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지는 박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를 게재합니다. 아울러 필자의 요청에 따라, 글이 그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날짜를 맨 아래 밝혀둡니다.

우울
ⓒpixabay.com
[질문]

삶의 스트레스가 많고  온갖 죄로 타락한 현대는 자존감저하 같은 가벼운 증세부터 자살에 이를 만큼의 심한 우울증까지 온갖 정신적 질환이 많습니다. 엄밀히 말해 누구나 한두 개의 증상 내지 소양은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울증으로 고통을 당하는 주변 분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전문지식도 없고 신앙적으로 어떤 길이 옳은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과적 상담과 치료에 의존하자니 신앙으로 이겨야 할 문제가 아닌지 싶고, 반대로 영적인 차원으로만 접근하자니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정신질환과 신앙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요? 신자가 가벼운 우울증 등을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변]

정신병이 사망률 1위

작금 많은 신자들이 실감하고 있는 주제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교회에서 분명한 가르침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앞으로 더욱 보편화 될 것이며 그 증상들도 다양하고도 심각해질 것입니다. 일반적인 병의 궁극적인 원인도 스트레스를 다스리지 못한 탓 즉, 마음에서 온다고 동양의학만 아니라 서양의학계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미국정신과 협회에선 조만간 육체적 질병이나 교통사고 등을 제치고 정신병이 사망률 1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이 생기면 하나님과의 관계마저 왜곡 파괴시키므로 정신적 상담 치유는 미국교회가 행하는 중요 사역 중의 하나가 된지 오래입니다. 한국교회도 하루 속히 전문사역자를 양성해서 교인들에게 기초적인 교육을 시키고 질환을 겪고 있는 환우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섬겨야만 합니다.

잠언 기자는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4:23)고 오래 전부터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탄도 말세에 인간의 정신을 황폐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성경은 말세의 유력한 징조로 "비방, 무정, 모함, 조급"(딤후3:2-4) 등의 정서적 이상 현상을 들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한 가정 당 자녀들이 많아서 자라면서 형제들끼리 대화 교제 다툼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기술을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한두 명 밖에 안 되는데다 부모가 자녀가 하자는 대로 편하게 다 마련해주니까 스스로 고난에 대처하는 법을 모릅니다. 거기다 이혼으로 인한 결손가정의 증가로 어려서부터 오히려 큰 상처를 입는 자들도 많습니다.

갈수록 하나님을 부인 거역함으로써 참 사랑이 실종되어서 인용한 디모데후서의 경고대로 인간관계가 척박하다 못해 단절과 미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현대사회 생활방식의 복잡성, 다양성, 무한경쟁성, 신속한 기술개발 등에도 제대로 적응할 수 없습니다. 환경호르몬이나 신종바이러스 등등 뇌의 정상적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너무 많습니다. 정서적 이상이 안 생기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 될 정도입니다.

신자는 세상에 속하지는(of the world) 않지만 세상 안에서(within the world) 동일하게 세속적인 일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외부에서 오는 모든 스트레스 요인들은 불신자들과 똑같이 받습니다. 신자이므로 더 선하고 경건하게 살아야 한다는 내면의 압박까지 받습니다. 아무래도 죄에 둔감하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안락을 추구하는 세상 사람들보다 스트레스는 훨씬 더 많이 받게 됩니다.

많은 신자들이 실감하듯이 기도와 말씀에 집중을 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 보려하지만 실은 그리 효과가 없거나 일시적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교회 안에서 그런 실상을 털어놓자니 믿음이 약해서, 말씀과 기도에 등한히 해서, 주님께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아서, 등등의 진단을 받습니다. 이제는 종교적 영적 스트레스마저 추가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교회는 믿음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만 바로 서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만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옳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처방일 뿐입니다. 거기다 심리학의 시조인 프로이드나 칼 융, 최근의 래리 크랩, 스캇트 펙 같은 학자들의 책이나 이론을 아예 금기시 합니다. 신자들이 그것들에 접하면 믿음에 아주 큰 일이 나는 양 두드러기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론에도 일부 혹은 상당부분 신자가 알아보고 참조하여 영적 차원이 아닌 일상적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진리들은 있습니다. 때로 전통적인 교리가 다루지 못하는 깊고도 다른 차원에서 신자가 알아야만 하는 아주 성경적인 영적 진리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세속 전문가나 신앙적인 것 외의 이론과 주장을 신자들로부터 차단해버리니까 혼자 속으로 끙끙 앓아야만 할 판국입니다. 많은 신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접근 해결해야 합니까?

