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 주

영화 바울
▲영화 <바울> 스틸 이미지. ⓒPaul, Apostle Of Christ

영화 ‘바울, 그리스도의 사도’(Paul, Apostle of Christ, 이하 ‘바울’)가 지난해 개봉한 기독교 소재 영화(핵소고지, 오두막, 순종, 산상수훈 등)의 관객동원 기록을 모두 재치고 누적 관객수 약 25만 명을 달성했다.

특히 영화 ‘바울’은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 ‘기독교적 메시지’가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 영화는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지 30여년 후인 AD 67년을 배경으로 하며, 바울의 마지막 생애를 집중 조명한다.

영화는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시작한다. 누가(제임스 카비젤)는 바울(제임스 폴크너)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 로마로 왔고, 크리스천들은 네로 황제의 ‘피의 서커스’에 내던져지거나 불태워져 로마 거리를 비추는 ‘빛’이 됐다. 대중적 상업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긴장감이 팽팽해 몰입감이 상당하다.

많은 사람들이 브리스길라(조앤 웨일리)와 아굴라(존 린치)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크리스천들을 향한 핍박은 계속됐고 이주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곳에 증오와 폭력, 혈기로 복수를 이루려는 일부 무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누가(제임스 카비젤)의 안에도 미움이 자리 잡으려 한다.

그러나 바울은 “사랑의 길”을 가야한다며 누가를 달랬고, 살인을 하고 자신을 구하러 온 무리에게는 “그리스도는 이미 십자가를 통해 모든 적을 이겼다”며 “자네는 그분의 이름으로 왔다고 말했지만, 그분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고 나무랐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성경의 말처럼 오랜 기간 가장 많은 이들이 순교한 기독교의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영화 바울
▲영화 <바울> 스틸 이미지. ⓒPaul, Apostle Of Christ

이런 상황에서 영화는 액자 형식을 구성하며 '사울'이었을 때의 바울(제임스 폴크너)을 조명한다. 스데반의 죽음, 수많은 크리스천을 향한 핍박, 피로 물든 손… 그랬던 그가 예수를 만나고, 아나니아를 만난다. 바울(제임스 폴크너)은 아나니아에게 “나는 죽어도 마땅하다”고 이야기하고, 아나니아는 그를 ‘형제’라 칭하면서 “우리 모두 그러하다”며 모든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한 ‘죄인’임을 이야기한다.

특이한 점은 영화 속 바울은 계속해서 똑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는 것이다. 과거의 그가 핍박하고 죽인 사람들이 나오는 꿈이다. 그러나 바울은 그 꿈의 결말을 보지 못한다.

‘복음’을 알기 전과 알고난 후의 바울. 그가 어떠한 마음으로 선교의 삶을 살았을 지에 대한 제작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값비싼 복음이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부분을 영화는 무겁고 깊게 담아낸다.

바울은 결국 ‘순교’ 당한 후에 지금껏 꿔왔던 꿈의 결말을 보게 된다. 순교 당하는 순간 그는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을 이야기 한다.

“나의 떠날 기약이 가까웠도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디모데후서 4장 中)”

영화 바울
▲영화 <바울> 스틸 이미지. ⓒPaul, Apostle Of Christ

또 한 가지 영화의 중요 포인트는 감옥의 담당자 모리셔스 갈라스(올리비에 마르티네즈)와 누가(제임스 카비젤)의 관계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 수많은 이방신을 섬기던 모리셔스 갈라스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딸을 구하고자 누가에게 손을 내민다. 누가는 원수의 딸을 구하는 과정을 지나며 전반부와 달리 복음을 보다 가까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전보다 조금은 달라진 모리셔스 갈라스에게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은 당신을 알고 계시며, 그분이 당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모리셔스 갈라스가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는지 아닌지는 명확히 나오지 않는다. 신앙은 그와 하나님의 일대일 관계, 그것은 그와 하나님만 알 것이다.

끝으로 영화 ‘바울’은 제작된 목적에 대해 분명히 소개한다. ‘THIS FILM IS DEDICATED TO ALL WHO HAVE BEEN PERSECUTED FOR THEIR FAITH’(이 영화는 신앙으로 인해 핍박 받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됐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이 내용은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압축하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상적인 점은 영화에서 크리스천이 핍박을 받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화형을 당하는 그리스도인은 그 고통을 지켜보는 사람의 눈물로 대체됐고, 어린아이부터 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은 문을 나가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연출자가 현재 핍박 받는 이들의 고통을 바라볼 수 없던 마음 때문이었는지, 시각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더 많은 여운을 남기려 했었는지는 확신할수 없다. 판단은 관객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