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대 콜로퀴움 정재영
▲정재영 교수가 설문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창조와 진화: 교회 안의 긴장과 공존’이라는 주제로 ‘과학과 신학의 대화(과신대)’ 제12회 콜로퀴움이 12일 오후 서울 봉천동 더처치 비전센터에서 개최됐다.

콜로퀴움에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창조와 진화에 대한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인식’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지난 2018년 상반기 전국 19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응로 한 온라인 조사 결과이며, 구체적인 결과는 지난 8월 출간된 <지질학과 기독교 신앙(IVP)>에 담겨 있다.

먼저 ‘지구 나이(연대)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한 데서(6천년-1만년) 유래한 ‘젊은 지구론’이 15.1%, 지질학적 연대 측정 결과(45억여년)에 의한 ‘오랜 지구론’이 55.3%, ‘잘 모름’이 29.6%였다.

그러나 각 이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이후 다시 질문한 결과, ‘젊은 지구론’에 대한 응답은 28.6%로 대폭 늘었고, ‘오랜 지구론’은 52.3%로 다소 감소했으며, ‘잘 모름’도 19.1%로 줄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젊은 지구론이 보다 성경에 근거한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명 이전 ‘젊은 지구론’과 ‘오랜 지구론’을 들어봤다는 응답은 36.3%, 77.8%였다.

성경의 ‘창조 기록’에 대한 인식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과학적으로도 틀림없는 사실이다(42.0%)’와 ‘신학적 교훈이 핵심이므로 과학적으로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41.2%)’가 엇비슷했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 기록된 설화/신화’가 12.0%, ‘잘 모르겠다’가 4.8%였다.

정재영 교수는 “성경 말씀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옳다고 봤다”며 “반면 말씀 중 과학에서 말하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고 신학적 메시지가 중요하기에 과학적으로 따지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여겼다”고 전했다.

‘아담의 실재’에 대해선 ‘실제 존재했던 인물’ 63.5%, ‘실제 존재하지 않은 상징적 인물’ 25.3%로 각각 응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11.2%였다. 이에 대해 “아담 실존에 대해 성경 연대를 추정해 1만여년 전 첫 번째 인류로 하나님께서 아담을 창조하셨다는 입장, 이보다 훨씬 오래 전인 약 15만년 전 진화적 창조 과정 중 고대 조상의 대표로 선택하셨다는 입장, 아담을 고유명사가 아닌 ‘사람’이라는 일반명사로 봄으로써 집단으로 보는 입장, 단지 상징적 인물로 보는 입장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노아의 홍수 사건의 실재 및 발생 범위’에 관해선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는 응답이 72.7%, ‘고대 세계의 설화/신화’라는 응답이 19.2%, ‘잘 모르겠다’가 8.1%였다. ‘실제 일어난 사건’ 응답자들 중에서는 ‘전 세계를 뒤덮은 홍수 사건’이라는 입장이 68.8%, ‘일부 지역에만 나타난 홍수 사건’이라는 입장이 27.0%, ‘잘 모르겠다’ 4.3%였다.

정 교수는 “‘젊은 지구론’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지구의 나이가 적기 때문에 현재의 두터운 퇴적층이 형성된 과정을 지구적 대홍수로 설명한다”며 “반면 국지적 홍수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현대 지질학적 발견에 따라 단 한 번의 대홍수로 세계 각지의 성층암과 화석들이 생성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랜 시간 점진적 과정으로 형성됐다고 보면서 지구의 나이 역시 수십억년으로 추론한다”고 했다.

아담과 노아의 홍수 사건을 볼 때, 설문 개신교인 응답자들은 성경 속 사건을 실제 일어난 것으로 여기는 비율이 전체의 60-70% 정도로 보인다.

과신대 콜로퀴움 정재영
▲정재영 교수가 설문 결과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창조와 진화’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모든 생물을 각기 그 종류대로 창조하셨다’는 창조론 지지 입장이 64.5%로 가장 많았다. ‘하나님의 섭리 하에 현재의 생물 종류로 진화됐다’는 유신 진화론이 16.9%였으며, ‘하나님 없이 현재의 생물 종류로 진화됐다’는 무신 진화론이 11.5%였다(잘 모르겠다 7.0%).

