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받아도, 그때뿐? 말씀 계속 읽으면, 말씀이 일하십니다”

이대웅 기자 입력 : 2018.08.30 20:55

‘성경통독 100독 학교’ 속 탈북민들 (4) 김권능 강도사, 김금주 청년

성경통독반 탈북 사역자
▲김권능 강도사 내외가 기도원에서 함께한 모습. ⓒ이대웅 기자
열방빛선교회(대표 최광 선교사)는 ‘G. M. 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통해 탈북 청년들의 신앙 훈련과 심령의 변화는 물론, 성공적인 남한 정착까지 도모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기 졸업생이 배출됐고, 현재 5기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5기 성경통독반 탈북민 학생들은 경기 포천 한 기도원에서 1년간 합숙하며 성경통독과 기도, 공동체 훈련을 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성경통독과 말씀암송, 기도가 계속된다. 성경으로 삶이 바뀌고 있는 이들을 만나 ‘통독’과 자신의 삶에 대해 들었다. 특히 지난 8월 6일부터 1주일간 성경통독반을 거쳐간 탈북민 사역자들의 ‘홈커밍데이’에 참석한 사역자들도 함께했다.

◈‘20년만의 성경통독’ 김권능 강도사

김권능 강도사는 탈북 후 제3국에서 20년 전 최광 선교사를 만나 성경을 현지에서 매일같이 통독했다. 그는 중국에서 탈북민 사역과 구출활동을 맡았다 붙잡혀 10년간 투옥되기도 했다.

“하나님 은혜로 기적처럼 살아서 나왔습니다.” 한 번 북송됐고, 다시 탈북에 성공했지만 또 다시 붙잡혀 북송되다 기적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지난 2012년 4월 입국했다.

한국 땅을 밟은 그는 곧바로 총신대 3학년에 편입했고, 신대원을 다니면서 교회를 개척했다. 현재 인천 한나라은혜교회에서 3년째 사역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8월 초, 20년만에 포천 기도원에서 성경통독을 다시 경험했다.

“20년만에 함께 모여 통독을 해 보니 너무 좋습니다. 중국에서 성경공부 할 때처럼,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그 동안 대한민국 땅에서 너무 여유 없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공부도 해야 하고 개척도 해야 하고 사역도 하다 보니 말입니다. 학교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고요. 여기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너무 좋습니다.”

20년 전 제3국에서의 성경통독은 어땠을까. “7명 정도 동그랗게 앉아서 성경을 읽었습니다. 사천성에 있었는데, 앉아서 계속 통독만 하다 보니 사람들 입김에 습기가 계속 생겨 곰팡이가 필 정도였습니다. 그 정도로 열악한 곳에서 모였습니다.”

한국 정착 이후 사역도 쉽진 않았다고 한다. 탈북민들이 주로 찾는 교회이다 보니, 이런저런 상처를 가진 이들이 많았고, 교회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탈북민들 삶 자체에 여유가 없다 보니, 한국 사회에 조금 적응하고 나면 교회를 떠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 붙잡고 씨름하면서 기도하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질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최광 선교사님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할까요(웃음).”

현재 한나라은혜교회에서는 성인 30여명, 아이들까지 50여명이 함께 모여 신앙생활하고 있다. 분주한 목회 가운데 짬을 내 참가한 한 주간의 성경통독반 참여가 그에게는 안식과 쉼의 일정이 된 것이다. 그럴만한 사연도 있었다.

“지난 4월에 친구 한 명을 떠나보냈습니다. 그 친구는 북한에서 두 아들이 굶어죽은 뒤 겨우 살아남아 중국으로 탈출했고, 감옥에서 10여년을 보내는 등 고난을 많이 겪었지요. 한국 온 뒤 50대에 결혼하고 이제야 인간다운 삶을 살기 시작했는데, 자녀가 돐 되기 며칠 전 교통사고로 떠났습니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기도도 나오지 않고, 찬양을 듣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고 한다. 친구의 장례식을 그렇게 왔다갔다 하던 중, 밤중에 아이패드 속 받아놓은 성경을 들었다고 한다.

“그때 말씀이 그렇게 위로가 됐습니다. 그럴 때 한 구절 파기는 힘들지만, 성경을 틀어놓으면 지친 제 마음을 계속 두드리거든요. 그때 성경 말씀의 힘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통독이 이런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마음으로 거부하든 말든, 지쳐서 기도할 힘도 없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 바로 말씀입니다.”

그래서 20년만에 후배들과 함께 성경을 읽었다. “세미나도 수련회도 많이 있지만, 성경통독이라면 1주일을 지낼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순간의 메시지에 은혜받기보다, 지친 내 마음을 말씀 속에서 받아들이고 깨달으면서 회개와 위로를 골고루 경험하는 것이 성경통독의 매력인 것 같아요. 기도도 마찬가지로, 늦은 시간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그러다 보니 순간의 휴식에도 감사하게 됩니다.”

김 강도사는 사역 중에도 1년 2독을 목표로 매일 분량을 정해 성경을 읽고 있다. 교회 성도들과도 함께 읽고 싶지만, 직장인과 아기 엄마들이 많다 보니 성경통독을 매일 함께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혼자 성경통독을 하는 건 쉽지 않아요. 자꾸 뭔가 할 일들이 떠오르거든요. 제게는 이것이 사역을 다 포기하고 하나님 말씀을 읽겠다는 하나의 싸움입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제게는 이런 오랜만의 단체생활도 쉼이 됩니다.”

