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왜곡되고 망가진 상징들, 맘몬이 흩트려 놓은 세속의 상징들로 가득한 시대에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복원하는 것이 시급한 시대이다. 우리가 복원하려는 것은 예배와 예술이다.”
- ‘상징의 복원’ 작가 코멘터리 中

전은호 작가
▲전은호 작가가 본인이 작업한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그래픽 추상’의 선구자 전은호 작가가 12월 개인전을 앞두고 15일 영등포교회 솔루나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산업디자인과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전은호 작가는, 한국 시각정보 디자인협회 타이포그래피분과 회원으로 활동, 올커뮤니케이션 기획 이사로 재직시 코레일, KT&G, 인천공항, MBC, 동부센트리벨, 뚜레쥬르, 세종문화회관 등 다수의 기업 이미지 디자인 작업을 수행해 왔다. 동시에 작가로서 Type & Space 展, 우노그래피 초대작가 展 등을 개최했다.

또한 ‘그래픽 디자인’과 ‘추상화’의 개념을 섞은 ‘그래픽 추상’이란 새로운 예술장르를 개척한 그는 현재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일의 전문가로서 그 지경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특별히 세상의 타락한 상징을 다시 복원하고자 ‘상징의 복원’이라는 주제로 정했다.

- 원래 그래픽 디자인, 기업 브랜드를 주로 해오셨지요.

“기업 이미지 회사 대표를 맡으면서 우리나라 유명 대기업 등에서 많은 경험을 했죠. 저의 초미의 관심사는 수퍼 브랜드,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독교 디자인 영역을 보면 소박하고 비전문적인 면이 없잖아 있어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또 언어가 너무 게토화 돼 있고, 하드웨어는 투자하는데 소프트웨어는 너무 투자를 안 한단 느낌이 있죠.

그러나 세상의 세속적 가치를 뛰어 넘어설 수 있단 믿음이 분명 있습니다. 디자인 회사를 설립했는데, 여러 결과물을 보며 만족도 했지만,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감성, 영성을 갖추고 세상에 나가 대항하고 저항할 수 있는 예술가로서 젊은 분들에게 도전을 끼치고 싶고 서로 교감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다일공동체, 밥퍼, 올포워십의 ‘모두를 위한 성탄절’ 등 로고와 커버 기부를 했는데, 문화적 풍요를 같이 경험하고 싶습니다.”

전은호 작가
▲전은호 작가는 “하나님의 어릿광대, 하나님의 피에로가 되고 싶다”며 작품 곳곳에도 ‘피에로 아이콘’을 숨겨놓는다고 한다. ⓒ김신의 기자

- 추상화의 길은 어떻게 들어서게 됐나요.

“디자인을 하면서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있었는데, 추상화를 하면서 디자인보다 재미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자유로움을 경험했죠. 제가 바로바로 실행에 옮기는 기질을 가졌는데요. 피카소가 ‘백지를 보면 막막하다’고 물론 저도 그런 면이 있지만 반고흐가 ‘그릴 수 없단 내면의 소리가 들리면 바로 그려버린다’고 말하듯 겁 없이 그리니 그림에 자유가 있던 거 같아요. 최근에 눈이 부실한데 사물이 왜곡돼 보이더라고요. 결국 추상 화가로 가야하는 것이 나의 길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됐고. 또 그림을 그리는게 정년 퇴임이 따로 없으니까 제가 작전을 짰습니다(웃음).”

- 추상화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추상 페인팅에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다양한 느낌을 경험하고 공감하는 자신들만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신비로운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그림이고 각각 자기만의 개성이 있기에 방식 자체가 탁월하고요. 추상은 이유없이 본능적으로 좋은 것이기도 하죠. 색채야 말로 가장 근원적인 추상의 표현이니까요. 색체는 메시지의 본체이기도 하다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그 속을 들여다 보는 작업이 예술가의 거룩한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지만 추상미술은 대중에게 어려운 경우가 많은 데요.

“대중이 구상화를 선호하긴 하지만, 추상화를 생활 속에서 누구에게나 쉽게 공유하고 싶단 마음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입장에서 우리를 그리는 것 자체가 추상화라고 생각하면, 추상화는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나 추상 화가가 될 수 있어요. 자기 마음 속 그림을 표현하는 거죠.

사실 추상화는 정말 변화무쌍해요.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과학이 아니에요. 이해하려는 순간 관념의 늪에 빠지죠. 그저 마음 가는데로 즐기면 됩니다. 현대미술이 자본주의와 결탁되면서 천문학적 값이 매겨지고, 구호들이 개인소장하고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자유로운 추상이 아닌 거죠. 아이러니하게 이분들도 마지막엔 갤러리에 기부를 합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생활 속에서 소박한 이란 모토로 내걸고 결코 어렵지 않은 ‘추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전은호 작가
▲전은호 작가는 “디자인 전공한 사람들이 겸비되고 훈련되어 하나님 나라의 무기로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신의 기자

- 이번 전시에 대해 소개해주시자면.

“트리니티 갤러리랑 3년 전 전시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이번에 초대작가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2년 동안 준비한 작품 120점 중 이번에 35점 정도 설치하게 될 거 같아요. 100호 사이즈 작품이 10점 정도 됩니다.”

- 오프닝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홍성헌 감독이 MC를 봐주시고, 전시에 도움이 되게끔 이필준 평론가님이 오프닝 때 얘기를 해주시려 합니다. 그림 그릴 때 제게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모시게 됐습니다.”

