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지지난 주 목요일 저녁엔 포항지역 지진피해 위로를 위한 희망콘서트에 남진 장로님과 함께 갔습니다. 가보니까 포앙중앙교회에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가 없이 모였습니다. 역시 남진 장로님의 저력을 보았습니다. 남진 장로님이 콘서트를 하기 전에 제가 나가서 소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여러분, 이곳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이곳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얼마나 두려워하셨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살아 있으니까 이런 두려움도 느끼고 놀라신 것 아니겠습니까? 쓰러진 고목이나 죽은 나무는 절대로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시든 꽃잎도 찬 서리가 내리고 눈보라가 쳐도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살아 있는 나무만이 바람이 불 때 가지가 흔들리고 찬 서리가 내리고 눈보라가 칠 때 추위를 느끼기도 하고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지요. 이번 포항지역에 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를 당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지 않습니까? 천만다행이었지요. 우리가 큰 피해는 당하였지만 그러나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이런 고통도 느끼고 아픔도 느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죽은 자는 지진이 와도 모르고 벼락을 맞아도 모릅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무서운 태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어요. 거친 허리케인은 집과 농작물, 가축들까지 모두 날려버렸어요. 농부들은 태풍이 쓸고 간 폐허에서 절망의 탄식만을 토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때 무너진 닭장 속에서 벼슬이 찢기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수탉 한 마리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어요. 수탉은 날개를 퍼덕이며 무너지지 않은 담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동녘의 해가 떠오르기 전 붉은 여명을 향하여 목청껏 소리를 쳤어요. "꼬끼오!" 농부는 이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그래, 나도 저 수탉처럼 다시 일어나자." 우리의 현실이 비록 폐허의 잿더미와 같을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청껏 노래하는 수탉처럼 우리도 다시 한 번 희망을 외쳐야 합니다. 아무리 밤이 깊어도 내일의 태양은 반드시 뜨지 않습니까? 첫 새벽길을 떠나는 순례자의 시린 가슴으로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길을 떠납시다. 희망의 "꼬끼오"를 외칩시다. 그럴 때 다시 저 동해바다의 아침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처럼 우리 포항지역에 찬란한 내일의 희망의 아침, 소망의 아침이 밝아올 것입니다. 이런 은혜가 여러분과 포항지역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봐도 심플하고 단아하고 소망이 넘치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장학금 2천만원을 김문기 장로님으로 하여금 전달하도록 했습니다. 솔직히 2천만원을 가져갈 때는 약간의 부담을 갖고 갔는데, 가서 보니까 2천만원이 너무나 적은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김문기 장로님으로 하여금 전달하도록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남진 장로님 콘서트를 하였습니다.

남진 장로님의 공연과 콘서트를 많이 봤지만 어떻게 갈수록 더 젊어지시고 청중을 장악하는지 노래 중간 중간에 하는 간증도 일품이었습니다. 콘서트를 하자 온 청중이 난리가 난 것입니다. 오빠를 외쳐대며 야단법석을 떨었어요. 저는 몸살 끝자락에 있었기 때문에 소망의 메시지만 전하고 바로 나와서 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바로 나올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한 두 곡만 듣고 나오려고 했는데 노래 한 곡 한 곡, 간증 한 마디 한 마디에 푹 빠져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의 바닥난 체력으로는 거기에 끝까지 앉아 있을 수 없었지만 남진 장로님의 감동적인 콘서트가 저를 꼼짝도 못하게 했던 것이죠. 제가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끙끙 앓으며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나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죽어 쓰러진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시든 꽃잎은 찬 서리가 내려도 두렵지 않지만, 살아 있는 나무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가을이 되면 낙엽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살아있으니까 몸살도 앓고 남진 장로님의 희망콘서트에 끝까지 참석할 수 있었던 거지요. 지진을 당한 분들도 살아 있으니까 아픔과 고통을 느꼈던 것이고요.

저는 교회 올라와서도 얼마나 신경 쓸 일이 많았는지 모릅니다. 제 주변의 가까운 분들이 저를 신경 쓰게 할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거반 중노동보다 더 격한 심방 사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봐도, 살아 있으니까 그런 아픔도 겪고 격한 사역도 감당해 내는 거죠. 저는 이러한 희망의 메시지가 지진을 당한 포항 시민들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새에덴 성도님에게도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살아 있으니까 삶의 꽃과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비에 젖기도 하고 때로는 낙엽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