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확대개정판)

고든 맥도날드 | 홍화옥·김명희 역 | IVP | 344쪽 | 15,000원

이 책을 읽은 지 꽤나 오래됐다. 기억이 혼돈되어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이 주목받기 시작할 때였으니 1980년대 말쯤 되었던 듯싶다. 이후 저자의 책들을 여럿 읽었고, 교회에서 이 책은 스터디 교재로도 사용하였기에 친숙하다.

하지만 내게 이 책은 초반 싱크홀의 예화만큼(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싱크홀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기에 상당히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뒤에 내면세계의 질서를 위한 여러 내용들은 내면세계가 이미 싱크홀처럼 무너진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분명 좋은 내용이고 도움이 될 이야기이지만, 무너진 세계에서 던져진 이들에게 이 책이 과연 어느 정도 구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쯤 하늘사다리에서 나온 <무너진 세계를 재건하라>는 책을 보면서 저자의 잃어버린 고리 하나를 발견한 듯 싶었다(전○○의 ‘무너진 성벽을 재건하라’와 제목을 혼동하지 마시길…. 비록 지금도 무너진 성벽의 상태인 듯하지만 그 책도 당시 아직 담임목회자가 아니라 신반포교회 부교역자였어도,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강력했다).

고든 맥도날드가 그 안에 있던 싱크홀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진 이후에 썼던 책이 <무너진 세계를 재건하라>였다. 그 무너짐 속에서 어떻게 회복해 나가야 할지를 저자의 실제적 체험을 바탕으로 기술한다.

그에 반해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은 무너진 이후보다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하여야 할 바를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을 듯 싶다. 책에서 싱크홀을 경험한 이들을 언급하지만, 감정적 싱크홀을 넘어 현실 세계의 무너짐까지 경험한 이들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은 듯 싶다.

더구나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을 추적해보면 <무너진 세계를 재건하라> 이전에 쓰여지지 않았나 하는 추리를 해보게 된다. 아마 저자 자신도 그렇게까지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듯 싶다. 어쩌면 싱크홀이라고 생각하여 추락한 바닥 밑으로 더 깊은 싱크홀이 기다리고 있음을 예감하지 못하거나 간과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20여 년이 지나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좀 더 다르게 느껴진다. 당시 청년 시절 신앙의 힘으로 무엇이든 이길 수 있다고 믿었기에, 자아상의 문제라든가 신앙침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실제로 내 자신이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며 구름 위에 뜬 신앙이 아니라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신발에 흙을 묻힐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내게도 싱크홀은 찾아올 수 있고, 또 수 차례 찾아오는 경험을 하면서 이 책의 가치를 더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리더는 무엇으로 사는가 고든 맥도날드
▲저자 고든 맥도날드. ⓒ크리스천투데이 DB
이 책은 내면세계의 혼돈과 무너짐을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무너진 세계를 재건하라>는 사고 후 복구공사와 치유를 의미한다면,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은 보수공사와 체력 강화를 통해 혼돈에 빠지기 쉬운 내면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하여야 하며, 주기적으로 어떻게 우리자신의 안전점검을 시도할 수 있을지를 가르쳐 준다.

즉 위기 상황에도 필요하지만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감기 걸린 후가 아니라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 노력하는 것이라 할까? 특히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비타민만 먹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식사습관 등 삶의 여러 영역에 힘써야 하듯, 나의 여러 영역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이런 노력을 한다면 감기만이 아니라 다른 질병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추신: 이 책이 확대개정판이 나온다고 해서, 사실 <무너진 세계를 재건하라>와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아쉽게도 그런 내용은 보강되지 않았지만 <무너진 세계를 재건하라>에서 언급한, 자신을 점검해줄 수 있는 영적 지도자에 대한 내용처럼, 이번 개정판에서는 14장의 ‘친구들’이란 챕터를 추가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특별히 조언해줄 수 있는 이들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신앙에 독불장군은 없다’는 것을 저자도 깊이 깨달았기 때문 아닐까?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