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상 최초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이식인 만남 이뤄져

김신의 기자 입력 : 2018.11.05 16:48

정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술 날짜·병원·기증인 나이 모든 정보 일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도너패밀리
▲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 정대규, 남기주 씨의 손을 맞잡은 이식인 조은설 씨(오른쪽).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와 한화생명(대표이사 차남규 부회장)은 11월 3일(토)부터 4일(일)까지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에서 ‘생명의물결 1박 2일 캠프’를 진행했다. 이번 캠프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와 이식인 등 총 90여명이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생명나눔의 추억을 쌓았다.

도너패밀리는 지난 2013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결성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의 모임으로 매해 소모임 및 연말모임 등 행사를 진행하며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이식인들과 함께 떠나는 1박 2일 캠프는 처음 있는 일로 도너패밀리들은 출발 전부터 이식인들과 보낼 시간들을 기대하며 캠프를 준비했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캠프를 기다린 것은 이식인들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이번 캠프에서는 수술 날짜·병원·기증인 나이 모든 정보가 일치하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국내 사상 최초로 만남을 가져 감동을 더했다. 2014년 7월 15일 뇌사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아들 정동윤 씨(당시 29세)를 가슴에 묻은 남기주(여, 64세)씨는 같은 해, 같은 날, 아들과 같은 나이의 남성에게서 췌장을 이식받은 이식인 조은설(여, 40세)씨를 만났다.

조 씨는 “기증인 가족분과 이야기하는 도중에 제게 췌장을 기증하신 분과 모든 것이 똑같아 너무 놀랐다”며 “이 자리에 함께한다는 사실이 꿈만 같고, 제게 생명을 주신 분의 가족들이라고 생각하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건강한 조 씨의 모습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은 남 씨도 마찬가지다. 조 씨를 꼭 안아주며 “건강하고, 행복해라”는 말을 전한 남 씨의 모습에 함께 자리한 도너패밀리와 이식인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정보 공유가 금지되어 있어 가족의 장기가 누구에게 이식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남 씨와 조 씨의 만남은 더욱 특별했다. 남 씨는 “지난해 도너패밀리 연말 모임에서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이식받고 건강한 이식인들의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아 이번 캠프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꼭 내 아들에게 췌장을 이식받은 것 같은 은설 씨를 만나 너무 가슴이 떨리고,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도너패밀리
▲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에게 전달할 팔찌를 들고 있는 이식인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신장·췌장 이식인들 모임의회장을 맡고 있는 송범식 씨는 캠프에 참석해 “유가족들에게 이식받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건강하고 활기차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우리의 밝은 모습이 조금이나마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이 캠프에 함께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캠프는 컵타와 라인댄스 등 도너패밀리와 이식인들이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레크레이션으로 시작됐다. 한 자리에 모인 도너패밀리와 이식인들은 함께 박수치고 춤을 추며 마음을 열고 가까워졌다. 이후에는 참석자들이 가장 기다린 도너패밀리와 이식인들의 만남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캠프를 통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전수애(여, 41세)씨는 “남편을 잃고 아이들을 혼자 키우느라 이런 모임에 함께할 여유가 없었다”며 “특별히 11월 2일이 남편과의 결혼기념일이라 딸과 함께 이번 캠프에는 꼭 참석하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 씨와 함께한 딸 이규린(15세) 양 역시 “오늘 이 자리에서 아빠가 얼마나 좋은 일을 하고 갔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도너패밀리
▲아들의 이니셜이 새겨진 팔찌를 보고 있는 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 편무성 씨.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도너패밀리들을 위해 기증인의 이니셜이 들어간 팔찌를 직접 제작한 이식인들은 유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팔찌를 걸어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식인들이 전해 준 팔찌를 손목에 걸고 한참을 매만지던 가족들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내 가족이 나에게 선물을 해주는 느낌”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식인들의 팔찌 전달이 모두 끝난 후에는 도너패밀리 모임의 부회장인 장부순(여, 75세)씨가 나와 편지를 낭독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건강한 이식인들의 모습을 보니 장기기증이라는 결정이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곁에 있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해 참석한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괜찮아. 괜찮아’라는 심리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튿날에는 1.3km가량 되는 영랑호 둘레길을 걸으며 무르익은 가을 단풍만큼 아름답게 물든 생명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생명나눔’이라는 공통분모로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현장이었다”며 “이번 캠프의 만남을 통해 장기기증인의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활발한 교류의 물고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2018년 9월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는 36,900여명이지만, 뇌사 장기기증자는 16년 573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40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희망 서약률은 전체 인구의 2.8%인 약 142만명이 장기기증서약에 참여하여 미국(51%), 영국(33%) 등에 비하면 참여율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