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무엇을’ 창조하셨을까?(3)

입력 : 2018.10.12 09:25

허정윤 박사의 창조론 다시 쓰기

허정윤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2. 빛의 창조와 빅뱅

창세기 1:4 וַיַּרְא אֱלֹהִים אֶת־הָאֹור כִּי־טֹוב וַיַּבְדֵּל אֱלֹהִים בֵּין הָאֹור וּבֵין הַחֹשֶׁךְ׃. 이 구절은 하나님이 그 땅에 빛을 있게 하시니 보기에 좋았으므로 빛과 흑암을 분리하셨다고 서술하고 있다. 여기서는 히브리어 '호셰크'를 한글 성경의 번역처럼 '어둠'이라고 쓰지 않고, 앞 절에서 썼던 대로 '흑암'으로 쓴다. 어떤 문헌이라도 번역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글 성경은 이렇게 앞과 뒤에서 같은 말을 다르게 번역해놓은 곳이 적지 않다. 번역에 일관성을 잃으면 해석에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 구절을 창세기 저자의 의도에 맞게 해석을 한다면, 하나님이 물과 흑암으로 덮인 이 땅에 흑암을 밝히는 '좋은' 빛을 만들어내셨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이 구절은 창조 초기에 있었던 사건들이 '흑암'에 묻혀 있었다는 사실을 지시한다. 그러나 창세기의 문자적 해석에 의하여 24시간 6일 창조를 주장하는 전통적 창조론에서는 하나님이 빛을 '있으라'고 하신 것을 창조의 출발점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창세기의 히브리어 제목과 원문을 잘못 번역 및 이해함으로써 생겨난 매우 잘못된 해석이다.

'창세기'의 원래 책명은 고대 히브리 전통에 따라 본문의 첫 글자로 나오는 '베레쉬트'이다. 히브리어 '베레쉬트'는 '처음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부사구(전치사+명사)이다. 영어성경을 보면 '베레쉬트'를 대부분 'In the beginning'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영어 번역문도 한글로는 '처음에', 또는 '시작하면서'라는 의미이다. '베레쉬트'를 책의 제목으로는 '창세기'라고 번역했다 해도, 본문에서는 '태초에'라고 번역하지 않고 '처음에'라고 번역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창조 사건의 순서에 대해 덜 오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태초에'라는 말에도 '처음에'라는 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포괄적이고 모호한 어감으로 오해의 여지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히브리어 '베레쉬트'를 본문에서 '태초에'라고 번역한 일은 창조의 순서를 잘못 이해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히브리어 '베레쉬트'의 의미를 제대로 '처음에'라고 이해한다면, 창세기의 첫 구절은 단지 시간을 나타내는 종속적 부사절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는 독립적 문장임을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창세기에 나오는 대로 '처음에'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이 '처음에' 창조하신 하늘과 땅, 곧 천지는 우주 전체의 구성에 필요한 물질적 재료를 의미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재료를 과학적으로는 우주물질이라고 부른다. 천지 안에 존재하는 만물이 만들어진 재료가 우주물질이다. 하나님은 창조를 계획하시고, '처음에' 창조에 필요한 재료를 만드셨다. 그리고 형체도 없고 공허한 흑암 속에서 천지의 구조를 만드시고, 순서대로 만물을 만들어서 채워 넣으셨다. 이와 같이 진행된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세기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물론, 이제까지 인류가 우주를 연구한 '과학적 사실'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현대 창조론은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성경적 관점과 과학적 관점에서 두루 살펴보면서 논의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나님이 '처음에' 하신 창조에 대해 현대 물리학에서 공명하는 것은 빅뱅 이론이다. 빅뱅이론은 우주물질이 생겨난 사건을 설명하는 현대의 과학적 표준 우주론의 기초이다. 물리학에서는 시간과 공간조차 빅뱅에 의해서 생겨난 것으로 본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적 진화론도 빅뱅을 우주의 시작으로 본다. 현대의 표준 우주론은 빅뱅 이후를 보다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팽창우주론을 제안하고 있다. 팽창우주론은 과학적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고 있는 이론이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무신론적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빅뱅이론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무신론적 진화론자들이 빅뱅이론에서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것을 가정하고 '과학적 사실'을 부분적으로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이점'은 빅뱅 직전에 우주물질이 초고밀도로 압축되어 아주 작은 하나의 점(點) 크기 상태로 있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우주물질 전체가 점 크기로 압축되어 있었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특이점'은 팽창이론을 거꾸로 수축이론으로 환원시켰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극단적 현상을 가정한 비현실적 가설이다. 더욱이 '특이점'에서 빅뱅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열역학 제1법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열역학 제1법칙은 빅뱅 이전에 특이점이 아니라, 영원불변하는 우주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법칙을 위반하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무효이다. 그러므로 '특이점'은 단지 빅뱅이 발생한 시점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해야 한다.