생업에 여념이 없는 탈북민들에게 성경통독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희는 북한에서 워낙 반성경적인 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의식은 몇 번 교육을 받는다고 바뀌지 않습니다. 특히 사역자로 세워지려면 정말 성경통독은 필수입니다. 성경을 읽는 시간이면서, 자기를 내려놓고 포기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는 것, 일종의 훈련입니다.”

우리의 작은 생각들 하나까지 기독교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은 성경통독뿐이라는 것이다. “은혜를 받아도 그때뿐일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말씀을 계속 읽고 듣다 보면, 말씀이 일하십니다.”

김 강도사는 사역자가 되지 않더라도, 시간을 내서 성경통독을 하라고 권면한다. “모태신앙이 아니라면,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성경을 읽고 들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를 다니더라도 얄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세상과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성경을 한 번 쭉 읽고 나면 흔들리지 않고, 혹 흔들린다 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읽고 읽은 말씀들이 벌써 신약은 70-80회, 구약은 30회 정도 된다고 한다. “어려움이 닥친 바로 그 순간에,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때 그때 생기는 여러 질문들 역시 성경 말씀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구절이 아니라 성경 전체를 보게 되고, 하나님의 크신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됩니다.”

신대원에서도 성경 통독과 암기로 쌓인 그의 지식은 빛을 발하고 있다. “어떤 구절을 말하면, 그건 어디에 있다고 가르쳐주곤 했어요. 그러면 동료 학생들이 ‘형님, 성경 많이 아시네요’라고 해요(웃음). 학교 성경고사도 별 어려움 없이 통과했지요. 그럴 때마다 뿌듯해요.” 체계를 배우는 신학과 성경통독을 함께하니, 성경의 맥이 전체적으로 잡혔다. 그래서 설교에도 큰 도움이 됐다.

김권능 강도사는 탈북민들에게 재차 권면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 인생길에 시간 낭비라거나, 좋은 기회를 놓친다거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생에서 몰랐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열방빛선교회 성경통독 100독 학교 박사라
▲탈북민들이 성경을 통독하고 있는 가운데, 박사라 씨가 앞에서 이들을 인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북한 사람들,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 겪는 중”

김금주 씨(29)는 지난 1월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다 4월 성경통독반으로 올라왔다. “2015년 한국에 온 뒤 하나원에 갔을 때, 친구가 ‘하나님 믿어야 한다’고 해서 순종(?)했지요. 온유한 마음이 생겼으면 해서 하나님을 믿게 됐습니다. 한국에 와서 기도하고 예배드리면서 하나님을 알게 됐지요.”

그 친구의 ‘간증’을 듣고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친구가 하나님을 믿었지만, 초신자여서 확실한 믿음이 없었을 때였어요. 예배드리다 붙잡혔기에, 총살 아니면 종신형이었지요. 그래서 정말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철창 앞에서 ‘정말 하나님 살아계시면, 탈출시켜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대요. 그런데 이동하던 중 ‘화장실 간다’고 나왔다가 정말 탈출하게 됐다고 했지요.”

하나원에서 나와 교회를 계속 다녔지만, 아직 믿음의 뿌리가 약했다. “힘들면 하나님을 찾기보다는 방탕한 길(?)로 빠졌어요. 복음을 전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다가도, 힘들어지면 세상으로 돌아갔지요.” 대학에 진학하려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사회적기업에 취직했다.

2년쯤 일했을 때, 발목이 접질렸다. 커피숍 중간관리자까지 승진했고, 배운 기술이 있어 2-3년만 더 하면 될 것 같았을 때였다. “힘든 상황을 통해 하나님을 찾게 하시려는 것 같았어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선데이 크리스천’이 아니었지요. 3천만 북한 사람들 중에 우리 3만명을 먼저 택하신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복음을 전파하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김 씨뿐 아니라 많은 탈북민,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을 알면서도 당신의 말씀은 듣지 않은 채, 잘 먹고 잘 사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을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습니다. 열심히 씨를 뿌리고 김을 매도, 7-8월이면 장마나 기근으로 다 휩쓸려가듯이 말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저도 여기 올라오기 전에는 밤새 술 먹고 놀다 주일에 교회 가면 술 기운에 회개하곤 했어요(웃음).”

김 씨의 바람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자유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하나님 안에서 평강을 누리고,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부족함이 없음’을, 말씀 위에만 굳건히 서면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실 것임’을 믿습니다.”

성경통독을 결심하자, 주변에서는 1년 뒤에 돌아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면 똑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것은 하나님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불평과 불만이지요. 북한에서 인도해 낸 백성들이 그분을 따르지 않고 자기 이익과 안락을 위해 일하고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하나님 안에 있어야 진정한 은혜와 평강, 진정한 자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어쩌면 말씀이 이렇게 적합하고 딱 맞는지 모르겠어요.”

김 씨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골로새서 1장 9-12절이다. “죄악 가운데 살다가, 중보자 예수님으로 인해 벗어나 자유의 삶을 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걸 모르고 살아갈 때가 너무 많습니다. 날마다 주께 합당히 행하고, 범사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이로써 우리도 듣던 날부터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그치지 아니하고 구하노니 너희로 하여금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에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우게 하시고 주께 합당하게 행하여 범사에 기쁘시게 하고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게 하시며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게 하시고 그의 영광의 힘을 따라 모든 능력으로 능하게 하시며 기쁨으로 모든 견딤과 오래 참음에 이르게 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빛 가운데서 성도의 기업의 부분을 얻기에 합당하게 하신 아버지께 감사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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