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무스 스타디움
▲김용규 연구원. ⓒ김신의 기자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스투디움과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가 다음 세대 사역자를 위한 ‘나 자신과 현대 사회, 교회’를 이해하고 인문학적 사유의 힘을 기르기 위해 총 14주간, 4개의 주제를 각각 3주간 공부한다.

이번 일정은 9월 3일 1주차를 시작으로 12월 10일까지 IVF 회관 6층 세미나실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3일 진행된 1주차는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김용규 작가가 강의했다. 김용규 작가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과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몰두했고, 튀빙겐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위르겐 몰트만과 에버하르트 융엘의 강의를 들었다.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 있는 성찰, 생동감 있는 일상적 문체로 다양한 대중 철학서와 인문 교양서를 집필해 왔다. 최근 재발간한 <신> 외에도 십계명을 다룬 <데칼로그(포이에마)>, 故 이병철 회장의 마지막 질문을 통해 '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휴머니스트)> 등을 썼다.

김용규 작가는 “인문학과 신학은 적대하거나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 없이 교류해 왔다. 인문학이 신학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시대에 따라 신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조명했다.

고대(~5세기)는 신약성경 정경화, 사도신경 등 신앙고백 확정, 교회 제도 확립 등의 ‘정통 신학’이 정립됐다. 김용규 연구원은 “당시 헬레니즘은 이성으로 삶의 의미가 없음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종교적 형태의 철학을 시작했다. 반면 하나님의 계시는 이성으로 다 이해할 수 없는 주어진 것이지만, 이교도나 내부 이단에 설명이 필요했다”고 당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특히 당시 기독교 신학자들이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삼위일체였다. 그런데 신플라톤주의 창시자 암모니우스 사카스(175-242)와 그의 제자 플로티노스(203-270)의 ‘일자형이상학’이 좋은 설명이 됐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연의 결과지만 신학적 입장에서 ‘하나님이 예비하셨다’고 본다. 초대교회 대표적 신학자 오리게네스(184-253)는 암모니우스 사카스의 제자이기도 했다”며 “신학자들 입장에선 아직도 헬레니즘, 즉 이성적 요소를 자꾸 밀어내려 하지만 그것은 약점이기보다 강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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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중세시대(5~14세기)의 아리스토텔레스주의와 가톨릭 신학, 근세 시대(15~18세기)의 인문주의와 개혁 신학을 비롯한 인문학과 신학 사이 영향을 설명한 후 근대시대(19~20세기)의 자유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에 대해 언급했다.

김용규 작가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산업혁명, 자유주의와 함께 나타난 자유주의 신학(Liveral Theology)은 특정 신앙고백이나 신조를 절대시하거나 그것에 종속되지 않고 시대 사조에 맞게 적절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다”며 “이는 신학의 중심을 하나님 말씀에 두지 않고 인간의 이성과 개인 경험에 두면서 결국 인간 중심적, 개인주의적 신학으로 전락시켰단 오류를 범하게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세계 1차 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의 이성이 대단하기는커녕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며 현대시대(20세기~)의 포스트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던 신학의 관계를 설명했고 “인문학과 신학은 세상과 하나님 나라를 연결하는 다리, 교량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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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본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던 전근대(고대~), 인본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던 근대(16~20세기 중반), 개인적 가치를 중시하던 탈근대(20세기 중반~), 가치가 소멸된 데이터 중심 시대의 호모데우스 시대(21세기) 등 시대별 가치관과 그에 따라 등장한 이신교(Deism), 인류교, 데이터교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신본주의가 없는 무신론적 인본주의는 모순이다. 어디로 가든 좋기 때문에 향락주의, 물질주의, 상대주의, 냉소주의, 열광주의 이것 저것을 번갈아 사는 게 오늘날의 모습이다. 또 노동자를 위해 시작한 혁명은 결국 노동자 2천만을 살해했다. 인본주의적 가치관만 가지고 나왔기 때문이다. 신본주의 없는 인본주의는 폭력”이라며 “신본주의적 가치관 위에 인본주의 가치관을 적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라스무스 스투디움은 이번 학기를 통해 세계-내-존재로서의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와 시대의 중요한 경향으로서의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각각의 특징과 그 이행의 의미 등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첫 번째 강의인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이후 ‘신적 권위 vs 의심하는 철학: 근대성과 신학-정치적 문제’, ‘불안한 인간, 종교의 귀환: 세속화와 탈-세속화’, ‘신의 죽음 이후에 신을 기다린다는 것:니체 이후 탈-근대적 기독교’, ‘타자, 문을 두드리다: 누가 타자를 두려워하는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강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각각의 주제 별로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찰스 테일러의 <불안한 현대 사회>,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 변동>, 마르틴 아이데거의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의 <안티 크리스트>,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 <전체성과 무한> 등 주제 도서에 대한 참여자의 발제와 토론을 갖고, 전문 튜터의 인도 아래 발제문을 발전시킨 서평에 대한 합평을 시행한다. 마지막 14주차엔 종합토론 및 수료식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