진화론, 생물학, 심리학

진화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생물학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화론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진리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물을 역으로 추정해서 그분이 부여해 놓은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신자도 당연히 생물학에서 말하는 법칙을 실제 삶에 적용 실천해야 합니다.

생물학이 다루는 것은 이미 물질계 안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외적 현상을 분석한 것입니다. 아직 발견 못한 것은 있어도 기존에 발견해서 학계에서 인정한 것들은 틀릴 수 없습니다. 단지 그 모든 현상의 궁극적이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근원이 하나님의 창조 섭리이냐 물질의 우연한 발전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생물학을 누구나 삶에 마땅히 적용해야 하지만 창조와 진화 둘 중 어디에 근거하느냐는 것은 생물학 자체와는 별개로 각자의 믿음과 연관되는 문제입니다. 바꿔 말해 생물학을 일상 삶에 적용 실천한다고 해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형성, 유지, 발전시킬 수는 없습니다. 생물학이 인간의 정신적 내면까지 취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심리학과 정신과 의학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우선 심리학의 경우도 사람들의 겉으로 드러난 행동 양태를 그 자라온 배경 경험 기질 성격 등에 비추어 역으로 추적한 이론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아담과 이브를 공통조상으로 모시는 단일 후손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을 닮게 창조했기에 비록 죄로 타락했으나 동일한 성정(性情,성격과 정서)을 지녔습니다. 각자의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패턴에 또 그에 따른 반응에 공통성을 지닌다는 뜻입니다.

그런 외적으로 드러나는 양태에서 어떤 일관된 원리를 발견한 것이 심리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추정되는 인간 사고와 행동의 연관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분명히 신뢰할 수 있는 진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 그래서 이미 외적으로 발생한 정신적 불균형 현상에 대해 심리학에서 얼마든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물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신활동으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외적 현상에 대한 분석일 뿐인지라 그 근원이 되는 인간의 정신과 하나님과의 관계는 다루지 못합니다. 쉽게 말해 심리학으로는 윤리적인 죄를 씻거나(죄에 대한 외적 원인 과정 결과 등은 분석할 수 있지만), 특별히 구원을 얻는 길은 도무지 제시하지 못합니다. 오직 성령의 간섭에 의한 십자가 복음만이 인간의 영혼을 깨끗하게 씻어서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 누가 능히 이를 알리요마는."(렘17:9) 인간의 마음(영)은 원죄로 타락해서 인간이 치료는커녕 정확히 알 수도 없습니다. 반면에 지정의가 활동하는 영역은 비록 죄의 본성이 남아 있긴 해도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정신 활동을 스스로 인식 체험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이 분석 연구한 원리를 적용해서 지정의가 올바로 작동하게 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컴퓨터와 동일한 인간의 두뇌

정신과 의학은 더더욱 인간의 뇌를 치료하는 과학입니다. 두뇌 과학이 발달되기 전에는 인간의 정신적 현상을 연구 분석하는 일을 심리학만이 감당했습니다. 신체의 다른 부분은 몰라도 뇌는 해부 관찰할 수 없었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과 두뇌의 상관관계를 추정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방사선, 전자파, 컴퓨터 등의 혁신적 발달로 뇌의 활동도 촬영한 데이터에 따라 과학적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두뇌가 영혼을 담은 하나님만이 통제할 수 있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영역으로 여겨져 오다가, 신체의 다른 장기들과 마찬가지로 세포와 조직으로 이뤄졌고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어야 작동이 되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확립되었습니다.

말하자면 폐로는 호흡하고 심장이 혈액을 공급하듯이 뇌가 육체적으로 활동한 결과가 인간의 정신이라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인간이 생각을 하면 뇌에도 분석 가능하며 일관된 법칙에 따라 작동되는 신체적 운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뇌는 컴퓨터와 동일한 구조와 동일한 작동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간 두뇌는 뉴런(neuron)이라는 불리는 신경세포 약 850억 개로 구성되었는데 사람이 생각을 하는 순간 뉴런에 전기적 자극(electronic impulse)이 발생합니다. 그 전기적 자극은 컴퓨터처럼 Yes No 둘 중 하나의 답을 구하는 2진법으로 연산하여 전달된 정보를 빛보다 빠른 속도로 분류 처리합니다. 하나의 뉴런이 약 천개의 시냅시스(synapsis)를 형성하므로 인간 두뇌는 100 조개의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초공성능 컴퓨터와 같습니다.

