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바람 생명의 바람
예수의 바람 능력의 바람
지금 이 곳에 불어오소서
나의 맘 속에 내 영혼 깊은 곳
세계 열방에 불어오소서”
-김명식 ‘예수의 바람’ 中

CCM 사역자 김명식 씨가 <벼랑끝에서 할렐루야> 이후 5년 만에 정규앨범 <예수의 바람>으로 돌아왔다. 1986년 극동방송 복음성가 경연대회에 출전하며 찬양사역을 시작한 김명식 씨는 ‘오직 예수’ ‘예수 예수 예수’ ‘사람을 살리는 노래’ ‘벼랑끝에서 할렐루야’ 등의 곡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고 그가 만난 하나님과 그 분의 사랑을 노래해왔다. CCM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그를 최근 서울 지하철 수서역 인근에서 만났다.

김명식
▲수서역 인근에서 만난 김명식 씨. ⓒ김신의 기자

-오랜만에 앨범을 내셨습니다. 근황은 어떠신지요.

“논문을 다 쓰고 앨범을 내려다가, 딸이 갑자기 아프면서 멈췄었는데, 기도하다가 음반을 먼저 내야 할 거 같았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음반 작업을 진행했고, 지난 5월에 음반을 마무리하면서 공연을 했었지요. 지금은 논문 작업에 모든 힘을 다 쏟고 있습니다.”

-논문은 어떤 주제를 다루고 계신가요.

“‘한국의 CCM 아티스트와 노랫말 연구’를 주제로 하고 있어요. CCM에 대해서 단편적인 평가로 많이 얘기하는데, CCM을 바라보는 100명의 생각이 다 달라요. 곡을 잘 이해하려면 곡을 쓴 아티스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를 알아야 하잖아요. 프리즘에 빛이 들어와서 무지개가 생겨나듯, 아티스트가 프리즘이 되어 무지갯빛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어요. CCM 아티스트들을 만나 보면 정체성이 크게 음악가, 교회음악가, 순회 음악 선교사 이렇게 4개로 나뉘어요. 사역자의 생각과 작품을 이해하려면 먼저 정체성부터 이해해야 하겠죠. 그다음에 영적인 의도나 지속적인 방향 등을 알아야 해요. 그 후에 노랫말을 묵상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의 첫 트랙이 아카펠라인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다양한 음악색이 있는데, 때론 그런 것들이 과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곡의 메시지가 잘 안 들릴 때가 있죠. 그래서 이런저런 기교 없이 목소리만 있어도 괜찮겠다고 예전부터 생각했어요. 처음엔 제가 모든 파트를 부르려고 했는데, 그렇겐 못 했어요(웃음). 개인적으론 좋았어요. 마지막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피아노 하나만 해서 조용히 예배하듯 부를까 하다가 아카펠라로 정했는데 잘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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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 대한 소개를 전하며 김명식 씨가 미소짓고 있다. ⓒ김신의 기자
-수록된 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떤 건가요?

‘손이 중요해요? 발이 중요해요?’ 이것과 같은 질문이에요(웃음). 음반 하나하나가 다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10년 이상의 이야기를 담은 긴 이야기를 꼽자면, 집회 때 한 15년간 늘 꽃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런데 노래가 없더라고요. 그걸 이번에 ‘꽃처럼 피어나리’라는 곡으로 만들었죠.

또 ‘누군가 꿈꾸던 그 날’은 동생을 떠나 보내고 간증할 때 늘 하던 얘기였죠. 떠날 수밖에 없는 흔들리는 걸 잡으면 우리 인생이 흔들리지만, 흔들리지 않는 걸 붙잡아야 행복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그걸 곡으로 담았죠.

타이틀인 ‘예수의 바람’은 어느 날 앉아있다가 새벽에 써 내려간 제목이에요. 예배 컨퍼런스를 마무리 하며 기도회 하고 있을 때 악상이 떠올라서 휴대폰에 녹음했다가 만들었습니다. 곡을 완성하기까지 3년 걸렸지만, 효소처럼 CCM도 숙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앨범 커버 사진에 얽힌 사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컨티넬탈싱어즈를 하던 1992년도에 교통사고로 여동생이 죽었어요. 그때 천관웅 목사도 멤버였고 좋은씨앗도 다 함께하고 있을 때였죠. 동생 무덤 앞에서 한 30명이 함께 예배드리다가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를 노래하는데, 그때 날씨가 너무 안 좋았어요. 먹구름 끼고 눈보라 치고… 그런데 갑자기 한 명이 저기 하늘 좀 보라고 소리 질렀어요.

