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나 어려움이나 실망스런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숨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저는 중요한 약속이 있었습니다.
옷을 차려입고 나가려는데,
만날 수 없다는 전화가 갑자기 왔습니다.

실망스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리에 앉아 묵상을 하며 방송 원고를 썼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장모님) 방에서 쿵하며
무엇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얼마 후 느낌이 이상하여 어머니 방문을 열어보니,
팔순이 다 되신 어머니가 쓰러져 꼼짝도 못하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신음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신 채!

나중에 알고 보니 장롱 위에 무엇을 꺼내시려고
의자 위에 올라가셨다가 갑자기 어지러워
그대로 떨어지고 마신 것이었습니다.

허리 뼈에 금이 가고 생사의 갈림길이 될 뻔 한
큰 부상을 당하셨습니다.
저는 즉시 119를 불러 어머니를 모시고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만일 약속이 약속대로 이루어졌다면,
어찌 되었을까?
그날 주방 가스레인지엔 어머니가 올려놓으신
음식도 끓고 있었습니다.
나마저 없는 집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찌 되었을까?

살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이 있습니다.
약속이 깨지고, 가려는 길이 막히고,
꼭 때에 맞추어 이루질 일이
지체되는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실직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병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 그 속에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기회와
감사하여야 할 어떤 돌보심이 들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진정으로
우리를 지키시고
사랑하시니 말입니다.
<2005.11.4. 다시 묵상함. 연>

<오늘의 단상>
놓을 것은 놓아 버리십시오.
썩은 밧줄을 놓아야
튼튼한 새 밧줄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이주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