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병역법 88조와 예비군법 15조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 및 신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를 통해 종전 판결의 변경 여부를 최종 판단할 방침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김후곤·차호동 검사. ⓒ대법원
검찰 측 발언자로 나선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우리 법상 ‘정당한 사유’는 천재지변, 교통사고를 비롯한 객관적 사유에 한정해 해석해야 하고, 신념이나 종교적인 주관적 사유가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면 앞서 형사처벌이 무력화되고 병역 시스템의 붕괴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피고인 측 오두진 변호사는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이 납세 거부와는 다르다. 또 무죄 선고는 의무의 면제가 아니다. 대체복무가 되면 무죄를 선고받아도 의무를 이행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피자와 구별된다”고 했다.

양측의 논박을 들은 박상옥 대법관은 먼저 변호인 측에 “병역은 국방의 의무 중 하나로 병력 형성에 큰 비중을 둔다. 규모가 60만으로 조정될 것이다. 현재 1년에 600명의 여호와의 증인들이 병역거부를 한다. 또 그 규모가 늘 수 있다. 그들만큼 젊은이들이 대신해서 입영을 할 것”이라며 “이 젊은이들은 신체적 자유의 제한을 포함해 많은 기본권이 제한된다. 이런 관계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어떤 근거로 ‘정당성’이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오두진, 이창화 변호사는 “첫 양심적 병역거부는 안전이 위태로운 전쟁 상황에 시작됐다. 이때 대체복무를 한 나라들이 있었다”며 독일의 예를 들었고, “한국에서도 일제 치하에 일제 병역을 거부하며 5명이 사망하고 33명이 수감생활 했다. 이를 볼 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를 도입하는 것이 특정 종교 집단에 대한 특혜인가? 이것은 소수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양심상의 결정을 보호할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검찰 측에 “객관적 사유만 ‘정당한 사유’에 포함시켜야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질문했고, 검찰 측은 ‘정당한 사유’가 규정된 법을 나열하며 그간의 판례를 바탕으로 “객관적 사유로 해석한 것이 그간 대법원의 태도였다”고 전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현장. ⓒ대법원 공식 유튜브
이후 김재형 대법관은 참고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 교수에게 ‘양심’의 정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헌재의 합헌 결정이 헌법에서 말하는 기본권 보장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반문했다.

장영수 교수는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은 도덕적 양심이 아니고 ‘개인의 주관적 소신’을 말한다. 도덕적 정당성이 검증된 것이 아니다. 때문에 정말 개인의 확고한 소신이냐에 대해서 좀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조건이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특혜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한다는 것은 ‘당위’고, ‘현실’ 여건에 따라 보장 정도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국민이 여전히 다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만 중요하고 현역복무자들의 인권, 형평성, 평등의 문제 등의 파장을 법 해석에 있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대체복무제 유무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다를 수 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전했다.

조희대 대법관은 변호인 측에 “여기서의 문제는 헌재의 합헌 결정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의 일부 주장(군대는 살상을 한다. 군대는 폐지되어야 한다)을 언급하며 “독단적 주장은 안된다. 무죄일 수 있는 것은 헌법과 법률, 사회 통념, 국민들의 상식에 맞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여호와의 증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예인 ‘독일 헌법’을 언급하면서 독일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조희대 대법관은 “독일은 1,2차 세계대전에서 엄청난 살상을 저질렀다. 그들은 그것을 역사적 경험과 교육을 통해 배웠고, 그로인해 양심상 병역거부를 할만한 사정이 있었다. 이런 사정은 유럽 여러 나라들이 마찬가지”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외세 침략에 정식 군대가 없어서 의병이 나서서 나라를 지키고, 독립운동가들이 타국에서도 운동하고, 6.25 전쟁 때는 학도병이 나섰다. 지금도 남북이 대치 중이다. 그렇기에 우리 헌법은 예외 조항을 두지 않는다. 침략 전쟁은 부인하지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잇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확보하기 위해 국토방위라는 신성한 사명을 보유하고 있다. 국토방위는 유엔도 인정하는 바”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이 정의하는 개념과 명백히 반하는 사상, 총을 들면 살상한다는 전제로 양심을 주장하는 것이, 독일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오두진, 이창화 변호사. ⓒ대법원
이에 변호인 측은 “국가를 지키려는 사람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고 답변했다.

특히 조희대 대법관은 헌법이 재정된 후의 통계 자료를 언급하며 “우리 군이 적을 사상한 사례를 본 적 있나? 반면 우리나라 군인이 군복무 중 사상, 전사한 경우는 무수히 많다. 통계가 너무 많다. 즉 우리 군이 총을 들고 적을 사상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렇기에 ‘양심’을 형성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세 피고인이 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종교적 이유로만 설명 가능하다. 그렇다면 (양심이 아닌)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 거부란 명칭이 맞다. 이 경우 ‘무죄’를 선고하면 그건 특정 종교에 대한 우대다. 외국은 몰라도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에서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군인’보다 집무집행 중 사상자를 낼 수 있는 ‘경찰관’에 대한 이야기는 왜 나오지 않는 지 의문을 제기하며 “법관의 개인적 소신으로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편의적으로 해석해서 대체복무가 아닌 무죄까지 하는 것은 일반 다수 여론도 지지하는지 의문스럽고, 설사 여론이 다수라 해도 현행 헌법의 개정 없이 여론을 따라갈 수도 없다. 자꾸 소수자 보호를 내세우는데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라고 했다.

권순일 대법관은 변호인 측에 “국가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에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사유인지” 물었고, 변호인 측은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을 뿐이지 병역자로 사용할 수 없다. 교도소에서 국가의 비용을 낭비하는 것보다 공익이 요구되는 곳에 자기 의무를 이행하도록 해주는게 합리적인 거 같다”고 답변했다.

이기택 대법관은 먼저 변호인 측에 “어느 종교든 신자를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호와의증인의 목표가 실현된다면 대한민국의 군대는 없어질 것이고 외적이 침략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다 종교적 자유를 잃는 것이 아니냐”고 했고, 변호인 측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고도 신자 수가 더디게 늘어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전하면서 “양심 결정에 따라 군복무를 하는 분들을 존경한다”고 답했다.

이어 참고인 장영수 교수에게 “양심적 병역거부 이외의 대체복무가 논의되지 않는 이유”를 물었고, 장영수 교수는 “미묘한 문제는 ‘병역 특례’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특례 비리는 과거에 크게 문제 된 적이 있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특별한 조건, 국가 기여 없이 누구라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병역기피수단으로의 오남용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들이 현역 복무 이상의 부담이라고 느낄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것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죄’를 인정하면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공개 변론은 당초 오후 2시부터 100분 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