이 뉴런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약 100개의 신경전달물질이 위를 비롯한 신체 여러 기관에서 형성 공급되는데 생체 홀몬과 같은 것입니다. 이 신경전달 물질의 공급에 이상이 생기면 두뇌는 정보 처리 기능에, 특별히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에 불균형, 왜곡, 편중 등의 현상이 생겨서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이상이 생깁니다. 컴퓨터의 회로에 바이러스가 먹어서 원활한 정보처리가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 홀몬이 위에서 주로 형성 된다는 것은 음식과 크게 관련이 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육체와 정신과 영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합일체로 만드셨기에 그에 적절한 섭식 운동 수명을 취해야만 그 합일체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쉽게 경험하듯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먼저 위가 꼬이는 듯이 아프고 식욕도 떨어집니다. 그럼 자연히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두뇌에 적절히 공급되지 못 합니다. 점차 실망 낙망 우울증이 도지다가 더 심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두뇌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서 각기 감당하는 영역도 다르다는 점도 발견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CT나 MRI 등으로 어느 영역이 잘못되었는지 뇌의 현재 상태를 관찰 분석까지 할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미국에선 뇌를 제외한 모든 신체의 유전자 지도는 완성하고 마지막으로 뇌의 유전자 지도를 그리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우울증 같이 이미 이상 현상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면 두뇌 안에 육체적 이상이 발생한 즉, 신경전달물질의 형성 분배에 부조화가 생긴 것입니다. 그런 신경전달물질의 부조화를 바로 잡아주고 생성에 도움이 되면서 부작용도 거의 없는 약물이 각 정신 질환에 맞추어서 아주 잘 발달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약물에 의해서 가장 쉽고도 빠른 정신질환 치료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런 부조화는 머리 부상이나 트라우마 같은 외부의 직접적인 자극이든, 스트레스를 제 때에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스스로 편집 왜곡된 사고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이든, 두뇌라는 장기에 신체적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두뇌에 감기가 든 것입니다. 그 치료는 일차적으로 또 당연히 약물에 의지해야 합니다. 육체적 병이 걸리면 의사에게 진단 받아 약과 주사와 수술로 치료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럼에도 그와 동시에 일반적인 병에도 그러하듯이 적절한 섭식, 운동, 휴식, 취미 활동 등도 병행해야 합니다. 신앙을 가진 신자는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며 주님의 도우심도 구해야 합니다. 환자의 주변 사람들이, 특별히 매일 마주치는 가족들이 사랑으로 섬기며 돌봐주어야 합니다.

다시 간단히 정리하자면 심리학은 인간은 동일한 성정을 가졌기에 사고와 행동에 동일한 패턴이 형성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신과 의학은 정신을 관장하는 두뇌도 피가 흐르는 육체적 장기라는 관점에서, 외적으로 이미 발생한 증상들을 추적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인간 정신활동에 관한 작동 원리들입니다.

생물학이 진화를 주장해도 다른 모든 이론들은 삶에 적용하듯이 이 둘도 동일한 맥락으로 접근 적용 실천해야 합니다. 슬픈 일이 생기면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과 의논을 하고, 당뇨병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진단하여 약물로 치료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정신적 문제도 상담과 치료라는 두 분야로 정확히 나눠졌습니다. 가벼운 증세일 때 즉, 본인이 힘들다고 느끼지만 아직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스스로 조절이 되거나 이상 행동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은 단계에선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치유합니다. 그 일을 담당하는 자는 심리치료상담사(Psychological Therapist)입니다.

반면에 상담으로만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증이거나 외적인 이상 행동으로 이어지면 반드시 약물을 필두로 의술로 치료해야 하는데 의과대학을 졸업한 정신과의사(Psychiatrist)가 감당합니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미국은 이 둘이 엄격히 구분되어 전공도 다르며 상담가는 약물처방을 못하며 의학적 처방 시술은 정신과 의사만 할 수 있습니다.

