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학회
▲논평자들 사이에서 음선필 교수(맨 왼쪽)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병역거부 99%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차지해
사실상 ‘양심적’보다 ‘종교적’ 병역거부라고 해야
향후 개정 예상하고 초기에는 점진적 접근이 필요

납세자연맹 등 종교인 과세 특혜라며 헌법소원 제기
종교의 자유, 선교 의미 간과하는 오류 범해선 안돼
헌재 아닌 입법부 맡겨야, 종교인 우대시에만 위헌

한국교회법학회(대표회장 이정익 목사, 이사장 소강석 목사) 제22회 학술세미나가 ‘헌법재판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학회 회장 서헌제 교수(중앙대 대학교회)의 기조발제, 음선필 교수(홍익대)가 ‘종교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명재진 교수(충남대)가 ‘종교인과세 소득세법 위헌논쟁’을 각각 발표했다.

서헌제 교수는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는 이미 허용됐으므로, 그 당위성에 대한 검토보다는 대체복무제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가 하는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돼야 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시행된 종교인 과세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어 종교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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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음선필 교수는 “한국에서 병역거부는 99%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점에서, 사실상 ‘양심적’보다는 ‘종교적’ 병역거부라고 해야 할 것”이라며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별개 조항으로 규정된 것을 생각하면, 통상 ‘양심적 병역거부’보다는 이들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신념적 병역거부)’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음 교수는 “국민 대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분간할 수 있는 합리적·객관적 판단기준 설정, 심사 절차의 공정성 확보,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의 형평성 확보, 대체복무로 인한 병력 부족에 따른 안보 약화의 방지, 현역복무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 내지 지원 마련이 관건”이라며 “한국의 안보 상황과 국방의 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규범 체계를 염두에 둘 때, 대체복무제를 설계함에 있어 국방력 유지와 국방의무 부담의 형평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역거부의 역사적 전개와 외국의 입법례를 고려하면, 대체복무 유형으로 ‘비전투분야 복무(비집총)’와 ‘민간복무’를 상정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표현처럼,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조화시킬 수 있는 제3의 길이 있다면, 국가는 그 길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체복무가 곧 민간복무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진 않는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음선필 교수는 “병역 자체 거부와 집총 병역 거부를 구별해, 평화를 중시하는 양심상 결정과 종교적 신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집총 거부는 허용하되, 현행법상 현역병 입영 대상자들 중 신념적 병역거부자를 비집총 복무로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이를 위해 집총거부자들을 일단 입영하도록 하되, 이후 통상 군사훈련과 다른 별도의 기본교육 과정을 거치게 하고 비전투분야에서 복무하도록 배치하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현행법상 보충역에 해당하는 사람은 집총 등 군사훈련과 무관한 교육훈련을 거친 후 민간복무를 수행하면 된다. 이 경우 민간복무는 현행법상 사회복무요원 복무와 동일하게 하면 될 것”이라며 “징병제를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은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초기에는 단순한 병역기피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라도 향후 개정 작업을 예상하고 초기에는 점진적으로 접근하면서 다소 엄격하게 설계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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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명재진 교수는 지난 3월 한국 납세자연맹과 종교투명성센터가 헌법재판소에 종교인 과세 소득세법 조항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을 중심으로 논의를 펼쳤다. 헌법소원은 소득세법 조항이 납세에 있어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근로소득과 선택하여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등 종교인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어 조세법률주의와 일반 납세자의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기됐다.

서헌제 교수가 대신 발표한 발표문에서 명 교수는 “현행 종교인 과세 소득세법 규정은 종교인을 근로자와 차별할 수 없다는 종교인 과세 찬성론과, 종교인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명감에서 비롯된 봉사를 하고 사례금을 받는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대론을 절충하고 조정한 중간설 입장에 서 있다”며 “목회자 과세에는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해, 종교인 급여에 대한 원칙적 기타소득 인정(사례금), 종교인에 대해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선택하는 소득세 제도, 종교활동비에 대한 비과세 제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인들의 소득은 종교의 사회 공공이익을 위하는 봉사, 희생, 보호, 자선, 교육, 의료봉사 기능 등을 고려할 때, 일반 근로자의 근로소득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종교인 과세의 이러한 헌법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종교인을 근로자처럼 여기고 종교인 소득 과세문제를 일반적 헌법소원 사건과 동일한 잣대로 위헌심사를 하게 되면, 종교의 자유와 선교의 의미를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재진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종교인 과세 문제를 국가 재정권을 담당하는 입법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고, 명백한 재량일탈이 있을 경우에만 위헌선언을 해야 할 것”이라며 “종교인 소득에 대한 현행 소득세법 규정이 합리적 이유 없이 종교인을 우대하는 경우에 위헌이 되고, 그 밖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해당 규정이 입법자의 재량 범위 안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 교수는 “종교인 소득에 대한 소득세법의 기타소득 과세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의 의미와 정교분리의 헌법적 명령을 조화롭게 해석해 입법한 합리적 과세 정책이라고 평가된다”며 “헌법이 규정한 종교의 자유라는 특별한 기본권적 가치를 의미 있게 실천하고 실행하는 것 역시 입법자의 헌법적 의무이다. 현행 소득세법 규정은 이러한 의미에서 다른 근로소득자와 종교인을 차별하는 규정이 아니고, 조세법률주의나 실질 과세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토론에서는 홍완식 교수(건국대)와 김지연 대표(한국가족보건협회), 이석규 세무사(삼도세무법인) 등이 패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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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가 개회인사를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앞선 예배에서는 상임이사 황영복 목사(미스바교회) 사회로 권태진 목사(군포제일교회)가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3-19)’라는 설교를 진행했다.

이사장 소강석 목사는 개회사를 통해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통 교단에서 말하는 이단 교회 신도들”이라며 “남북한 사이의 긴박한 군사적 대치 상황과 중국과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세력 확장 움직임에 대해 국가의 독립과 안보를 지키는 것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독교 신자라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그러나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과,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문제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한국 보수교단에서는 ‘대체복무는 이단 종교에 대한 특혜일 뿐 아니라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임을 강조하면서 부정적 태도로 일관했으나, 전체 입영자의 0.1%에도 못 미치는 소수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이토록 가혹한 처벌을 하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이행하도록 허용하는 방법은 다시 한 번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대체복무가 합법적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기 위해, 대체복무 기간이나 복무 내용이 현역복무에 비해 결코 용이하지 않게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오늘 학술대회에서 진지한 논의를 통해 대체복무의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현행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종교인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종교인 과세 재도가 오랜 논의와 진통 끝에 마련된 만큼, 납세자연맹 등이 제기한 종교인 과세에 대한 헌법소원을 위헌으로 판단해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정부와 종교계에 모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위헌제소는 기각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