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는 바울
단숨에 읽는 바울

존 바클레이 | 김도현 역 | 새물결플러스 | 156쪽 | 9,000원

서론

기독교 2천년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남긴 인물은 단연 바울이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인물이었길래 서양의 역사와 문화와 문학과 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산이 되었을까?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와 같은 주님으로부터 직접 배우고 동고동락한 제자들의 서신보다, 그가 남긴 편지는 더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바울 외에 교회를 섬기고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전했던 많은 목격자와 증인들이 있을텐데, 그의 서신만 독보적으로 채택되어 성경으로 우리의 손에 쥐어졌다.

그는 회심 이후 인간의 힘을 능가하는 열정과 헌신으로 로마 제국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고 교회를 세우며 다시 돌아와 격려하고 편지를 쓴다. 그는 거의 기독교의 창시자 같은 역할을 하는데, 본인의 서신들이 그런 초석과 기둥이 되리라고 생각했을까?

도대체 그의 메시지는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길래, 기독교와 교회의 기준이 되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바울과 그의 서신들과 그 배경과 상황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에 유익한 작업이 될 것이다.

전환

바울은 누구나 인정하는 지독한 바리새인이고 철저한 율법교사였다. 자신을 ‘율법으로는 흠이 없을 정도’라고 소개할 정도로, 그는 완벽하게 율법을 지켜가는 유대주의자이고 자신의 종교에서 최고의 스승에게 배우며 앞길이 창창한 지도자였다.

그런 바울이기에, 어느 날 나사렛 시골에서 나타난 예수라는 청년이 하는 말과 행동들은 그의 신앙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하나님을 섬기는 바울에게, 자신이 하나님이고 자신에게는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고 자신이 아버지의 일을 한다는 예수는 바울에게 심각한 신성모독자였다.

그래서 바울은 그의 종교와 신앙을 위협하는 예수를 가만히 놔둘 수 없다. 그의 전 생애를 걸어 예수를 죽이고 교회를 핍박하고 박해하며, 예수의 추종자들을 죽이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다. 이 일을 훌륭하게 감당하는 것이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이고, 그의 믿음이고 부르심이었다.

그러나 이런 바울은 다메섹에서 홀연히 임한 빛을 보고 완전히 돌변한다. 목숨 걸고 예수를 부정하고 죽이려는 자가 목숨 걸고 예수를 전하는 자로 바뀐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책에서는 그의 변화를 개종이 아니라 ‘사상의 전환’이라는 의미로 개종이라 표현한다. 그렇다. 그의 메시야관이 변하였고, 그의 신론과 세계관과 구원관이 바뀐 것이다. 예수라는 인물이 자신의 종교를 무시하는 시골 청년이 아니라, 율법을 성취하고 하나님의 구원과 목적을 완성하는 죄 없는 하나님 아들이었던 것이다.

예수님에 대한 만남과 구원에 대한 비밀이 열리니 그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그의 신학과 사상은 더 깊어지게 되고 그는 기독교의 초석을 놓으며 이방인과 전 세계에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을 받는다.

바울 신학의 중심

이런 영혼의 혁명 이후, 그는 교회를 세우고 편지를 쓰며 주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간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위대한 영웅이고 복음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말씀 사역을 왕성하게 한 인물이다.

그러나 유대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는 변절자이고 유대교의 메시지를 왜곡한 인물이다. 또 그는 예수가 원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은 헬라 철학의 틀로 하나의 ‘종교’를 세운 사람일 수 있다.

실제 예수님의 메시지와 바울의 복음에는 차이가 있다고 하며, 바울의 영향력 때문에 그가 기독교의 실제 창시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예수님은 그저 유대의 예언자로서 하나님께 이스라엘의 종교적 개혁과 정치적 회복, 그리고 나라의 독립을 요청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바울
▲로마에 위치한 사도 바울 동상. ⓒ크리스천투데이 DB
그렇다면 바울은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이어 하나님 나라를 밝히 보여주는 인물인가, 아니면 예수와는 상관없는 유대교에서 흘러나온 다른 분파일 뿐인가?

바울의 서신들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바울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그 분은 인류의 구속하고 회복하며 재창조하는 하나님의 아들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서신을 통해 이신칭의 사상을 발견할 수 있고,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비밀을 알 수 있다.

이신칭의가 핵심이냐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핵심이냐 등 여러 논쟁이 있지만, 그가 편지를 쓴 지역 상황과 배경에 따라 다르고 또한 말씀이 적용되는 시대마다 강조하는 주제가 변하는 것 같다.

또 바울은 종말론에 이르기까지 그의 신학을 펼쳐간다. 그의 편지를 통해 주님의 재림에 대한 그의 강렬한 소망과 열망을 발견한다. 물론 초기 서신과 후기 서신에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날 구원에 대한 것도 그의 간절한 소원으로 나타난다.

이 구원은 선민의식을 가진 유대인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그리스도 안에 있는 영적 이스라엘로 범위가 넓혀진다. 이 구원은 이 땅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것이고, 영원히 주님과 동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 구원은 인간을 넘어 피조 세계가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자유까지 나아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바울 서신을 통해 나타나는 성령님의 사역에 관심이 있다. 그는 분명 유대교에서 말하는 ‘예언의 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바울에게 성령은 참된 그리스도인의 분명한 표지이다. 세상은 받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니 오직 그리스도인만 받아 하나님의 자녀임을 확인해 준다.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다양한 은사를 주고 거룩한 삶의 열매를 맺게 하며, 고통하는 신자를 위해 탄식한다. 주님의 십자가 전에는 하나님의 영이지만, 십자가 후에는 주의 영과 예수의 영으로 불리며 예수님의 사역과 구원을 이어간다.

그리고 책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바울의 기독론도 상승 기독론이냐 하강 기독론이냐를 두고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또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이 법적 선언인지, 하나님의 백성으로 편입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인지의 논쟁도 여전히 뜨겁다.

그의 신학과 사상이 역사적으로 신학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며 여러 주제들이 부각된다. 최근에는 여성에 대한 관점과 국가와 제도에 대한 주제들도 다루어지고 있다.

결론

이 책은 바울의 역사와 그가 남긴 유산을 한 장의 그림으로 볼 수 있게 쓰여진 책이다. 최근 필자가 바울을 읽으며 든 생각은, 바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배신과 오해와 대적을 많이 당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가 쓴 편지들은 어쩌면 환영과 기쁨보다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편지는 경전이 되어, 지금까지 교회를 세우고 유지하며 성도를 예수님에게도 인도하는 말씀이 됐다.

그는 회심 이후 구원의 경륜과 비밀을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유대교 안에 갇혀 있을 때의 세계관은 예수 중심의 세계관과 비교가 안 된다. 돛단배를 타고 망망한 바다를 항해하다, 거대한 함선을 타고 끝없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대는 영적으로 혼란하고 혼탁하였는데, 그는 하늘로부터 임한 찬란한 빛으로 맑고 밝은 길을 걸어간다. 그 발걸음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귀한 역사와 유산이 되며, 이 책을 통해 그 흔적을 보게 된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