- ‘상징의 복원’이라는 주제는 어떻게 정하게 됐나요.

“좋은씨앗의 이강혁 목사님과 교제를 나누다가 정했습니다. 세상의 타락한 상징, 어둠의 문화, 이런 것들이 파고들어왔는데, 그것에 대한 대안이 전무하다 싶었습니다. 국지적 저항은 있지만 체계적인 건 없고, 그래서 상징으로 되돌려 놓고자 주제를 정했습니다. 전시 기간 중 하루 이강혁 목사님을 불러 왜 상징을 복원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려 계획 중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미묘한 것을 드러내지 못하니 영화관을 간다는 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습니다. 세속의 상징에 중독되고 집착할수록 속이 타고 목마른데, 이는 허구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잠재된 욕망과 타락한 상상력이 하나님의 창조에 벗어나 있기에 큰 혼란을 야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각인의 방식이죠. 십자가의 거룩함, 초월적인 아름다움, 그리스도의 영광의 아름다움으로 되돌려 놓고자,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영속적 상징을 복원해보려는 노력의 시간을 보내며 준비했습니다.”

전은호 작가
▲전은호 작가가 디자인한 솔루나 카페 작업. 태양과 달을 뜻하는 언어 ‘SOLEUNA’는 이사야 60장 20절의 ‘다시는 네 해가 지지 아니하며 네 달이 물러가지 아니할 것은 여호와가 네 영원한 빛이 되고’에서 따왔다. 태양과 달을 형상화 한 상징이 가득하다. 태양과 달의 동그란 형상, 빛을 형상화 한 글자는 성경구절. ⓒ김신의 기자

-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있는지.

“기본적으로 추상화가 근간인데, 예수님의 이름을 글자로 소개한 작품도 좀 많이 있습니다. 추상화가 현대적 타이포그래피를 만나면 굉장히 파워풀해집니다. 페인팅 위에 타이포그래피를 합치면 훨씬 재미가 있죠. 사람들이 어려워하니 한글도 넣고 성경을 넣어 소통을 합니다. 너무 어려워서 저 혼자 이상한 세계 이야기하고 돌아가는 건 의미가 없거든요. 진솔하게 커뮤니케이션 무브먼트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엽서도 잔뜩 갖다 놓고 팬시풀(Fanciful)하게 접근한 것도 있습니다.”

- 크리스천의 추상화가 다른 점이 있을지.

“세속, 맘모니즘의 영향권 안에 놓였는지 여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장 미쉘 바스키아, 앤디 워홀, 키스 해링 같은 분들을 굳이 따질 건 없겠지만 그분들 그림이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가진 그림인 거 같진 않아요.”

-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뮤즈’를 이야기하는데, 작가님의 ‘뮤즈’는 무엇인지.

“판에 박힌 이야기가 아니라 명확하고 거부할 수 없는 뮤즈가 한 사람이 있습니다. 제 그림은 그 뮤즈가 제 마음에 들어와서 나온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자폐아를 앓고 있는 제 아들이 저의 뮤즈입니다. 29살인데 두세살 아기처럼 대하는데,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좋습니다. 아내보다 많이 안아줘요. 얼굴을 부비면 그 안의 사랑이 제 안에 전달 됩니다. 그럼 전 그림을 그리고, 지금도 저의 뮤즈가 저와 오래도록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전은호

전 완벽히 성령에 취해 본 적이 없어서 ‘성령에 취하면 더 감당 못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스토리를 만드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고난 주간에 한 번에 끝낸 그림(사진)이 있습니다. 색을 하나만 썼는데 세마포처럼 보이더라고요. 또 빛이 떨어지듯 사선이 하나 있는데, 사실 이건 제가 잘못해서 천이 구겨진 것인데, 하나의 빛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림은 오래 그렸다고 짧게 그렸다고 대작이 아니더라고요. 앞으로도 저렇게 그리긴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가장 되돌려 받고 싶은 그림이에요. 저도 이해가 안 갑니다. 하나님은 추상화에 가깝고 구상화는 아닌 거 같습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우주적이니 말이지요. 그래서 전 추상화가 하나님을 닮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예수님’을 생각할 때 느끼는 색이 있는지.

“최근엔 오렌지 색이 떠오릅니다. 제가 아는 상식으로 오렌지가 색 온도가 높은 색인데, 오렌지는 바이탈(vital)하기도하고 초록색하고도 조화가 잘 되는 색이죠. 그래서 오렌지 색을 많이 쓰게 됐는데, 그분의 색체는 제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무지개 모든 색, 1360만 색, 이 지구상의 모든 아름다운 색으로 그분을 드러내야 한다 생각하죠. 아직 그려야할 색이 너무 많네요. ‘All Colors For Jesus’. 이게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한편 전은호 작가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디자인 변화를 위해 다일공동체, 밥퍼 등의 로고 제작, 서울 금란교회, 왕성교회, 오륜교회, 사랑의교회, 영등포교회, 용인 우리제일교회, 대구 범어교회 등 다수 교회 브랜딩 및 환경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현재 지니즈디자인 대표와 디자인발전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장신대학교 외래교수,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전은호의 타이포그래피 세상읽기(비비컴)’, ‘잠자는 교회 디자인을 깨우라(예영커뮤니케이션)’, 작품집 ‘UNOGRAPHY’ 등이 있다. 전은호 작가의 개인전 ‘상징과 복원’은 12월 11일부터 31일까지 양재 횃불회관 트리니티갤러리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