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103회 총회
▲총대들이 한 총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예장 통합 제103회 총회 셋째날 오후 회무에서는 총회재판국 보고 도중 마무리됐다.

총대들은 총회재판국 보고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명성교회 청빙유효 판결을 감안한 토론을 이어갔다.

초반에는 마치 ‘신임 총회재판국장 청문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명성교회 판결에 대해 처리해야 한다는 발언을 지난 이틀간 꾸준히 했던 전북노회 한 총대는 신임 총회재판국장으로 공천받은 임채일 목사를 향해 “총회재판국의 판결 결과에 한국 사회와 교회가 굉장히 우려하고 있는데, 재판국장 후보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총회와 한국교회에 사과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다른 총대도 “재심 제도는 아직 살아있고, 서울동남노회 비대위는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신임 총회재판국원들은 재심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며 “혹 신임 재판국원들 중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이나 명성교회와 관계가 있는, 제척 사유가 되는 분들이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임채일 목사는 “총회재판 결과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더 많이 채찍을 들어달라. 하지만 저희가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총대 여러분들께서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과감히 재판국원 전체를 교체해 달라. 지난해에 (새로 국원이 되는) 3년조를 바꾸지 않았는데, 그들 중 정치 논리로 재판을 했던 분들이 가장 많아 아쉬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순천노회 한 총대는 “재심 청원을 신청한 상황인데, 문제는 현 재판국이 다시 재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재심을 기각할 것인지 받아들일 것인지 새 재판국장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임 목사는 “재판국의 재심 기준은 두 가지이다. 법리와 공정한 절차 준수 여부”라며 “분명한 사실은 헌법 제28조 6항(세습방지법)을 봤을 때 법리적이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자. 재심을 요구하시면 재심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험한’ 문답이 이어지자, 평양남노회 한 총대는 순천노회 총대의 질의에 대해 “총회재판국을 성토할 수 있지만, 이미 공천된 사람들을 해임하라고 하거나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식의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원노회 한 노회는 “지난 회기에서 총회재판국원을 다 바꿨더니, 더 혼란이 찾아왔다”면서도 “하지만 다 바꿔야 한다. (이번에 공천받은 총회재판국원들 중) 명성교회 측이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총회재판국원으로 공천받은 서울관악노회 한 총대가 “저는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이지만, 제가 세습방지법과 재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여러분이 어떻게 아시는가. 단순히 명성교회 출신이라고 제척시켜서야 되겠는가”라며 “이는 인권에 대한 폭거이다. 무슨 근거로 절반 이상이 명성교회 측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우리는 언어에 신중해야 한다. 최근 교수 출신 목회자가 한 설교에서 ‘명성 집단’이라고 하고 ‘망할 것’이라고 저주했다. 이래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서울강남노회 한 총대는 “목사님 말씀에 동의한다. 총회에서 재판을 하면 원고와 피고가 모두 불안해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법은 상식인데, 지난 총회재판국 판결이 제대로 나왔는가”라며 “아픈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새 재판국장님께서 이런 부분들을 잘 감안하셔서 로비를 받은 분들은 다 제외하고 합당한 일꾼들을 뽑아 재판을 잘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울산노회 한 총대도 “재판국장님이 재심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지만, 재판국원은 총 15인으로 국장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재판국원들이 결정하지 못하면 재심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 총대님들 전체가 해당 재판 건의 재심을 결의해 주실 것을 동의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총회재판 불복 여론이 많기 때문에, 전날 헌법위원회 해석 채택 때처럼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정하자”, “본인은 떳떳하고 양심적이라도 어떤 이유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안 된다”, “신뢰할 수 없으니 작년 재판국원들은 제외하자” 등의 의견이 분분했다.

긴 논의 끝에 총대들은 명성교회 청빙 판결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재판국장을 포함한 103회기 재판국원 15인을 모두 교체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남은 총회재판국 보고는 총회 마지막 날인 14일 오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