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일꾼들 33] 전봇대 아래서 드린 기도

입력 : 2018.11.01 00:10

3G테크놀러지
경영인으로서 내디딘 첫발은 완벽한 실패였습니다. 그러나 실패와 고난을 뼈아프게 경험한 자만이 깨달을 수 있는 교훈이 있고, 그것은 우리를 한층 성장하게 해줍니다. 시장 조사와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은 사업이 잘 안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눈물을 삼키면서 다음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한 번의 실패 때문에 다시 이전에 하던 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해보자.' 귀금속 액세서리 완제품을 고객에 판매하던 제가 직접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하게 된 것만으로도 진전이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다음 도전한 분야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넣는 가방에 필요한 금속 부속품과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청계천 주변과 평화시장이 있던 자리에는 가방 공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가방에 들어가는 금속 부속이 꽤 많았기 때문에, 집 뒷마당의 20여 평 텃밭에 새로 작은 공장을 지었습니다. 동력 프레스도 여러 대 구입하고 기술자를 고용해 금형을 만들었습니다.

겨울철 청계천 일대를 지나다니다 보면 순대국밥 집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방금 잘 먹었어도 돌아서면 배고플 20대 후반의 청년이던 저는 허기가 져도 돈이 없고 시간이 없어 식당 앞을 그냥 지나쳐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밤낮없이 물건을 납품하다 한두 끼밖에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과로와 영양실조 때문에 코피가 주르륵 흐르는 때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래도 쉬는 것은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것보다도 월급일을 앞두고 수금이 안 되면 그것보다 괴로운 일이 없었습니다.

어느 해는 구정이 코앞인데, 수금에 차질이 생겨 6~7명의 직원에게 도저히 급여를 챙겨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도저히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밤늦게 집 근처에 다다라 언덕 위에 올랐습니다. 시골 마을의 고즈넉한 밤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토록 평화로워 보이는 세상에서 저 자신만 홀로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칠흑 같은 밤, 언덕 위에 홀로 우뚝 솟은 전봇대의 불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주변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소리 없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양손으로 전봇대를 붙잡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큰일 났습니다. 이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길을 주세요.' 다행히 이튿날 어머니께서 이웃에게 고금리로 급전을 빌리셔서, 저는 급여를 제때 줄 수 있었습니다. 모두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계속>

이장우 일터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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