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란치스코 교황, 북한에 가기 전에

입력 : 2018.10.12 16:13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일정 가운데 오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할 예정이며,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교황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9일 이러한 내용의 브리핑을 전했다.

교황청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으며, 오는 18일 바티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영접할 것이라는 성명만 발표한 상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교황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할 때까지는 따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가톨릭 신도로 잘 알려져 있으며, 오는 17일 교황청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해당 미사는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하며, 이는 파격적인 의전 제공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미사 후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주제로 연설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기간 3대째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교황님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제의했고,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교황은 교회가 있는 곳에 방문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역대 교황들은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 못했다. 1991년 동구권 사회주의 체제 붕괴 때 북한이 교황을 초청했지만 당시 교황청이 “진짜 신도를 데려오라”고 요구해 무산됐고, 지난 2000년 ‘햇볕정책’을 추진한 故 김대중 대통령도 제안했지만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교황 초청을 ‘정상 국가’처럼 보이려는 김정은의 의욕적 행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상 국가’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는 성격의 것이다. ‘정상 국가’는 우리 안에 있다.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포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교황의 방문이 한반도에 실질적 평화의 진전을 가져오고, 신음할 기력조차 없는 북한 주민들의 70년 인권 탄압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정상 국가’란 그렇게 보이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같은 ‘정상 국가’에서는 하루아침에 하기 힘들지만, 1인 수령 절대 복종 체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북한을 하루아침에 정상 국가로 180도 방향을 바꿀 힘이 충분하고도 남는다.

어떤 사람들은 교황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격려하거나 그에게 안수기도하고 나면 북한이 바뀌리라는 장밋빛 기대를 품는 듯하다. 그들이야말로 이성과 상식, 그리고 환경과 조건을 넘어선, ‘이 시대 최고의 믿음의 용사들(?)’로 평가할 만 하다.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미리 바라보는 기적의 사람들이니 말이다. 물론 우리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유럽의 사회주의 붕괴 당시 교황이 정치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곳과 북한은 경우가 전혀 다르다. 유럽은 1천년 이상 기독교 문화가 깊이 스며들어 있었고, 북한은 그 시작부터 기독교인들을 잔혹하게 핍박해온 곳이다. 북한은 오픈도어선교회 집계상 17년 연속으로 ‘최악의 기독교 박해 1위국’을 놓치지 않고 있다. 어떤 공산주의 국가도 기독교를 그 정도로 대하진 않았다. 그래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기독교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북한, 특히 그 중심인 평양은 ‘조선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다. 기독교는 민족을 이끌었고, 교회는 시대의 희망이었다. 그래서 공산주의 1당 독재 체제로 출범한 북한 정권은 교회를 폐쇄하고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고 정치범수용소로 보냈다. 지금도 기독교인은 북한에서 곧 ‘정치범’을 뜻한다. 성경만 발견돼도, 기독교인들끼리 비밀리에 모이기만 해도 잡혀간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황의 북한 방문을 바라는 이들은 이제 와서 “종교가 그렇게 쉽게 말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하교회와 성도들이 북한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은 북한의 인권 탄압과 종교인 핍박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관심도 없었으며, 북한인권 운동가들에게 ‘북한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반박하던 사람들이다. 지하교회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가짜뉴스’로 여기고, 종교를 말살시키고 죄 없는 주민들을 괴롭혀온 김정은 위원장을 우호적으로 보는, 진정 ‘원수도 사랑하는(?)’ 이들이었다.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그 전에 마음대로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아픔과 정권에 빼앗긴 인권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내줘야 할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교황의 북한 방문과 관계없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자유와 인권 없이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행동하는 신앙인이 돼야 할 것이다. 디트리히 본회퍼가 말했던 것처럼,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하며 그들을 돕고 섬겨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SBS 보도하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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