. 성경의 예언과 계시의 의미가 현대과학의 도움으로 이제 밝혀진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하늘과 이 땅에서 하나님이 다시 창조하실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예수님의 재림을 소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기독교인들은 먼저 '라키아'에 대한 모세의 모순적 서술을 인정하고, 모세가 '라키아'로 만들어낸 옛 하늘과 옛 땅을 버려야 한다. 현대 기독교는 하나님이 미세조정하신 인류원리가 작동하는 이 하늘과 이 땅을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옛 하늘과 옛 땅을 버리고 새 하늘과 새 땅과 새 예루살렘에서 살아가는 소망을 가르치는 현대적 창조론이 새롭게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세의 옛 하늘과 옛 땅을 버리면서 같이 버려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일부 신자들에 의하여 두 번 째로 나타난 치명적인 문제로 '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다. 창1:5의 쳣째 '욤'에 관련하여 모세는 여기에서 다시 설명하고 있다. (창1:16) '하나님이 두 큰 광명을 만드사 큰 광명으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으로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또 별들을 만드시고': ויעש אלהים את שני המארת הגדלים את המאור הגדל לממשלת היום ואת המאור הקטן לממשלת הלילה ואת הכוכבים׃ [바야아스 엘로힘 엩 쉬네 하메오르트 하게도림 에트 하마오르 하가돌 레멤쉐레트 하욤 베에트 하마오르 하카톤 레멤쉐레트 하라일라 베엩 하코카빔]. (창1:17) '하나님이 그것들을 하늘의 궁창에 두어 땅에 비취게 하시며':   ויתן אתם אלהים ברקיע השמים להאיר על הארץ׃ [바이텐 오탐 엘로힘 비레키아 하샤마임 레하이르 알 하아레츠]. (창1:18) '주야를 주관하게 하시며 빛과 어둠을 나뉘게 하시니라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ולמשל ביום ובלילה ולהבדיל בין האור ובין החשך וירא אלהים כי טוב׃ [베리메숄 바욤 우바라일라 우베라브딜 벤 하오르 우벤 하호셰크 부야르 엘로힘 키 토브].

하나님은 우주의 구조를 완성하신 다음에 지구를 비추는 광명들에게 기능을 부여하셨다. 모세는 그 기능에 대해 이미 창 1:14에서 그 광명들이 '징조(徵兆)를 위하여, 사시(四時)를 위하여, 일자(日字)를 위하여, 연한(年限)을 위하여' 있다고 서술했다, 모세의 '욤'에 관련한 서술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면, 창세기의 '욤'은 전부 '문자 그대로' 동일하게 24시간의 하루(일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하나님의 6,000년 전 창조설을 주장하고 있는 창조과학적 창조론의 모순이 심각하게 드러난다. 왜냐하면 창세기에서 태양과 지구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이전의 '욤'(첫째 '욤'부터 네 번 째 '욤'까지)은 그 이후의 '욤'과 동질성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욤'은 태양이 주관하는 낮을 가리키기도 하고, 밤과 낮을 포함하는 하나의 일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 외에도 성경에서 '욤'은 어떤 사건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의 불특정 기간을 가리키는 말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창1:5에서 하나님의 창조명령으로 나타난 빛은 첫째 '욤'이 되었지만, 그 '욤'은 낮을 가리키는 말과 일자를 가리키는 두 가지 말로 쓰였다. 빛(여기에 나오는 광명들의 빛과는 다른)을 하나님이 첫 번 째 창조하신 것이라고 해석하면, 히브리인들의 일자 계산법에 따라 첫째 '욤'은 낮만 있고 밤은 없는 것이 된다. 첫째 '욤'에 밤이 없다고 해석하면, 첫째 '욤'(일자)이 정상적인 것으로 성립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하나님이나 모세가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그러나 모세는 첫째 '욤'에 하나님이 '호셰크'를 밤이라고 칭하셨다고 서술함으로써 히브리인들의 일자 계산법과 일치하게 빛(낮)의 창조 이전에 밤이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서술하고 있다.

히브리어 창세기에서 첫째 '욤'의 밤에 해당하는 '호셰크'를 찾아보면, 창1:2절의 깊은 물(테홈)위에 있었던 '호셰크'를 가리킨다. 따라서 첫째 '욤'의 '호셰크'는 처음(태초)의 천지장조 때부터 있었으며, 그 시간적 길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한글성경만 보면 두 개의 '호셰크'가 이렇게 연결된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한글 성경은 첫째 '욤'의 밤을 의미하는 '호셰크'를 창1:2에서는 흑암이라고 번역했으나, 창1:5에서는 '호셰크'를 어둠이라고 번역했기 때문이다(여기에서도 그렇게 번역했다). 그러나 히브리어 성경을 보면, 곧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창세기에서 24시간 '욤'의 밤은 태양이 처음 지고 첫 밤이 시작된 다섯째 '욤'부터 정상적으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태양과 달이 땅에 비치기 이전 넷째까지의 '욤'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창조 작업을 하시는 낮 시간과 다음 창조를 위해 잠시 휴식하는 밤 시간으로 구성된 하나님의 시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문맥상으로 가장 합리적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창조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6개 '욤'의 전체적 시간의 길이를 계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결국 창세기의 '욤'이 모두 24시간을 의미한다는 창조과학적 주장은 하나님의 주권적 시간을 인간이 멋대로 규정하는 오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새로 창조하시는 새 하늘과 새 땅과 새 예루살렘에서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다. 기독교인들이 아직도 '라키아'에 매달려 있는 옛 하늘과 옛 땅, 그리고 모든 '욤'을 24시간으로 해석하여 6,000년 전 창조설을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성경과 과학을 모두 왜곡해서 믿는 믿음이며 현대사회에서 기독교가 무지의 종교로 비난 받는 치명적 요소가 될 뿐이다. (계속)

허정윤(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