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성들이 남성의 손목에 붉은 줄로 묶어주는 이유는

입력 : 2018.09.13 14:55

[인도를 알자 14] 북인도의 축제 ‘락샤 반단’

락샤 반단
▲북인도의 축제 락샤 반단이 되면 여성들이 남자 형제들의 오른 손목에 붉은 줄을 묶어 준다. ⓒ브라이트 리 선교사 제공
지난 8월 26일은 북인도에서 유명한 락샤 반단이라는 축제가 있었는데요. 락샤는 '보호', 반단은 '묶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날은 여자들이 남자 형제들에게 이마에 찍은 붉은 점을 가리키는 '티까'를 찍어주고, 오른 손목에는 '라키'라고 부르는 붉은 줄로 묶어주는 날입니다. 이 축제는 전설에 따르면, 알렉산더가 북인도를 침입했을 때 국경을 지키던 성주의 아내가 알렉산더에게 라키를 묶어주어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롭게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고 하여 시작됐다고 합니다.

힌두교의 제례의식에서 붉은색은 건강과 풍요를 상징하는데요. 여자들이 남자 형제들의 건강과 물질적인 풍요를 기원할 때 남자 형제들은 선물이나 소정의 금액을 선물로 주면서 친정 가족을 대표해서 여자들을 보호해주겠다는 다짐을 하는 날입니다. 의식적으로 보호를 위한 간구를 할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보호를 다짐하는 의식을 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락샤 반단과 비슷한 축제가 디왈리 축제의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는 바이 두즈가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여학생에게 자꾸 치근덕거리는 남자를 떼어놓는 방법들 중 하나로, 이 날 라키를 묶어주는 방법이 쓰이기도 합니다.

힌두교의 전통에서는 오누이의 관계가 복잡한 가족관계들 중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가령 시댁에서 새색시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행동대원으로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은 친정의 남자 형제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축제를 통해서 출가한 여자들도 계속적으로 친정과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자 형제의 가정에서 행해지는 종교의식이나 축제는 여자들을 보호해주는 측면과 더불어 남자들에게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드러내는 가부장적 전통과도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누이 관계가 발전하면 고모와 조카, 외삼촌과 조카의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고모나 외삼촌은 남자 형제의 종교의식이나 조카들의 통관의례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예컨대 고모는 조카가 결혼 3, 4일전 행하는 목욕의식을 주관하고, 남자 형제의 부인, 즉 올케가 출산한 뒤 초유를 빨아내는 의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외삼촌은 결혼식에서 상대방 가정에 가져다 줄 선물을 증정하고, 혼인식 마지막 날 신부를 배웅하면서 신부를 어깨에 둘러 업고 차에 태우는 의식을 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식들은 오누이 관계의 중요성, 나아가서 외삼촌-조카, 또는 고모-조카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의식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방종교를 대할 때 무조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가족관계를 얼마나 중요시 여기고, 여러 가지 의식을 통해서 가족과 나아가서 한 국가를 견고하게 지탱하려고 하는가에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 국가에서 가족관계가 깨지고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복음을 전하는 데에도 높은 장벽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힌두교의 의식들은 나름대로 시사해주는 면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아이를 낳지 않아서 종족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성경적인 가치와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관심을 갖고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이런 축제를 통해서 인도 사람들과도 돈독한 오누이 관계를 형성하면 복음의 진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봅니다.

브라이트 리(Bright Lee)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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