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통독반 탈북 사역자
▲포천 한 기도원에서 만난 서드보라 목사. ⓒ이대웅 기자
열방빛선교회(대표 최광 선교사)는 ‘G. M. 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통해 탈북 청년들의 신앙 훈련과 심령의 변화는 물론, 성공적인 남한 정착까지 도모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기 졸업생이 배출됐고, 현재 5기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5기 성경통독반 탈북민 학생들은 경기 포천 한 기도원에서 1년간 합숙하며 성경통독과 기도, 공동체 훈련을 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성경통독과 말씀암송, 기도가 계속된다. 성경으로 삶이 바뀌고 있는 이들을 만나 ‘통독’과 자신의 삶에 대해 들었다. 특히 지난 8월 6일부터 1주일간 성경통독반을 거쳐간 탈북민 사역자들의 ‘홈커밍데이’에 참석한 사역자들도 함께했다.

◈“하나님 나라 위해… 오늘도 성경 통독과 암송”

서드보라 목사(향연교회)는 1997년 탈북했지만, 이듬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쌀이 없어서 강을 건넜었어요. 하지만 애가 세 명 있었고, 남편도 아팠지요. 애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보따리에 150만원 들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다 가서 잡혔어요.”

탈북을 이유로 붙잡힌 서 목사는 노동단련대에 끌려갔다가, 장티푸스에 걸려 보름만에 그곳을 나왔다. 다른 이들에게 전염될까봐서였다. 장티푸스에 걸린 다른 남성 한 명과 함께 나왔지만, 남성은 나온 그 날 죽었다고 한다.

“저만 살아서 나와 집에 돌아갔지만, 남편이 장티푸스에 전염돼서 돌아가셨어요. 저는 머리카락 다 빠지고 귀가 먹고 다리도 아팠지만 어떻게 병이 다 나았습니다. 애들이 있어서 무릎으로 기어서 시장엘 다녔습니다.”

그러다 1998년 다시 탈북했고, 그의 표현대로면 “하나님 은혜”로 지난 2001년 대한민국 땅에 들어왔다. 그리고 2004년 감리교신학원에 입학했다. “그 전 2002년에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굿피플 1기’생으로 졸업했습니다. 거기서 추천을 받아 예수전도단 독수리 제자훈련 학교에 들어가서 10개월간 훈련을 받고 들어간 곳이 감리교신학원이었습니다.”

지금도 탈북민 대표 목회자로 활동중인 강철호 목사와 평화통일교회(현 새터교회)를 개척했다. 2년간 강 목사를 돕다, 한국교회에서 훈련받고 싶어 하나교회에서 전도사로 2년 사역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신대원에서 2년 공부한 뒤 2009년 목사안수를 받게 됐다. 이후에 다시 신학 과정(M.Div.)를 시작했고, 올해 2월 졸업했다.

사역자로서 1주일간의 ‘통독 축제’에 다시 참석한 것이다. “한국에 들어와서 신학교에서도 해 보고, 자체로도 성경 통독을 해 봤습니다. 탈북 후 중국에서부터 최광 목사님을 통해 성경 통독을 했던 탈북민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이 말씀에 바로 서 있는 것들이 보였습니다. 목사님이 통독을 통해 잘 가르쳐 주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물어본 적도 있지요.”

그러나 이곳까지 찾아온 것은 홀로 하나님과 독백을 하면서였다. “하나님을 만나고 난 뒤, 세 아이들을 중국에서 찾고. 한국에 왔습니다. 신학교에서도 그렇고 2004년부터 계속 말씀을 놓치지 않고 살긴 했는데, 뭔가 허전한 감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공허하다고 할까요? 신학교를 다니면 회복될까 했는데, 또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올라와서, 신학을 하지 않았지만 말씀을 증거하는 분을 보고는 마음이 새롭습니다.”

서 목사도 ‘이 땅에 살면서 오직 예수 한 분만 믿고 살아야 한다’는 정도는 물론 알고 있다. “그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알아야 하지만, 정확한 양식이 채워지지 않아서 허전한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어제 여기서 지난 1년간 성경을 통독하고 800절을 암송하는 분이 선포하는 말씀을 들어보니, 최 목사님이 정말 큰 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학교에서도 할 수 없는 일 말이예요.”

