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책상 서랍에서 철 지난 손자의 편지 한 장을 꺼냈다.

내가 70회 생일을 맞이했을 때 초등학교 5학년인 손자 창하가 쓴 편지였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창하에요. 오늘 할아버지 생신이라 제가 이렇게 편지를 썼어요.
할아버지는 저를 사랑하시죠? 저는 정말 할아버지를 사랑해요.
특히 할아버지께서 쓰신 사랑의 편지 '그냥' 이라는 글을 읽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 준서랑 자주 전화 드릴게요.
할아버지는 항상 웃음이 가득하시고 배려가 넘치십니다.
저는 할아버지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그런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저에게 깨우침을 주신 할아버지를 언제 어디서나 존경 할게요.
생신 축하드려요!
2016년 창하 올림

어려서부터 유난히도 할아버지를 따랐지만 철들면 잊어버리겠지 했는데
벌써 중1이 되었는데도 그때 그 약속 때문인지
간혹 한밤중에도 "할아버지 뭐하세요?" 하고 안부를 묻는다.
아직도 아이의 마음속에 할아버지에 대한 향수는 여전하구나 싶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와해 되어버린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손자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는
늙은이에게는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는 소중한 자산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지식보다 지혜를 우선시 하는 격대(隔代)교육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소중한 자원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 때문이 아닐까?

류중현/사랑의 편지 발행인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