정재영 교수는 “이 조사에서 ‘창조론’은 여성, ‘유/무신 진화론’은 남성들에게서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높게 나왔는데,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높음을 볼 수 있다”며 “‘진화적 창조론’이 ‘진화론’보다 높게 나온 것은, 최근 ‘진화적 창조론’에 대한 입장이 알려지면서 진화론-창조론의 양립 가능성을 인식하고 일종의 합리적 대안으로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화론과 기독교 신앙이 양립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없다’가 48.1%로 ‘있다’는 40.3%보다 다소 높았다(잘 모르겠다 11.7%).

그는 “‘양립할 수 없다’는 여성, ‘있다’는 남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앞에서처럼 여성들이 성경을 보다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수적 신앙층과 중직자층에서 ‘없다’가, 진보적 신앙층과 일반 성도층에서 ‘있다’가 각각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보고했다.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이해도’에서는 양 입장에 대해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가 22.0%와 9.7%,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41.3%와 40.8%, ‘보통이다’ 25.5%와 34.6%, ‘별로 잘 이해하지 못한다’ 9.6%와 11.4%,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1.6%와 3.5% 순이었다.

정리하면 창조론과 진화론을 ‘이해하고 있다’가 63.3%와 50.5%, ‘이해하지 못한다’가 11.2%와 14.9%로 나타나, 기독교인들은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 등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받은 요소’를 질문한 결과(복수응답), ‘교회 설교/강의’와 ‘학교 수업’이 61.9%와 58.2%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책’ 40.9%, ‘언론매체’ 26.4%, ‘인터넷/SNS’ 25.7%, ‘사회 단체 강의/교육’ 12.4%, ‘주위 사람’ 9,8%, ‘기타’ 2.3%, ‘없다’ 2.8% 등이었다.

정 교수는 “여성은 교회 설교/강의, 남성은 학교 수업과 책에 각각 영향을 받는 비율이 높았고, 보수적 신앙층과 중직자층은 교회 설교/ 강의, 진보적 신앙층과 일반 성도층은 학교수업과 책에 각각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신앙관이 진보적인 사람들은 교회 설교나 강의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학교 수업이나 책에서 얻는 정보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론했다.

‘성경 내용을 과학적으로 의심해 본 경험’에 대해서는 ‘있다’가 59.0%였다. ‘있다’는 이들의 대처 방법으로는 ‘하나님 말씀이므로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37.2%, ‘여전히 의심을 품고만 있다’ 25.3%, ‘의심이 가는 내용은 과학적 사실을 더 믿는다’ 21.0%, ‘어떤 것이 사실인지 알아본다’ 13.7%, ‘기타’ 2.8% 등이었다.

‘없다’고 답한 41.0%의 응답자들에게 이유를 묻자 ‘성경은 과학을 다루는 책이 아니어서’가 72.6%로 월등히 높았고, ‘과학적으로 위배되는 내용이 있을 수 없으므로’가 23.2%(기타 4.2%)였다.

정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성경과 과학이 별개이므로 내용을 과학적으로 의심하지 않거나, 의심되더라도 하나님 말씀이므로 순종하고 넘어가는 태도가 가장 많았다”며 “문자적으로 성경 내용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보다, 성경 내용은 신학적 가르침이 중요한 것이지 과학적 일치에 대해 개의치 않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경 내용과 과학의 주장이 엇갈릴 때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성경의 기록을 믿는다’는 사람이 76.1%로 가장 많았다. ‘어려운 문제이므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12.6%, ‘어떤 것이 맞는지 알기 위해 노력한다’ 7.5%, ‘과학의 주장을 믿는다’ 3.8% 등이 뒤를 이었다.

‘성경을 과학적으로 의심해 본 적 있다’는 이들 중에서는 50.0%가 ‘성경의 기록을 믿는다’고 답했다. ‘어려운 문제이므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24.9%, ‘어떤 것이 맞는지 알기 위해 노력한다’ 14.2%, ‘과학의 주장을 믿는다’ 10.8%였다.

‘성경을 과학적으로 의심해 본 적 없다’는 이들은 ‘성경의 기록을 믿는다(31.9%)’보다 ‘어려운 문제이므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33.6%)’가 더 많았다. 이 외에 ‘어떤 것이 맞는지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18.8%, ‘과학의 주장을 믿는다’ 15.7%였다. 그는 “탐구하기보다는 회피하거나 한쪽을 쉽게 믿는 경향과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