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신학교 갈보리교회 마크 래버튼
▲(왼쪽부터) 이웅조 목사, 마크 래버튼 총장, 통역중인 김창환 교수. ⓒ이대웅 기자
풀러신학교와 분당 갈보리교회(담임 이웅조 목사) 주최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를 위한 세미나가 10월 29일 ‘위기, 변화, 리더십’을 주제로 갈보리교회에서 개최된 가운데, 풀러신학교 마크 래버튼(Mark Labberton) 총장과 코리안 센터장 김창환 교수, 이웅조 목사 등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마크 래버튼 총장은 “풀러신학교의 미션은 하나님 나라를 통치하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변화·양육시키는 것”이라며 “그래서 생각과 마음들을 변혁시키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양육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래버튼 총장은 “우리는 단지 미국에 속한 신학교가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도자들을 양성하고자 한다”며 “세계 각지에서, 단지 목회자나 선교사뿐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또 하나님 나라를 강조한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여러 사역들에 있어서도 목회나 선교에 국한된 게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하게 감당하는 것을 원한다”며 “풀러신학교의 방향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교회를 말하고 있다”고 했다.

마크 래버튼 총장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악의 권세, 지옥의 권세로 교회를 이길 수 없으리라고 말씀하셨다. 교회는 생존할 것이다. 그러나 그 교회가 정말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라며 “오전 강의에서 말했던 이러한 권세와 힘의 위기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교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풀러신학교는 여러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성경적·신학적 헌신은 그대로이지만, 새로운 방법을 필요로 한다”며 “현재 목회 상황에서는 다양한 방법과 시도가 요청되고, 신실하고 창조적인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우리의 교과 과정에 이런 부분들을 적용하려 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에 맞춘 교육 제공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래버튼 총장은 “우리는 두 가지 종류의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한다. 먼저 학위 과정을 이수하고자 하는 전통적 의미의 전 세계 ‘학생’들”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온·오프라인으로 학위를 제공하고 있고, 온라인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 학생들은 100개국 이상 출신이다. 캠퍼스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100% 온라인으로도 학위 수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둘째 부류는 ‘학생(student)’보다는 ‘학습자(learner)’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신학교육을 받길 원하지만 학위까지 원하진 않는 이들이다. 논문을 쓰고 싶진 않지만, 수업을 듣고 싶은 이들”이라며 “무슨 사역을 하든 기독교 교육을 원하는 이들에게 집중하고자 한다. 전 세계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학위가 필요하진 않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깊이 있는 제자도가 필요하다. 풀러신학교의 플랫폼은 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래버튼 총장은 “우리 학교는 70여년만에 패서디나(Pasadena)에서 약 43.5km 떨어진 포모나로 이전할 계획이다. 패서디나의 높은 지대를 사용하면 앞에서 말한 부분에 대해 깊이 있는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풀러신학교는 앞으로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장소의 문제보다는 우리가 세계 각지에 어떻게 접근하고 그들을 섬길 것인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웅조 목사와 김창환 교수가 중간에 말을 보탠 마크 래버튼 총장과의 일문일답.

-한국교회에서는 ‘크리스천 리더십’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출발점은 무엇인가.

“오전 강의에서 말했듯 영적인 힘과 능력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 저는 항상 마태복음 7장 마지막 부분을 상기하고자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산상수훈을 마치시고, 사람들이 그 가르침과 권세에 놀랐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단지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있고 폭이 넓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대해, 마태복음 저자는 그 말씀과 행동이 일치했다고 말한다. 말씀과 행동이 일치하는 온전함(integrity)의 문제이다.

교회 역사를 볼 때, 여러 긴장과 갈등이 있었다. 교회가 체제와 조직을 강화하고, 그 체제 속 사람들에게 권세와 힘을 부여하는 자체를 위기로 볼 순 없다. 그보다는 언행일치가 안 되는 온전함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이러한 언행일치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성경과 복음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복음은 모든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리더에게 ‘많이’ 적용된다. 크리스천 리더는 완벽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지도자이든 약점과 문제점이 있다.

우리의 헌신이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하다. 권세와 힘을 갖길 원하는가, 아니면 온전함을 회복하길 원하는가? 크리스천 리더십에 대한 부분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매우 중요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정직을 통해,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마음가짐을 통해, 나 자신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투명성을 통해, 그리고 정직한 공동체를 통해 시작해야 한다. 현재 위치나 체제를 고수하는 일에 급급해선 안 된다.”

마크 래버튼
▲마크 래버튼 총장이 오전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말씀하셨듯 캠퍼스 매각 등으로 풀러신학교가 변화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위기는 실제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운영비는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270개 신학교 관계자들의 모임에 참석했는데, 거의 모든 대학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대부분 학생들이 장로교 출신이다. 한국 신학교들은 대부분 교단 신학이지만, 풀러신학교는 초교파 신학교이면서도 장로교 학생들이 가장 많은 독특한 학교다. PCUSA 성도 수가 줄어들면서, 우리 학교 학생들 수도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예시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학교육을 접근 가능하도록 하게 할 것인가이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더 효과적으로 교육시킬 것인가? 모든 것들이 변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근본적 사명과 신학적 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신학교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인데, 조언을 부탁드린다.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기에 직접적 답변을 하긴 어렵다. 단,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몇 개월 사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의 신학교 총장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 것인가 하는 토론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겪는 고민들과 거의 같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심사숙고해야 한다. 특히 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두세 번째로 중요한 일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길 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통이나 관습, 조직 등을 1순위로 놓을 때 문제가 생겨난다.