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빅뱅 당시에 약 2조K로 추정되는 초고온이 발생했다. 이때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되면서 물질이 최소 크기로 녹은 '양자 수프'가 끓고 있었고,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빅뱅의 빛은 창세기 1:3절의 빛이 아니다(이 사실은 다음에 설명된다). 빅뱅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질량 등가법칙(E=MC²)과 양자물리학이다. 에너지/질량 등가법칙은 에너지와 물질이 상호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며, 양자물리학은 에너지에서 물질이 쌍생성하는 현상을 실험으로 입증하고 있다. 현대 표준 우주론에 의하면, 빅뱅의 초고온에서 '양자 수프'가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빅뱅 직후에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했고, '양자 수프'가 식으면서 우주물질들이 만들어졌다. 현대 물리학에 의하면, 한 번의 빅뱅만으로 모든 우주물질들이 생성된 것은 아니다. 빅뱅이 발생한 직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양자들은 쿼크로 결합되었고, 쿼크들은 다시 양성자로 결합되었다. 이것들이 더 식으면서 가장 작고 가벼운 수소원자와 수소 2개가 결합한 헬륨원자들이 생성되었다. 원자구름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났고, 그것들이 점점 커지고 중력이 강해지면서 성운(星雲)들이 생겨났다. 성운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났다. 핵융합은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냈다. 핵융합으로는 '원소 주기율표' 26번인 철(Fe) 원소까지만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런 원소들이 중력으로 뭉쳐지면서 만들어진 초기 별들은 몇 가지 원인으로 다시 폭발하기 시작했다. 별들의 폭발은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냈다. 별들의 폭발이 계속되면서 92개의 자연 원소들이 차례로 생겨났다. 창조자 하나님은 그의 창조계획 안에 이런 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큰 구조들을 위해서는 우주법칙을, 작은 구조들을 위해서는 물리법칙을 만들어 놓으셨다. 그런 법칙들을 따라 원자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 분자들을 이루고 무거운 분자들이 뭉쳐서 고체화된 별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하나님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법칙들을 스스로 깨뜨리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빅뱅 이후 그가 만든 법칙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물질적 우주의 구조와 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다리며 지켜보셨다. 하나님은 일부 기독교인들이 믿는 것처럼 '뭐 나오라, 뚝딱!'하는 요술 지팡이를 가진 도깨비가 아니다. 하나님은 도깨비 방망이나 마술적 주문으로 천지 만물을 창조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의 창조를 제대로 알게 되면, 일부 기독교인들이 우주와 지구의 나이에 관련하여 벌이는 창조론 연대논쟁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우리우주의 구조는 하나님의 창조법칙에 따라 수많은 별들이 모여서 은하들이 생겨났고, 우리은하에서는 태양계의 행성들이 만들어졌다. 지구도 그런 과정을 거쳐 생겨난 것이다. 마침내 하나님은 그가 계획하대로 지구가 만들어진 것을 보셨다. 창세기 1:2절은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시기 전에 물이 지구의 땅을 덮고 있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물은 수소(H) 2개와 산소(O) 1개가 결합한 분자(H²+O)이다. 현재 밝혀진 우주의 구성 물질은 수소와 헬륨이 약 99.9%를 차지한다. 나머지 90가지 원소들은 다 합해야 0.1%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행성들처럼 행성의 물질이 우주물질과 같은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 행성에는 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구 이외의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은 산소가 없으므로 물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신론적 진화론자들은 지구의 초기에 물은 있었으나 다른 행성처럼 산소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과학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지구에 초기부터 물이 존재했던 이유는 다른 행성들과 달리 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산소가 풍부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행성들을 탐사한 결과에 의하면, 아직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은 우주의 생성 과정에서 하나님이 특별한 계획으로 지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현재의 지구도 물이 70% 이상의 표면을 덮고 있다. 만약 땅을 평평하게 만들면 지구 전체의 물의 양이 땅을 모두 덮고도 남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것은 우주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이 지구에 생명체와 인간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산소를 지구에 특별히 공급하여 물이 만들어지도록 계획하셨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구에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을 무신론적 진화론 또는 무신론적 인류원리(anthropic principle)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구는 보편적 우주법칙의 적용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 특별한 계획은 결국 인간의 창조에 의해 밝혀지게 될 것이다. (계속)

허정윤(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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