하늘을 봤는데, 먹구름이 움직이다가 가운데가 십자가 모양으로 갈라지면서 빛이 쏟아졌어요. 몇 초 있다가 사람 얼굴로 바뀌는 듯하더니 사라졌어요. 그때 그 하늘을 지금 성결대 문화선교학과장으로 있는 친구가 찍었어요. 그게 바로 앨범의 커버 사진이 된 겁니다. 또 나중에 보니 그날이 제 생일이었습니다. 보통 음반 발표할 때 자기 사진 찍고 그러는데, 이번에는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안 났어요. 기도하다 갑자기 그 사진이 보였죠. 이번에 새로 찍은 사진이 없어요. 글씨도 다 제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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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식 정규앨범 <예수의 바람> 앨범 자켓.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때때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 같아요.

“최근에 이어령 교수님이 모든 젊은이는 다 늙게 마련이고, 늙으면 누구나 죽는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심플해요. 누구나 죽어요. 더 먼저 가고 늦게 가고, 그런 차이가 있는 거죠. 성경도 꽃이 필 때가 있고 질 때가 있다고 하죠. 사실 인간적으로 아프고 아쉬운 건 있지만, 대단히 안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 아니고, 먼저 가는 거예요. 누구나 다 올 때가 있듯이 누구나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떠나는 것도 두렵고 무서운 일이 아니에요.

헨리 나우웬의 ‘거울 너머의 세계’란 책이 있어요. 작가가 백미러에 치여서 병원에 갔는데, 치료하는 과정에 중 경험한 생각을 쓴, 죽음에 대한 묵상을 담은 책이에요. 사람들이 병문안 와서 ‘정말 큰일 날 뻔 했는데 다행’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작가 자신은 ‘내가 천국 갈 수 있었는데… 우리가 믿는 믿음대로면 천국 갈 수 있었던 기쁜 일이었는데’ 하고 생각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죠. 믿는다고 말하는 것과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차이가 있죠. 죽음과 천국, 하나님 뜻을 얘기하면서도, 막상 사는 건 현실적으로 사는 거죠. 그래서 그 책의 그런 면이 제게 도전이 됐고, 매번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지금이 마지막이면 어떻게 할까…’ 음반 낼 때도 매번 그렇게 생각해요. ‘이것만 평생을 불러도 괜찮을까…’ 하고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는 거 같습니다.

“사실 답은 다 알아요. 지금 아픈 사람에게 가서 ‘하나님이 널 크게 쓰시려 하는 거야’ 이렇게 답을 제시하는 건 잔인하죠. 정답은 나만 아는 거로 하고, 나는 손을 내밀고 끌어 안아주고 기회되면 맛있는 거 사주기도 하고… 어려운 시간을 지나는 사람에겐 답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거죠. 저는, 제 노래가 누군가에가 위로가 되는, 그런 친구같은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벼랑 끝에 서 있는 너희는 복이 있다. 너희가 작아질수록 하나님과 그분의 다스림은 커진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느끼는 너희는 복이 있다. 그때에야 너희는 가장 소중한 분의 품에 안길 수 있다’ - 메시지성경 마태복음 5장 3-12절 中

이 구절을 묵상하는데 너무 큰 은혜가 됐어요. 세월호 희생자의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는데 헤어지고 오면서 고민하다가 이 구절을 보내드린 적이 있어요. 보내면서 미안했어요. 보내기가 미안한 구절이죠. 아니나 다를까 답이 안 왔어요. 나중에 ‘무슨 얘긴지 알겠는데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랬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려운 시간을 지날 때 상투적으로 익숙하게 정답을 얘기하는 건 힘든 거죠. 공연 때 모셨는데, 집사람이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오셨다가 나갈 때 밝은 표정으로 나갔다고 얘기해주었어요.

노래는 제가 갈 수 없는 곳으로 가서, 아픈 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잖아요. 예수의 바람이라는 표현은, 로마서 8장 1절과 연결돼 있는데, 마음 속에 암울한 먹구름이 드리운 채 살아가지만, 예수님으로 인해 그게 다 물러가고 생명의 성령이 세찬 바람처럼 불어올 거라는 메시지죠.

제가 한 명 한 명을 다 찾아가서 말할 수 없지만 노래가 던져지면 그 역할을 하는 거죠. 세월이 지나면 제 손을 떠난 노래가 미처 만나지 못했던 각 사람 속에서 자라는 걸 보게 돼요. 사람들이 멀리서 저를 볼 땐 가수지만, 실제로 꿈꾸는 건 제 안에 주어진 하나님의 생각과 가치, 깨달음이 노랫말이 되고, 노래가 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심겨져, 그의 친구처럼 지내다가 어느 날 그 사람을 살아나게 하는 거예요. 음반을 만드는 건 그런 일의 연장인 거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