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리튼바이라이노)
▲인터뷰 당일 성경책과 힙합 관련 저서를 들고 온 이창수 전도사(리튼바이 라이노). ⓒ김신의 기자
“한 손에는 복음, 한 손에는 문화. 온전한 복음으로 깊어져 가고 문화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배우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리튼 바이 라이노’로 활동하는 이창수 전도사는 오리게네스와 유스티누스 등이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플라톤’을 들고 교리를 만들었듯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문화’를 강조한다.

2004년, 고3 학창시절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곧바로 고신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한 그는, 2011년 또다시 회심했다고 말한다. 첫 부르심이 Calling, ‘소명’이었다면 그다음은 ‘사명’이었다. 그 과정에 그는 동반자였던 ‘힙합’에 대한 부정적 시선들로 깊이 고뇌했고, 결국 힙합을 버리기도 했다. 타문화권의 여러 선교지에서도 ‘문화적 괴리감’을 느끼면서도 ‘문화’에 대한 이해는 깊어갔다. 이 모든 시간을 거처 지금의 그가 있게 됐다.

- 어떻게 크리스천 힙합인으로서 사역하게 됐는지.

“제가 학창시절 별명이 ‘개창수’였는데, 예수님을 믿고 나서 많이 바뀌어서 친구들이 놀랐어요. 교회에서는 랩으로 간증도 하고, ‘나는 예수 믿는 사람이니까 목걸이도 십자가를 해야지’ 하면서 십자가 목걸이, 귀고리도 했어요. 힙합이 문제가 되진 않았어요.

그런데 신학교를 가서 만난 사람들이 힙합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만으로 저를 바라보니까 너무 괴롭더라고요. 그때가 13년 전이니 그럴 만도 했었죠. 고민하다가 결국 ‘누군가 내가 고기 먹는 것으로 시험에 든다면, 나는 먹지 않겠다’라고 말했던 바울의 고백에 공감해 힙합을 다 버렸죠. 힙합은 음악일뿐만 아니라 문화고 삶의 방식이에요. 그 안에 패션도 있고 독특한 걸음걸이까지 있는데, 대외적으로 힙합을 버린 것이 2005년도, 300만 원 어치의 CD도 다 태우고 완전히 다 버린 게 2008년도였어요. 저와 같이 군 생활을 한 친구들은 제가 힙합을 좋아할 거라고는 아마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도 기도도 랩처럼 하고 일기를 써도 라임을 맞추는 거예요. 자괴감이 들었죠.

어느 날 갑자기 힙합이 한국 사회에서도 비주류 문화에서 주류로 올라서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제가 농촌 교회에서 전도사 사역을 한 2012년도에 얼라이브 미니스트리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절 다시 부르셨어요. 청년대학생 선교단체 SFC 전국 수련회 중 경연대회에서 ‘개화’라는 곡을 불렀는데 1등을 했어요. 무대에 서지 않은 공백이 거의 10년인데, 기적이었죠. 몇 달 뒤 고신대 축제 경연에서도 같은 곡으로 1등을 했고요. 2011년에 군에서 저를 선교사로 부르셨는데 갑자기 왜 다시 랩을 하게 하시는지 당시에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도 순종했죠. 그리고 ‘저를 통해서 하고자 하시는 일이 있다면 그 증거로 쓰임 받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사정이 있어 여태 공식 음원은 싱글 앨범 하나밖에는 내지 못했어요. 그래도 사역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이창수
▲‘말로 쓰는 글’, 또는 ‘말로 쓰는 시’라는 뜻의 ‘스포큰 워드’ 크루로 방송에 출연한 이창수 전도사는 복음만큼 문화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MBC 한글날 특집다큐 ‘우리들의 행복한 소통을 위하여’ 방송 화면
- 신학에서는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신앙과 문화,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겪은 것들이 저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친 거 같아요. 저는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보수적인 교단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저의 토대는 고신의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이지만, 제가 예수님을 영접한 건 순복음교회 여성 목사님을 통해서였어요. 이건 ‘여성 목사에 동의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 중 하나가 ‘다양성’인데, 교단마다 다른 점이 있지만, 우리 모두 예수님을 믿고 천국에서 살 거잖아요. 존중하고 소통하려 해요. 그런 관점에서 문화와 복음 두 가지가 면밀하게 함께 갈 수 있어요.

복음만 붙들고 예수만 말할 수 있지만, 명확한 답, 분명한 답을 믿지 않는 자들에게 ‘어떻게 전할까’는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문화적 측면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러니 신앙과 삶이 동떨어진다고 봐요. 성경적 근거를 찾으면, 예수님도 그 당시 문화권 가운데 복음을 설명하셨거든요. 또 병자와 약자, 세리의 편에서, 부자와 니고데모 등 리더십에게도, 여러 계층과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진리를 말하며 다가가셨어요.

