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수요독서회
▲이승용 간사가 발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에라스무스 8차 수요독서회가 ‘독자의 미래: 뉴미디어 시대, 새로운 지식 소비자와 인문주의의 만남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공간 옥탑7에서 개최됐다.

이날 독서회에서는 신학도 출신 ‘8년차 마케터’이자 도서 팟캐스트 ‘금책빠’ 진행자인 이승용 간사(IVP)가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의 책 <출판의 미래>를 토대로 발제하고, 최경환 에라스무스 연구원이 토론, 설요한 에라스무스 운영위원이 사회를 각각 맡았다.

이승용 간사는 “SNS가 막 나오면서 마케팅 플랫폼이 변화하던 시점에 기독 출판계 일을 시작하면서 흐름 변화를 주시할 수 있었다”며 “누구나 알듯, 지금 독자들이 책과 출판을 접하는 플랫폼은 서점과 언론매체에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이미지와 영상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간사는 ‘독자’를 꼭 책이 아니라도 다른 플랫폼을 통해 무언가를 읽고 있는 ‘읽혀지는 독자’와, 인문적 사유를 하면서 책을 실제로 사 보는 ‘읽어내는 독자’로 구분하면서 “지금 우리는 책을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또는 콘텐츠를 어떻게 접하고 있는가”라며 “우리가 읽혀지고 있는지, 읽어내고 있는지 질문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그는 “기존 출판은 제조와 배본, 서점 중심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책은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하나의 상품이 됐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초반까지 ‘밀리언셀러’가 있었고, 기독 출판도 그랬다”며 “그때까지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가장 먼저 만났다. 하지만 지금은 서점에 아무리 배본을 잘 해도 책이 팔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서점에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승용 간사는 “현재 출판은 독자와 플랫폼, 습관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가 직접 독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책이 독자들에게 노출조차 되지 않는 시대”라며 “책이 너무 많아졌다. 유튜브와 웹툰 등이 서점을 대신한 플랫폼이 됐다. 불과 몇 년만에 일어난 변화다. 그래서 ‘습관’이 중요해졌다. ‘읽기라는 습관’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라고 전했다.

이 간사는 “지금은 기획과 편집을 할 때부터 마케팅을 고려해야 하는 ‘통합 스케줄링 마케팅’ 시대다. 독자 중심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자신을 오픈해 고객과의 이야기 속에서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며 “‘컨테이너 비즈니스’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로 가야 한다. 책 자체의 메시지를 직접 건네면서 독자의 삶을 변화시키고 책이 매력적임을 흥미 있게 경험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승용 수요독서회
▲이승용 간사와 최경환 연구원, 설요한 운영위원(왼쪽부터)이 토론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이제 ‘독자의 귀환’, ‘독자의, 독자에 의한, 독자를 위한’ 출판의 시대가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독자를 ‘지식소비자’로 바꾸면 인문학 연구자들 모임인 에라스무스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며 “출판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비즈니스’가 진행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은 자신들이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승용 간사는 “서점과 신문광고라는 플랫폼이 붕괴되면서, 출판계는 자체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 지금은 SNS를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과 팬덤의 시대이다. 독자들이 마케터가 되어 스스로 책을 알리도록 해야 한다”며 “독서 문화로 일컬어지는 ‘읽는 습관’을 라이프스타일로 구축해야 하는데, 개별 출판사들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빅데이터는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들만을 제공하는 기술을 날로 발전시키고 있다. 개별 독자들이 ‘선호하는 책’에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이 큐레이션에 대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양날의 검이다. 이미 그것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우리 자신을 정의내리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면 조작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출판사 입장에서는 알고리즘과 빅데이터가 매력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마케팅 차원이 아닌 민주주의나 인문주의 차원에서는 알고리즘을 냉담하고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AI 시대는 우리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결론에서 이승용 간사는 “지금 나는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읽고 있는가. 앞에서도 봤지만, 여기서 ‘읽는 것’은 책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독자의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 저항적 독서 운동에서, 취향적 독서 일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연구원은 “이런 저런 아카데미에서 일했는데, 아카데미는 좋은 책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라며 “말씀처럼 이제는 독자를 만들어 놓고 책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 독자군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후에는 질의응답과 토론도 진행됐다.

인문학&신학 연구소 에라스무스(Erasmus Institute for Humanities and Theologies)는 인문학과 신학을 공부한 연구자들이 모여 에라스무스의 정신을 따라 성경, 교회, 인문학 전통들을 존중하며 비판적으로 계승하고자 함께 연구하고, 그 연구 과정과 성과를 나누는 기관이다. 수요독서회는 매달 한 권의 책을 놓고 발제와 토론을 갖고 있으며,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