서 목사의 결핍은 뭔가 ‘공식적인 학문 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허전함이었지만, 성경 통독은 이를 해결할 ‘양식’이었다. “설교를 듣고 통독을 하면서, 은근히 하나님 붙잡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습니다. 집에서도 늘 성경에 말씀 한 구절씩 뽑아서 암송을 했지만 잘 안 됐고요(웃음). 몇 년을 해도 잘 안 됐습니다. 하나님께 붙잡힌 바 되어 사는 게 뭘까 하는 궁금증도 늘 있었는데, 와서 보니 아 정말 통독을 해야 하겠다는 걸 느꼈습니다.”

서드보라 목사는 이곳 성경 통독 100독 학교에서 ‘어떻게 하면 말씀을 기억할 수 있는가’ 하는 일종의 ‘공식’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말씀을 마음에 숙지할 때까지 계속 읽는다는 점이 마음에 확 꽂혔습니다. 통독은 그저 집에서 하는 것처럼 해도 되지만, 말씀을 같이 외워야 하는데 방법을 너무 몰랐지요. 입에서 단련될 때까지 읽거나 보지 않고, 입술로 계속 해야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온몸으로 말씀이 마음에 확 박힐 때까지 배워서 너무 좋았습니다.”

1주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역 현장으로 내려가서도 정확히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때까지는 그저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다녔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 하나를 붙잡고 계속 나아가야겠습니다. 제가 말씀으로 준비되어야, 남한 사람이든 탈북민이든 성도들도 말씀으로 하나 되고 세워질 수 있을테니까요.”

서 목사에게도 ‘탈북민들이 왜 성경 통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인생을 하나님께서 살려 주셨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북한에서부터 택해서 여기까지 오게 하셨는데, 우리는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 예수 그리스도를 잘 모르고 살아갑니다. 택함 받고 이 땅에 왔는데, 왜 왔는지 그리고 택함 받은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왜 우리를, 그리고 서 목사 같은 탈북민을 택하셨을까. “하나님 나라를 위해 택한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서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시고, 부활 승천하셔서 하늘 보좌 우편에 앉으시어 중보하고 계시기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이 땅에 와서 숨 쉬고 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이 예수님을 전하면서 그대로 살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분명 부자 되라고 부르신 건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을 정확히 전하고 싶고, 그러려면 제가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말씀을 읽고 외우는 것이지요.”

◈“예전엔 이중인격자처럼 두 가지 생각 품고…”

탈북민인 홍요셉 청년(34)은 지난해 9월부터 이곳에서 성경 통독을 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뒤, 지난 10년간 세상적으로 방황했습니다. 교회도 안 다녔지요.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넘어지고 힘들어서 방황했고, 어느 정도 돈을 벌었을 때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하나님 인격적으로 만나게 됐고,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마음까지 허락하셨다. “최광 선교사님 제자 분이 인천에 사역하시는데, 그 교회에서는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려면 말씀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의 직장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돈도 잘 벌고 잘 살 줄 알았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대인관계도 힘들었고, 일을 하는데 이것저것 너무 고생을 하다 보니 한 곳에서 꾸준히 일하거나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를 변화시킨 것은 역시 ‘말씀’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경통독을 하기 전과 후가 너무 많이 변화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속사람이 살아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다 말씀이 들어가니, 암송을 하다 아모스 8장 11-13절 말씀을 읽는데, 너무 기뻤습니다. 금은보화를 캐낸 기분이 들었고, 암기 내내 기쁘고 좋았습니다.”

홍 씨는 일단 자신의 모습에 당당해졌다. “예전에는 이중인격자처럼 두 가지 생각을 품고 사는 것 같았습니다. 기분이 안 좋은데도 억지로 웃는다고 할까요…. 지금은 그런 부분들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열등감도 많이 사라졌고 당당해졌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공부하다 보니, 예전에는 열심히 돈을 벌어 세상적인 것들을 좇아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바뀐 것 같다고 한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돈 같은 것들을 많이 내려놓았고, 계속해서 내려놓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가 요즘 꽂힌 성경 말씀은 고린도전서 15장 17절이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일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 “예수님 아니면 죽은 목숨이었는데, 예수님으로 인해 살게 됐다는 말씀이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홍 씨의 비전은 다음과 같다. “말씀이 좋지만, 아직은 암기하는 게 힘들어요. 하나님 말씀을 가까이 하면서, 하나님 음성을 듣는 것이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