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찾아서
교회를 찾아서

레이첼 헬드 에반스 | 박천규 역 | 비아 | 384쪽 | 17,000원

미로는 그 안에 있을 때는 오히려 길을 찾기 힘들 때가 많다. 조금 떨어진 언덕 위로 올라가 내려다보든가, 밖에서 그 미로를 바라볼 때 오히려 그 길을 찾아나가는 데 용이할 수 있다.

교회도 그런 것 같다. 교회 안에서는 교회 문제를 보지 못할 때가 있다. 문제는 있지만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할 경우가 있다. 문제를 인지해도 그 문제를 ‘문제’로 인지하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거나,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이들도 있다.

또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치 유튜브 채널로 가짜뉴스를 매일 듣는 사람이 “공중파 뉴스가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내 자신의 상태가 지금 교회이지만 교회 주변에 있는 것과 같은 상황에 있기에, 울타리 바깥이나 교회 안에서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주눅들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교회 안에서는 이야기하지 못하던 것을 그들은 내어 놓는다.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주고 극복해야 할 것이 있으면 극복하도록, 또는 해결하도록 돕곤 한다.

어떤 이들은 은연중에 내쳐진 이들도 본다. 그들이 주님을 사랑하고 신앙에 대한 나름의 열정이 있음에도, 교회 공동체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그들의 중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자신이 보수적 신앙의 환경에서 자랐고 나름의 열심히 있었지만, 점점 더 벌어지는 ‘갭’을 견디지 못하고 교회를 나와 새로운 교회를 찾아간다.

교회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신앙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 깊이를 더해가고 교회가 무엇인지, 신앙이 무엇인지를 성사―성공회 관점에서―의 흐름으로 풀어간다.

자신이 갖고 있는 신앙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하며 형식을 넘어 그 본질이 무엇인지, 삶에서의 신앙은 어떻게 나타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많은 인사이트를 주지만, 보수적 신앙을 가진 분들을 불편하게 할 요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성소수자에 관한 부분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주는 성소수자나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각의 전환에 대한 도전은 불편해도, 우리가 주의 깊게 읽고 묵상해야 할 부분이다.

종종 교회는 동성애에 대한 반대라는 이름으로, 이미 성소수자였던 교인이나 나중에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고민하는 교인들을 그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내어 쫓거나 혐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들이 있다.

또는 아직 믿음을 갖지는 않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갈망이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복음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전에, 동성애와 단절한 후 공동체에 들어올 것을 압박하는 경우들을 본다.

그것은 그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있는 상태를 방해하거나 그 기회를 박탈하는 문제를 낳고 있음을 일부 보수 그리스도인들은 깨닫지 못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런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과 이해를 자신이 원래 몸담고 있던 복음주의 교회나 교인들에 대해서는 갖고 있지 않는 듯싶다. 서로 다른 정치관이나 조금씩 다른 신학적 고백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을 품는 듯하면서도, 정작 동성애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해서만큼은 혐오하고 비난에 무게를 싣는 듯싶다. 반대와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또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혐오라는 말과는 격이 다름을 저자는 무시하는 듯싶다. 무엇보다 이미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의된 동성애의 정의나 생각으로 접근하기에,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동성애 문제는 일단 무시하는 듯싶다.

다시 말하지만 성소수자를 무시하거나 혐오하자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에 대해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에 대한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과 그들을 단순히 감성적 차원이나 일부의 관점에서 품는 것은 그리 공정치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접어두고라도, 이 책은 가나안 성도나 교회 공동체에 있지만 그 우리를 벗어나기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숨통을 틔어주고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듯싶다.

아니, 이들뿐인가?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공동체에 갖고 있는 답답함과 체증을 풀어주고 새로운 교회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데 하나의 빛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듯싶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움이 아니다. 교회의 원형에 대한 고민과 그 구도의 길이라 할 수 있을 게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