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재
▲주영재 선교사 가족이 부산연탄은행 측에 지난 3일 물품을 기부하고 있다.
한 선교사 부부의 자녀들이 생일선물을 받는 대신 노숙인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대접하는 선행을 펼쳐 화제다.

인도네시아에서 2년간 사역하다 지난 9월 교단의 선교사 훈련으로 잠시 귀국한 주영재 선교사 가족은 처가가 있는 부산에 머물고 있었다. 다음은 장녀인 ‘승리 양(9)’의 이야기.

“저는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고, 지금은 잠시 한국 방문 중인 주승리입니다.

우리 가족은 인도네시아 선교사 가족입니다. 아빠는 원래 한국에서 목사님이셨는데, 2년 전부터 우리 가족은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선교사가 되어 인도네시아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성경 말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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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양과 은성 군이 노숙인들에게 선물한 빵과 음료수들.
2018년 여름, 우리 가족은 선교사 훈련 때문에 잠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9월 어느 날 부모님과 남동생 은성이와 (부산) 용두산공원에 놀러 갔습니다. 공원을 산책하던 중 공원 벤치에 누워 있는 노숙자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그 때 ‘아저씨, 저기 그 물 좀 마시면 안 될까요?’하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바로 아빠 손에 있는 생수병을 보고, 노숙자 아저씨가 말을 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일부를 마셨던 생수였지만, 아저씨의 요청에 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마시던 것을 드린 것에 대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용두산공원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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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기부를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는 승리 양.
승리 양은 이날 밤 잠들기 전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노숙인을 본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파서 한참 눈물을 흘리던 승리 양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그 노숙자 아저씨가 너무 불쌍해. 왜 아저씨는 거기서 살아? 마시던 물 말고 우리가 더 좋은 음식 사드리자!”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동생 은성이도, 엄마도 다같이 울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나눔을 결심했다.

그래서 승리 양과 은성 군(7)은 올해 가족들로부터 생일선물을 받는 대신, 그 비용을 모아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조금씩 모았던 용돈으로, 배고픈 사람들이 허기라도 잠시 달랠 수 있는 빵과 음료수를 준비하기로 했다.

여기에 곧 다가올 겨울나기에 필요한 마스크와 핫팩까지 한묶음을 만들어 선물할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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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양이 기부한 모발.
이처럼 당초 승리 가족이 노숙인들에게 직접 가서 선물을 전달하고자 했지만, 준비한 수량이 너무 적은데다 관련 사역을 전문적으로 하는 시설이나 기관에 전달해 더 좋은 방법으로 사용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에 주 선교사 가족은 지난 3일 부산 서구 초장동에 위치한 사단법인 부산연탄은행 측에 준비한 물품을 전달했다.

주영재 선교사는 “비록 적은 수량이지만, 주변 소외되고 연약한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되면 좋겠다”며 “승리와 은성이가 인도네시아에 가서도 소외되고 연약한 분들을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고 더 성장해서, 세상에 소망을 주는 귀한 자녀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승리 양과 은성 군은 소아암으로 투병하는 친구들을 위한 ‘모발 기부’도 준비 중이다. 특히 승리 양은 지난 8월 이미 모발을 기부했다. 머리카락을 자르면서도 ‘기부할 수 있어 좋다’고 기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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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재 선교사 가족. 승리 양(아래 왼쪽)와 긴 머리의 막내 아들 은성 군. 은성 군은 긴 머리 때문에 놀림을 당하면서도 ‘모발 기부‘를 위해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고 한다.
은성 군은 남성임에도 지난해 11월부터 머리카락을 1년 넘게 기르고 있다. 약 1년 반이 지나면 모발기부가 가능하다고 한다.

오는 13일 다시 인도네시아로 떠나 사역을 시작하는 주영재·홍승주 인도네시아 선교사 부부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으며, 사회복지 현장을 경험한 목회자이다.

최근 예장 통합 총회 103-1차 총회선교사업무교육 이수차 귀국했으며, 총회 소속 선교사로서 오는 9일 파주 고향교회에서 정식으로 파송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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