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박찬기 역 | 민음사 | 244쪽 | 7,000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일의 대작가 괴테(Johann Wolfgang van Goethe; 1749-1832)가 25세 때 쓴 작품이다. 대부분 주인공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낸 편지로 이루어진 서간체 소설이다. 편지는 1771년 5월 초순부터 시작되어 이듬해 12월 하순에서 끝난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대학에서 법률학을 배우고, 법무 관계 일에 종사하고 있는 미남 청년이다.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날카로운 감수성과 풍부한 재능을 지니고 있으나, 나면서부터 정열적이고 몽상적이며 내성적일 뿐 사무적이거나 실제적이지 않다. 베르테르는 유산 사건으로 어떤 마을로 온 뒤, 1개월 쯤 되어서 무도회 때 로테라는 여성을 알게 된다.

로테는 실로 이지적이면서도 순수하고, 고상하면서도 친절하며, 활동적이면서도 은화한 마음을 잃지 않는 미인이다. 어머니가 죽고 난 뒤부터 주부 겸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와 많은 어린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맡고 있다.

베르테르는 이러한 로테를 첫눈에 좋아하게 되며, 그녀 쪽에서도 베르테르에 대해 호감을 갖는다. 그래서 베르테르는 날마다 로테를 방문한다.

얼마 후 로테에게 알베르트라고 하는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베르테르는 로테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억누를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더 사모하는 마음이 깊어간다, 그러나 알베르트는 자기 일에 충실한 모범적인 관리일 뿐 아니라, 신중하고 분별력 있는 훌륭한 인물이다.

때문에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해도 고백할 수 없고, 차츰 절망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9월 10일 아침, 이별의 인사도 나누지 않고 몰래 사라진다. 여기서 제1부가 끝난다.

제2부는 1771년 10월 24일자 편지부터 시작된다. 베르테르는 어느 공사에게 속하여 일하고 있었다. 공사는 전형적인 관료이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천박한 출세욕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베르테르는 불만 속에서 그날그날을 지내다가 이따금 공사와 충돌한다.

해가 바뀌어 2월이 되자, 알베르트로부터 로테와 결혼하겠다는 편지가 온다. 그로부터 며칠 뒤, 베르테르는 백작의 오찬회에서 심한 모욕을 당한다. 모여 있는 귀족돌이 평민인 베르테르의 동석에 불만의 빛을 뚜렷이 나타냈던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모욕을 참지 못한 베르테르는 곧 직업을 버리고 방랑의 길에 오른다. 그러나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동안, 일단 단념했던 로테에 대한 사랑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라, ‘로테는 자기와 같이 사는 편이 행복해질 수 있다. 자기가 이처럼 사랑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다른 남자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이른다.

베르테르는 로테 곁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금슬이 좋은 로테 부부의 가정생활을 보고, 도덕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베르테르는 차츰 착란 상태로 빠지고, 자살할 결심을 한다.

그러다가 12월 21일 저녁, 별다른 생각 없이 마지막 작별을 하려고 로테를 찾아간다. 로테는 그 전날, 자기는 남의 아내이므로 단념해 달라고 분명하게 말했으나, 베르테르와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중이라, 몹시 당황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마음의 동요를 감추기 위해, 베르테르가 자기를 위하여 번역해준 오시안의 시를 읽어 달라고 한다. 베르테르가 읽어가는 동안, 시의 아름다운 장면에 감동되어 두 사람은 뜻밖의 포옹을 한다. 베르테르는 격렬하게 로테에게 키스한다.

로테는 제 정신이 번쩍 들어 마음을 잡고, “이것이 마지막이에요. 베르테르! 이젠 만나지 않겠어요” 하고 사라진다. 그 다음 날 밤 12시,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장화를 신고, 푸른 연미복에 노란 조끼를 입은 여느 때와 같은 복장으로 죽은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품>은 괴테가 1772년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베츨라의 제국 고등법원에서 법률사무를 견습하고 있을 때 경험했던, 샤를로테 부프(Charlotte Buff)와의 연애 체험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는 연애 소설이다.

출판 당시 세간의 반응은 굉장하여, 괴테를 일약 유럽적인 작가로 등장시켰을 정도이다. 오늘날에도 괴테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작품이고, 세계의 연애 소설 가운데서도 손꼽을 만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연애 소설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문학사적으로 그것은 1770년경 독일에서 일어난 문학사조 ‘질풍 노도 시대(Sturm und Drang, 문예의 혁명 운동)’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거기에는 개인의 직관과 감정과의 주장, 자연과 자유의 존중, 천재와 독창성의 찬양, 속물과 범용에 대한 증오, 전통적 사회에 대한 적의, 계급적 차별에 대한 경멸 등이 넘쳐흐르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질풍 노도 시대’의 작가로서의 젊은 괴테가, 당시의 사회 인습에 대해 도전한 소설이다.

송광택 목사(한국 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