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25년 만에 예배당 재건축을 한다하니 이러저러한 감회가 많습니다. 개척 13개월 만에, 만난 지 6개월도 안 된 성도들이 절반이 넘는 그 시절에, 430명의 성도들과 건축위원들이 그야말로 모든 수고와 애씀 다하여 지금의 예배당을 건축하였습니다.

이제 3개월 후에 현재의 장소에 새로운 예배당을 짓기 위하여, 어디론가 가서 16개월을 보내야 합니다. 새 예배당은 여러 좋은 면모를 갖추고 있겠다라는 마음의 기대도 있지만, 현재의 예배당이 지어지게 되었던 당시의 상황과 모습, 그리고 나누었던 모든 애환이 떠오릅니다. 떠나보내야 한다니 아쉽고 그립고 왠지 허전한 많은 잔상과 떠오름들이 마음을 또한 채웁니다.

지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은 그리움이 될 것이고, 새것에 대한 기대는 감사와 기쁨이 될 것입니다. 어느 날 현재의 예배당 전체와 곳곳을 사진과 뇌리 속에 잘 넣어둘 것이고, 곳곳에 스며있는 추억진 기억의 조각들을 되새기며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새로움을 맞이할 것입니다.

언제 누가 여기 앉아 있었지? 그 행사 그 자리에서 누가 무엇을 했었지? 누가 저 위치 있었던가? 그때 어디가 비가 샜었더라? 어느 자리가 스피커가 잘 안 들렸었지? 이 자리가 누구 자리였었지? 수많은 머리에 찍혀 있는 사진들이 활동필름처럼 돌아가며 우리의 이전을 새롭게 할 것입니다.

교회 설립예배 드린 후 시간이 지나 이제는 28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크게 감사한 것은 함께 있었던 모든 분들이고, 그중에서 더 표현해서 더 감사한 것은, 지금도 이 순간까지 힘겨워도, 마음에 안 들어도, 속상해도, 그 모든 것을 소화하고 흡수하여, 곁에 함께 있어주는 고마운 성도들이며, 우리라는 표현 속에 함께 있어주는 분들입니다. 오래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시간과 공간 안에 포함되어진 많은 사연과 마음과 깊이를 공유합니다.

교회 앞에 나무가 두 그루 있습니다. 목련과 단풍나무입니다. 이 예배당과 함께 있어지기 시작했으니, 벌써 25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나무의 굵기도 상당히 든든해지고, 가지도 잎도 꽃과 짙게 붉은 가을 단풍잎도 무성합니다. 무엇보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더 푸근해지고 그득해짐을 봅니다.

이번에 예배당 지을 때, 그 나무 두 그루도 함께 있기로 하였습니다. 이제 곧 겨울 전에 전문 조경업체에서 이식해가서, 일 년 반 정도 관리받고 자라게 하다가, 예배당 지으면 그 나무 두 그루 서게 할 자리를 고려해서 설계한 후에 가장 알맞은 위치에 두려 합니다.

나무도 25년 넘으니 한 식구가 되어 그냥 묻혀지는 대로 두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길을 찾습니다. 끝까지 함께 함은 감사고 사랑이며, 가슴에 피는 꽃이고 그리움 그윽함 푸근함입니다. 평생 함께 가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