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세습’은 성경적으로 바람직한가?

김진영 기자 입력 : 2018.11.17 19:31

기독교학술원, 영성포럼 통해 고찰

기독교학술원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일호·소기천·이승구·김영한·김윤태·이상원·안계정 박사 ⓒ기독교학술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16일 오후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목회세습과 바른 승계'라는 주제로 제31회 영성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균진 박사(연세대 명예교수)가 설교하고 김영한 박사(원장)가 개회사를 전한 후 이일호 박사(이스라엘 연구소 소장), 이승구 교수(합동신대 조직신학, 한국개혁신학회 회장), 이상원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장,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 회장)가 차례대로 성경신학적·조직신학적·기독교윤리학적 입장에서 발제했다. 논평은 소기천 교수(장신대 신약학), 김윤태 교수(백석대 조직신학), 안계정 박사(평택나눔교회 담임)가 맡았다.

"모든 인간적 권리 포기한 모세"

김균진 박사는 설교에서 끝내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모세를 언급하며 "자기 아들이라도 대신 들어가서 통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모세는 이 권리마저 깨끗하게 포기한다. 그는 자기의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눈의 아들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운다. 모세가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의 깊은 존경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곧 자기의 모든 인간적 권리를 포기한 데 있다"고 했다.

이어 김 박사는 "모세의 모습에 비추어 볼 때, 어떤 방법과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던 간에, 대형교회의 세습은 하나님의 뜻이 아닐 것"이라며 "인간적 미련과 욕심에서 해방된 깨끗한 인격의 소유자라면, 자기의 후임 목회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아들은 애초부터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형교회 세습, 권력과 재정이 문제 야기"

개회사 한 김영한 박사는 "목회 대물림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직분 등용의 방편 중에 하나"라며 "그런 점에서는 목회 세습에 과도한 적대행위나 발언을 하는 것은 다듬어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청교도 목회자인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는 외조부 솔로몬 스토다드(Solomon Stoddard)가 목회하던 노드햄턴(Northhampten) 회중교회의 부목회자로 가서 외조부의 별세 후 후임자가 되었다. 그의 목회승계가 기독교계에서 윤리적 쟁점으로 제기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형교회 세습은 권력과 재정권 때문에 문제가 야기된다"며 "(그러므로) 인사권 등 목회자의 권력 사용을 제한하고, 교회재정 관여 자체를 엄격하게 차단하는 방향으로 교회법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세습 문제 자체가 제도적으로 무의미하게 된다"고 했다.

"타락한 인간, 정상적인 세습도 뒤틀리게 만들어"

이어 '성경은 한국교회의 세습을 어떻게 말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일호 박사는 "담임목사 세습 자체를 악으로 여기는 인식은 바른 접근이 아니"라며 "(세습이) 교회 안에서,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직분 등용의 방편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점에서는 혈통적 세습에 알레르기 반응이나 과도한 적대행위나 발언을 하는 것은 교회개혁을 위해서, 시민운동 측면에서도 다듬어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 박사는 그러나 "인간의 타락은 하나님께서 세우시고 작동시키신 정상적인 세습도 뒤틀리게 만들었다"며 "예수님 없는 양, 즉 예수님 없이는 교회가 아니다. 또한 예수님을 두 번째로, 다음으로 섬기는 교회나 사람은 다 절도요 강도인 것이다. 한국교회 세습에 예수님이 문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물어보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세습은 시도치 않는 게 덕"

두 번째 발표자였던 이승구 박사는 '세습 문제에 대한 한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특히 이 박사는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담임목사가 되는 경우를 예로 들며 "이를 비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방도로는 없어질 교회 공동체를 이어 갈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그러므로 우리들이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세습이라는 말은 그저 아버지를 이어 아드님이 목사가 되는 것이나 심지어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며 "진심으로 고난의 길로 나아가려 한다면 그것을 세습이라고 비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경우도 지금처럼 세습 문제로 온 교회들이 복잡해진 상황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 더 덕스러운 것"이라며 "더구나 심각한 문제는 대개의 경우에 상당히 힘이 들고, 더 나아가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교회 개척(church planting)이라는 고난의 과정이 없이, 상당히 큰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그 아들이나 사위, 가까운 친척이 계승하려고 할 경우이다. 또한 상당히 규모 있는 교회 공동체의 장로님들의 아들이나 사위, 가까운 친척이 담임목사직을 차지하려고 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이런 경우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판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이는 혈연의 끈을 가지고 어떤 유리함을 얻으려 하는 것의 하나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 지금까지도 만연한 혈연, 지연, 학연의 끈으로 모든 것을 하려고 하는 오랜 관행을 참으로 잘라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한국교회와 사회의 상황'에서는 담임목사직 세습이 '일정한 특권이 혈연적으로 계승되는 세습임이 분명해 보인다'는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편집자 주)와 집필진의 진술(「교회 세습 하지 맙시다: 교회 세습 반대운동 연대보고서」-편집자 주)이 정확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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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법적 규제보다 재정 관여 차단의 방향으로"

끝으로 '목회직의 혈통상의 계승은 정당한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상원 교수는 "성경은 목회직의 혈통상의 계승이 옳은가의 여부에 대하여 직접적인 답변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구약성경은 목회직이 가족의 상속권,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제사장의 특성들, 왕권과 통합된 상태로 혈통 상으로 계승되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구약성경의 사례들은 신약시대 이후의 목회직 위임의 롤-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신약성경은 혈통상의 계승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직접적인 논평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서 "한편 현대 목회직의 직접적인 기원을 말하고 있는 사도행전과 서신서는 교회직원의 직무가 혈통상으로 계승된 사례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사도직은 혈통상으로 계승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바울을 마지막으로 차세대로의 계승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성경이 침묵하고 있는 사안에 대하여 교회법을 통하여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역차별의 문제를 포함하여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이 방법보다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섬김을 특징으로 하는 목회직의 본질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교회법을 강화시키고, 목회자가 교회재정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엄격하게 차단하는 방향으로 교회법을 강화시킴으로써 혈통상의 계승 문제 자체가 무의미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이와 같은 제도적인 장치에 더하여 오늘날의 한국사회의 현실이 혈통상의 계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여 복음전도가 심각한 방해를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혈통상의 계승을 자제하도록 도덕적으로 지속적인 경고를 표명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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