신앙과 우울증

이런 정신적 이상에서 신앙이 감당할 부분은 무엇이고 어디까지입니까? 성경은 인간을 이미 말씀드린 대로 영(spirit)과 혼(soul)과 육(bdy)이 합일(合一)된 하나의 인격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구원을 설명할 때는, 또 이 주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선 셋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타락한 본성은 영의 차원입니다. 하나님을 찾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그분과 원수 된 자리에서 그분을 완악하게 거역하는 것이 원죄 하의 모든 인간의 상태입니다. 성령이 간섭하여 인간 내면에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제 2의 창조가 일어나는 곳은 영의 영역입니다. 그럼 하나님을 기꺼이 자진해서 찾고 그분께 감사 경배하며 그분 뜻대로 살기로 결단 헌신 실천하게 합니다. 이 부분에선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이 개입할 여지는 단 한 치도 없습니다.

그러나 혼 즉, 지정의(知情意)가 작동하는 영역은 인간이 인지하고 조절하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혼도 원죄로 영이 타락한 영향을 받아 왜곡되었으나 하나님의 형상으로 닮게 지어진 흔적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양심, 상식, 이성이 선하고도 의롭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또 신자의 영이 새롭게 되었어도 엄격히 말하면 자유의지가 하나님 쪽으로 작동된 것에 불과하고 자기만 높이려는 죄의 본성은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신자도 지정의를 작동해서 삶을 살아갈 때에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모든 이들이 자기를 높이려 하니까 서로 경쟁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윤리적 죄도 짓게 되고 다른 이와 상처를 주고받으며 온갖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신앙이 작동해야 하는 곳은 두 분야입니다. 첫째는 영이 새롭게 되어 죄에서 구원 받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의지적 노력과 행위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로 받습니다. 둘째는 구원 이후에도 지정의를 제대로 작동하여 죄와 싸우기 위해선 항상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면서 성령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 사도 바울도 성화를 혼자선 도무지 이룰 수 없기에 성령의 간절한 도우심을 구했습니다.(롬7장 참조)

그러나 인간의 내면과 체질은 여전히 연약합니다. 사람에 따라, 그 원인은 유전 체험 환경 등 여러 가지이지만, 두뇌의 병으로 쉽게 발전할 요소도 갖고 있습니다. 또 사람에 따라 기질과 성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쉽게 말해 의지가 강하거나 외향적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하다가 고통이 더 심해집니다. 신자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믿음의 견고성에 차이가 많습니다.

따라서 일단 본인이 의식하고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신자라면 믿음만으로는, 불가능해지면 상기에 말한 두 전문가에게 반드시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정신 활동의 영역인 혼은 심리학에게, 두뇌의 육체적 이상인 육은 정신과 의학에 도움 받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슬픈 일이 생기면 친구와 의논하고 맹장염이 걸리면 병원에서 수술 받는 것과 하나 다를 바 없습니다.

정신병과 귀신 들림

물론 신자가 말씀과 기도로 인간사회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들을, 특별히 감정적인 상처를 깨끗이 해결할 수만 있으면 최선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체험하듯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벼운 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할지 물었는데 말씀과 기도는 당연히 매일 해야 하는 일이지만 세속적인 취미, 운동, 여행, 수면 등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져야만 합니다. 효과가 확실하다면 때로는 지나치지 않고 습관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벼운 일탈을 해도 됩니다. 증세가 나빠지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훨씬 더 좋고 유익합니다.

스스로 조절이 힘들다고 여길 수 있는 판단기준을 미국정신과 협회에선 2주간 정상적인 현실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 배우자 상실의 슬픔은 6개월 간 지속되어도 정상으로 분류합니다. 인생사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누구나 심지어 목사라도 우울해지거나, 구태여 종교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영적 침체에 빠지면, 며칠 간 집안에만 칩거하고 일상생활을 중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이미 뇌에 이상 현상이 생겼거나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뜻입니다.

일단 외적 증상이 나타날 때는 머리에 감기가 든 셈이니까 다시 강조하지만 약물 치료가 제일 효과적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많은 교회들이 당장에 믿음이 없는 양 신자가 해서는 안 되는 말로 여기며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지만 이것은 입이 아프도록 강조해야 할 분명한 진실입니다. 한국 교회들도 미국처럼 어서 빨리 전문지식을 갖춘 이 분야의 상담사역자를 교회직원으로 채용해야 합니다.