물론 예술가들이 자아(ego)가 강하고 감수성이 예민해서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있어요. 성경 본문에 대한 배경지식, 고대 근동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없으면 실수할 수 있는 함정이라 생각해요. 이를 피하기 위한 의지적 노력을 해야 하는 거 같아요.

성경을 우선으로 뒀어도 기독교 신앙을 가진 아티스트들은 도구로 삼은 그 예술, 문화에 대한 고민과 공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예요. 도구라는 용어를 썼지만 마땅치 않아서 아쉽네요. 이건 제가 혼자 스스로 생각한 게 아니라, 지역교회 사역자로서 설교하고 가르치는 사람이자 동시에 배우는 사람으로서 강의를 통해 공부하며 나름 정리한 거예요. 또 실천하는 경험 가운데 반성적으로 나온 이야기인데, 저도 과도기에 있고, 열린 답변이라고 생각해주세요.”

- 추천할만한 책이나 음반, 인물이 있다면?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대해서는 이미 추천된 인물과 책이 많아요. 저는 손봉호, 강영안, 전광식, 신국원 등에게서 영향을 받았는데, 외국 저자나 인물들은 생략합니다.

힙합과 관련해서 추천헤 드리고 싶은 책은 김봉현,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과 <한국힙합 에볼루션>, 박하재홍, <랩으로 인문학 하기> 예요. 김봉현 작가는 힙합과 관련해 여러 저서와 역서를 낸 힙합 저널리스트죠. 이 분의 책을 읽으면 작가가 얼마나 힙합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이 문화를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박하재홍은 한국의 KRS-ONE 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케이알에스원의 힙합 강의를 번역한 ‘소셜힙합연구소 3.6.0’의 소장이기도 하죠. 이 책과 블로그의 포스팅을 통해 힙합의 역사와 정신에 대해 알아보시기 바라요.

0316 Records 소속 아티스트 지푸(GFU)의 믹스테이프를 추천합니다. 0316 레코즈는 태국에서 문화 선교에 열심인 HISPOP의 산하 레이블이고요. 소속 아티스트로는 지푸 외에 플랜지(Plan.Z), 릴프린스(L1lprince), 너프 루이(Nuff Louis), 와일드윕(WILDWHIP) 등이 있어요. 히스팝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이지만, 여기 담긴 곡들은 전면에서 복음을 말하진 않습니다. 이 앨범을 통해서는 힙합의 고유한 멋과 맛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창수(리튼바이라이노)
▲아프리카 케냐 Daystar Univ. 에서 교환학생 시절 학교 힙합 동아리 동급생과 함께 찍은 사진. ⓒ리튼 바이 라이노 제공
- 해외의 선교를 통해 ‘문화’적 이해가 깊어지셨다고 하셨는데,

“실수했던 게 있어요. 그땐 아직 복음과 문화에서 복음에 철저히 무게를 뒀고, 복음이 몇 배나 우선한다 생각했던 때에요. 분명 죄는 분별해야 하고 용납될 수 없지만, 그 안의 문화를 가까이 경험할 필요가 있는데 그걸 못했어요. 한국은 동일 문화권, 단일 민족 문화여서 이 점이 특히 어려워요. 아프리카 케냐에서 가장 오래 있었는데, 현지 문화에 더 충분히 젖어 들지 못했고, 결국 그들을 관찰하고 지켜보는 데 그쳤던 것 같아요. 너무 큰 실수였죠.

죄를 거부하는 것이 전제지만, 앞에 말한 것처럼 성육신적으로 충분히 문화에 동화되고 경험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공동체가 서로서로 관찰해주면서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 굉장히 좋을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의 제 모습은 크리스천 힙합 아티스트, 전형적 말로 CCM 아티스트나 찬양사역자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입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언젠가 하나님이 저를 부르시고 누군가 나중에 저를 추억하게 된다면 선교사로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단기적, 중기적으로는 지금까지 해온 일을 연장하고 확장해 나가는 신앙의 여정 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제게 있어 최우선순위는 선교에요. 하나님께서 저를 선교로 부르셨지만, 갑자기 다시 랩을 하게 하셨을 때, 다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순종했는데, 제가 선교적 가치를 추구했기에만 볼 수 있던 측면이 힙합에 있었어요. 그렇기에 저를 부르셨다는 책임감이 들고, 이게 제 사명이고 숙제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을 만드는 것 외에도 그런 부담감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를 선수일 뿐 아니라, 감독으로 부르셨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크리스천 문화, 힙합 문화와 운동의 뿌리와 정신을 깨달을 수 있는 역사와 통찰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영향을 주는 것이 제게 주신 사명, 미션 중 하나라 생각해요. 저를 포함해 그런 친구들이 더 있는데, 한국교회, 그리고 기독교 문화계가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동시대 한국의 기독 문화 예술인으로서 공부하고 훈련하는 신학적, 선교적 관점, 기독교 세계관 관점에서 나온 통찰이나 해석, 지성, 이성을 공유하고 전파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이 땅에서 서로 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이뤄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