풀러신학교가 있던 자리에 많은 구성원들이 애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풀러신학교가 과연 패서디나 지역에 정체성을 두고 있는가 생각했을 때, 이를 결정할 수 있었다.

우리 이사진들이 결정에 앞서 지난 70년간 학교가 패서디나에 있었던 점을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도, 패서디나에 계속 있는 것보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하기를 원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결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갈수록 ‘신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 신학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나.

“위기는 사역에 대한 개념 정립에 있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한국에서 기독교 관련 사역을 하면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문제는 교회가 여기에 너무 쉽게 적응해 버렸다는 것이다. 세상에 너무 빨리 동화됐고, 그래서 교회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문화에 잘 적응해서 복음을 전하고자 했으나, 그 문화가 우리 자신에게 미칠 영향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교회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디즈니랜드와 같아졌다. 성경과는 멀어졌고, 이름만 남게 됐다. 세상에 동화되고 우리 자신이 다른 신들에게 순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교회가 세상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 ‘성도들의 삶에 특징이 있는가? 사랑과 용서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다른가?’ 교회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사람들은 교회에 가야 할 이유를 특별히 느끼지 못할 것이다.

저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지역에서 목회했는데, 버클리는 상당히 세속화된 도시였고 기독교 인구도 적었다. 목회하던 교회에는 투명한 유리창이 있어 사방에서 예배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왜 교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예배가 무슨 변화를 일으키는지 묻는다.

저는 세속 사람들이 교회에 하는 이 질문들이 정당하다고 본다. 우리의 예배와 사역과 모든 일들이 그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어느 세대에서든지 복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역이 필요하다. 교회는 프로그램이나 조직, 지역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때때로는 위기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자극을 받을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역이자 사명이다.”

이웅조 목사: 오늘날 현실은 문화의 변화 때문에 일어났다. 예전에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 설교를 들을 수 있었고, 신학교에서만 좋은 신학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튜브로 다 들을 수 있고, 주변에 신학자와 목회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교회에 가고 신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미국은 학비가 너무 비싸기도 하지만, 오늘날은 학위보다 실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신학교가 쇠퇴하는 문화적 배경이다. 그리고 좋은 신학교를 졸업해도 효과적으로 목회하지 못한다는 것이 검증되면서, 교회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효율적인 교육을 받고 실제적인 삶과 교회에 적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 교회도 각 교회들이 새로운 패러다임과 목회 방식으로 시작하는 일을 돕고자 한다. 풀러신학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변화도 이러한 것이다. 어떻게 신학교와 교회가 협력해서 새로운 목회에 영향력을 주고, 이 시대 지역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고자 한다. 신학교는 이론이 강한데, 실제 이론으로 실천해 본 교회가 많지 않다. 요즘 신학교와 교회가 어지러운 이유다.

김창환 교수: 오늘날 위기는 교회의 위기인 동시에 신학의 위기이다. 한국교회나 세계 교회들을 보면, 신학이 발전하면서 제사장적 역할을 잘 감당하지만 선지자적 역할에 소홀한 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교인들을 중심으로 세상에서 선지자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평화와 화해 문제에 대해 교회가 상당히 목소리를 죽이고 조심하면서 정치나 세상을 따라가고 있는데, 평화와 화해는 신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개념이므로 우리가 지도자로서 충분히 세상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남북간 대화를 주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한국 여러 교회들이 리더십 교체기에서 갈등과 혼란을 겪기도 했다.

“세대와 리더십이 바뀌는 문제는 중요하고 어렵다. 문제는 대개 전(前) 세대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원래 가졌던 역할이나 힘을 잃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이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성도들도 전 세대 지도자에게 상당히 익숙해진 상태다.

물론 나이가 많을수록 지혜도 많다. 경륜을 통한 지혜는 긍정적이고 권장할 만 하다. 그러나 제가 존경하는 원로목회자들은 자신을 ‘중보자’로 여겼다. 그러한 권세나 역할들이 자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여겼다. 그런 분들은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속히 넘겨주고 싶어한다. 다음 세대가 이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다.

저도 언제 총장을 그만둘지 모른다. 저는 매일 다음 리더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이 리더를 맡을 것인지, 그리고 그를 어떻게 양육할지, 어떤 환경을 조성해서 그들이 이어받게 할 것인지 생각한다. 내가 가진 리더십을 소유하거나 움켜쥐려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다음 사람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내게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도 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교회가 참으로 신실하게 통일을 추구하는 역할과 사역들을 높게 평가한다. 한반도의 원치 않던 분단 상황과 그로 인한 이산가족 문제 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심장에 칼을 꽂은 것처럼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이다. 이로 인해 많은 문제와 혼동이 생겼다.

남북한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가진, 통일이 가까웠고 신속하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존중한다. 그것은 기독교의 비전이기도 하다. 지금의 분열 상황은 인간의 잘못으로 빚어진 것이고, 나눠지지 않았어야 할 곳이 나뉘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도 여러분들과 기도하면서 통일을 염원한다. 이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고 다른 의견과 갈등들도 있지만, 한국과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치 체제의 통일뿐 아니라 교회의 하나 됨, 이산가족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해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어났던 일을 상기시키고 싶다. 당시 사람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남아공 사태가 악화되어, 시민전쟁을 통해 많은 이들이 희생되는 비극적 결말을 예상했다. 그러나 몇몇 지도자들을 통해 정치적 변화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남아공이 이상적 국가는 아니지만, 진실과화해위원회 활동은 높이 평가한다. 남한 정치가들 중 많은 중요한 이들도 그리스도인들인 만큼, 하나님께서 그들을 사용하셔서 놀랍게 상황을 변화시키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