여러 정신질환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셋입니다. 중증의 우울증,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장애, 정신분열로 불렸던 조현병이 그것입니다. 낙담 우울 강박 초조 분노 편집, 신자의 경우는 죄책감과 형벌에 대한 두려움 등의 증세가 스스로의 의지로 통제가 전혀 안 될 뿐 아니라 말과 행동에서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까지 발전된 병증입니다.

이전에는 무조건, 실은 아직도 많은 교회에선 귀신이 조종하는 영적 이상 현상이라고 간주합니다. 그래서 정신질환을 안수, 안찰, 금식, 기도, 예배 등으로 치유가 가능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분명히 주지해야 할 사실은 오히려 환우 본인에게 더 스트레스가 되고 최우선적인 약물치료를 하지 않기에 그 증세를 지속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세 질환을 비롯해 여타 정신질환이 심해지면 귀신 들린 것과 비슷한 양상을 드러냅니다. 어지간히 영적 분별력이 있어도 정확히 구분하기 힘듭니다. 구체적으로는 사람과 케이스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가장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 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귀신 들린 경우는 기도해주고 예배드리자고 하면 싫어하고 도망갑니다. 무엇보다 약물 치료를 해도 차도가 없습니다. 그와 반대되면 일반 정신질환입니다.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귀신 들리지 않은 일반 정신질환도 증세가 심해지면 본인이 그 병을 인정하지 않고, 무엇이 잘못된 것일 줄 모른 채 정상이라고 고집하며, 약물 치료는 물론 상담을 거부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조기 발견 인정 상담 치료하면 얼마든지 쉽게 완치할 수 있는데도 쉽사리 최악의 경우까지 가버립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심리상담가와 정신과의사에게 하루 속히 의논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한마디로 빠른 상담과 치료가 뜨거운 기도나 말씀보다 더 우선이라는 뜻입니다.

박진호
▲박진호 목사
가족의 사랑이 답이다.

정신질환이 극도로 악화되면 자살이나 가까운 사람의 살인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속에서 나오는 것이 살인이라고 선언했습니다.(마15:19) 원죄 하에 있는 인간을 마귀의 자식이요, 마귀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거짓의 아비라고 했습니다.(요8:44) 서두에 경고했듯이 마음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면 사탄에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구원의 취소 같은 신학적 논의를 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인간이 이 땅에서 겪는 모든 어려움은 궁극적으로 공중권세 잡은 사탄의 농간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겨내는 힘은 당연히 오직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다시 기도 말씀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의술도 하나님이 주신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입니다. 거기다 정신질환은 일차로 무조건적으로 약물에 의존하고 동시에 상담도 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주위의 가까운 사람이 꾸준히 기도하며 사랑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어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가끔 조현병 환자에게 부모마저 희생되는 까닭은 가장 가까이에서 항상 접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지정의의 조절과 통제 능력을 상실한 환자를 꾸짖거나 마음에 상처와 스트레스를 아무 생각 없이 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의지로 믿음으로 나을 수 있는 병이 절대 아닙니다. 암처럼 의술의 처방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교회는 물론, 그런 환우를 가진 가족 그중에서도 아버지가 이 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끝까지 사랑으로 인내 포용 위로 격려하며 섬겨야 합니다. 물론 투약, 상담, 영양, 수면, 운동, 취미 활동으로도 잘 이끌어주면서 말입니다.

간혹 심리학을 사탄의 학문이라고 매도하는 목사들이 있는데 머리에 감기 든 자 즉, 맹장염이 들린 자를 병원에 가지 말고 기도로 나을 수 있다고 고집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환자는 맹장이 터져서 죽거나 큰일 납니다. 그런 주장이야 말로 거짓의 아비요 처음부터 살인한 사탄에게 속아 농간당하는 것입니다.

결론을 맺자면 원죄를 씻고 일상적 죄를 이기는 분야는 신앙이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자라도 일상생활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자기 믿음만으로 감당하기 힘들면 우선적으로 또 신속히 심리학적 상담과 정신과적 치료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주변의 정신적으로 어려운 자를 도우려면 반드시 전문분야의 교육을 받으셔야 하고 무엇보다 기도와 사랑으로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상처는 주지 않고 끝까지 품어줄 수 있어야만 합니다.

2018/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