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해당 방송 예고.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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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방송의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 10월 9일 '명성교회 800억 비밀' 편을 통해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 목사와 아들 김하나 목사의 세습이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교회 재정을 담당했던 장로가 4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비자금 800억 원의 실체가 드러났고, 명성교회의 1,600억 원 상당의 전국 부동산 보유 내역 등도 알렸다. 원로목사가 교회 내에서 지나치게 우상화 되고 있다는 것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

이 방송을 보면 마치 명성교회 원로목사가 이단사이비 교주처럼 보이고 허무맹랑한 설교로 거액의 헌금을 끌어 모아 치부하는 것처럼 비친다. '비자금'이라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해서 마치 명성교회가 비리의 온상이고 김삼환 부자의 사유재산인양 부정적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명성교회 10만 명 교인들은 그것도 모르고 김삼환 목사를 하늘처럼 떠받들고 있는 우매한 자들로 비친다. 이 프로가 4.6%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을 보면 PD수첩은 명성교회를 제물로 한 건 한 셈이다.

이 보도에 대해 명성교회측은 "800억 원의 적립재정이 교회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되어 왔으며 2014년부터 매년 당회와 공동의회의 보고와 승인 절차를 거쳤고, 적립재정으로 성전 리모델링, 지교회 개척, 저개발국의 학교와 고아원, 선교센터 건립에 사용하였으며 앞으로도 은퇴목회와 미자립 교회 지원사업 등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반박하였다. 명성교회가 MBC에 대한 법적 조치를 언급하였으므로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그 진실 여부를 떠나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명성교회가 교인들의 헌금으로 수많은 부동산을 취득하고 거액의 적림금을 교회 내에 쌓아두었다는 것 자체가 세속인들은 물론이고 기독교인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그런데 이 보도를 접하면서 한 가지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다. 비리 고발이라는 주제와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교회를 방문한 전직 대통령을 환영하는 모습이나 국가조찬기도회에서의 언급, 세월호 사건에 관한 설교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이다. 명성교회의 수많은 설교와 행사 중에서 거두절미하고 몇 가지만을 뽑아내어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이라는 인상이 짙다. 그래서 교계 일각에서는 전 정권과 가까웠던 일부 교회를 손본다는 루머가 돌고 그 첫 타켓이 명성교회라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 그 공과를 떠나서 전직 대통령이 일개 교회를 방문하면 환영하는 것이 예의이고, 대통령을 위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현직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하는 것이 통례이다. 하여 금년 초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교계 지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노력을 찬양하고 위해서 기도하였다.

이제까지 일부 교회가 재정을 엄격하게 관리지 못하여 교회 재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헌금의 일부를 특별회계로 조성하여 이 돈을 가지고 교회건축이나, 선교비지원, 사회복지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불법적 이미지를 가지는 비자금으로 몰아붙이고 교회를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적 의미에서의 교회란 전체 교인들을 가리키므로 이는 결국 어려운 형편에서도 성심껏 헌금한 전체 교인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다.

공중파 방송의 힘은 크다. 이 방송이 나가자 일반 사회인들은 물론이고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명성교회가 맞을 짓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말은 양쪽 말을 다 들어보아야 한다. 과거 일부 방송이 조그만 사실을 침소봉대하고 편향적으로 짜깁기해서 특정인을 매장시킨 일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정·반론보도청구라는 구제수단이 있다. 최근 대법원은 정통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낙인찍힌 신천지교회측이 CBS의 고발프로그램 '신천지 out'에 대해 낸 소송에서조차도 공정한 기회 보장이라는 근거로 반론보도청구를 대폭 허용한 바 있다.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교인이라면 섣부른 비난보다는 무엇이 진실인지를 차분히 기다리고 교회의 자정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서헌제(교회법학회 회장, 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