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표절로부터의 해방
설교 표절로부터의 해방

스캇 M. 깁슨 | 김귀탁 역 | 새물결플러스 | 216쪽 | 11,000원

목회자에게 설교는 가장 핵심적인 사역 중 하나다. 목회자의 사역 중 설교 외에도 심방과 돌봄 등 여러 가지 면이 있지만, 공동체가 가장 표면적으로 접하게 되는 부분은 역시 설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설교는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만, 결코 만만한 부분이 아니다. 사회의 어떤 강연자도 매번 다른 주제와 내용으로 매주 몇십 분을 십수 년간 아니 수십 년간 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목회자는 그런 일을 행한다.

게다가 한국의 목회자는 기본 주중 설교 외에 새벽기도, 심방설교 등을 하고 있으니, 많을 때는 매주 십수 개의 설교를 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

그런 속에서 설교 준비를 충실히 감당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다른 것은 제쳐놓고, 주일 설교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설교 외에도 교회의 많은 사역을 감당하면서 설교 준비를 잘하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은 일이다. 저자는 그런 어려움 속에 있는 목회자들이 빠지기 쉬운 설교 표절의 문제를 책에서 다루고 있다.

양질(?)의 설교를 전하기 위해 유명한 설교자의 설교나 책들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고, 그것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떤 점에서는 이해가 된다. 물론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목회자들에게 자주 날아오는 이메일 중 ‘설교 자료집’이라는 이름으로 예화는 물론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 묶음집을 저렴하게 구매하라는 내용이 얼마나 많은가?

그 이메일이 그저 유명한 설교자의 설교를 통해 은혜를 받으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좋게 말하면 참조요, 나쁘게 말하면 전부든 부분이든 인용이나 ‘카피’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통로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출처도 밝히지 않고 만들어낸 일부 주석들 중에는 설교적 틀을 제공하는 경우들도 간혹 있기까지 하다. 강도사 고시나 목사 고시를 앞두고서도, 갖가지 주제와 성경 본문에 대한 논문 또는 주해를 담아낸 자료집들이 존재했었다.

이런 일들이 만연하고 또 그 의도가 순수했더라도, 그것을 일부 목회자가 악용하는 것은 설교 표절의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사실 어떤 점에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같은 성경 본문을 수많은 설교자가 다 다르게 설교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묵상이나 연구 없이 그것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저자는 이것이 범죄행위이고 목회자로서나 공동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이 갖고 있는 문제, 또 이것을 감추고자 하는 목회자의 악을 드러낸다.

사실 어떤 경우 성도들도 “은혜만 받으면 되지” 하면서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이런 악을 목회자가 합리화하는 단초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교회 목회자나 성도들이 읽을 만하다.

덕천교회
▲부산 한 교회 앞에서 성도들이 담임목사의 논문 표절 의혹에 항의하는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그런데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이 그렇게 강렬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저자가 지적하듯 목회자가 힘든 사역 속에서 설교를 준비하는데, 저자가 제시한 방법만으로는 곧 한계를 느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저자가 일차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상이 미국의 목회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들과 한국 목회자들의 업무 과중도나 설교 횟수를 생각한다면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기에, 한국의 상황은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설교 표절로부터의 해방’이란 제목을 ‘설교 표절 문제’라고 바꾸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 원제가 ‘Would We Use Someone Else’s Sermon?’인 것을 보면, 저자도 설교 표절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함이지 근원적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 듯싶다.

결국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설교자 자신이 성경 전반과 각 권에 대한 자기 나름의 묵상과 연구가 돼 있어야 한다. 그저 신학교에서 성경 개론이나 복음서, 서신서 등의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신학책이나 설교집을 읽는다 해도, 그것은 또 다른 무의식적 표절로 나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설혹 그렇지 않더라도, 설교자는 몇 권의 책에만 국한된 설교를 평생 하고 말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의 말씀 묵상이 필수적이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시중에 나와 있는 성서유니온선교회의 ‘매일 성경’을 하게 되면, 신약은 5년 이내에 한 번은 끝낼 수 있다. 구약도 10년 이내에 모두 개인적으로 묵상을 마칠 수 있다. 그것이 반복되어 세월이 쌓이면, 유명 신학자의 주석집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주해와 묵상 창고는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묵상한 것이기에, 그 본문을 바탕으로 한 설교는 더욱 힘이 있고 강렬해질 것이다.

예를 하나 든 것이지만, 이런 형태로라도 자신이 소화한 성경 묵상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설교자는 결국 어느 순간 탈진(번아웃)되고 한계를 느끼기 쉽다. 자신이 묵상한 것을 토대로 연구하고 살을 붙여나가 완성할 때, 그 설교는 더욱 힘이 있고 말씀 중심적이 될 것이다.

이 시대는 설교 표절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교만 난무한 설교도 많다. 결국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이런 표절이라는 방법 아닐까? 자기 것이 없기에, 그 비워진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도용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