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실험 쳇바퀴
▲ⓒ유튜브 캡처
지난 글에서는 크리스천들이 중독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모델, 즉 영적 모델, 선택 모델, 질병 모델 중 선택 모델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선택 모델은 인간의 자유 의지(free will)를 중시하여 중독자들의 행복하지 않은 감정을 중독된 행동 및 중독 물질을 사용함으로 대체하고 의존하는 것이라 보는 관점이었다. 이 선택 모델은 많은 사람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 스스로 중독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데이터에 의해 과학적 뒷받침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아보았다.

이제 중독의 질병 모델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질병 모델을 논하기 전에, 질병의 개념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국립국어원(네이버 검색)이 말하는 질병의 정의는 ‘생물체의 전신이나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라 나와 있다.

또 인터넷 영어사전 사이트(Dictionary.com)에서 질병의 영어 단어인 ‘Disease’를 찾아보면, 질병이란 ‘감염, 유전적인 결함, 또는 환경적인 스트레스 등과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그리고 인식가능한 증상들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유기체의 한 부분, 기관 또는 시스템의 병리적인 상태’라고 나와 있다.

이러한 정의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일정한 원인에 의해 신체기관이 이상이 생겨 다양한 증상들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폐렴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폐렴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의 감염에 의해(원인) 폐에 이상이 생겨서(신체기관) 고열과 가슴통증을 동반하는 기침을(증상) 특징으로 하는 질병인 것이다.

그렇다면 중독은 이러한 질병 모델에 잘 들어맞을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독은 스트레스로 야기된 보상 시스템의 조절장애로 인한(원인), 중뇌의(신체기관) 이상으로 발생하는 통제불능과 끊임없는 갈망, 그리고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사용하는(증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중독은 한 마디로 뇌의 질병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 몸의 총 몸무게 중 단 2%만을 차지하지만 총 칼로리의 20-30%를 소모하고, 총 소모되는 산소의 20%를 사용하며, 총 소모되는 포도당의 40-60%를 사용하는 매우 독특한 신체기관이다(참고로 미국에서는 지난 오바마 대통령이 뇌과학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 엄청난 재정적인 뒷받침을 통해 뇌에 대한 연구가 무척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뇌는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각기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중독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은 행동을 통제하고, 계획을 세우고 감정을 조절하는 등의 여러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s)을 수행하는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이 있다. 그런데 학자들의 연구결과 중독을 일으키는 정말 중요한 뇌의 부분은 뇌의 보다 깊은 곳에 위치하는 중뇌 (midbrain) 부분임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이 처음 발견된 것은 제임스 올드(James Old) 박사에 의해서다. 그는 시카고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캐나다의 맥길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으로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뇌의 보상체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1954년에 쥐를 가지고 뇌의 망상체계(reticular system)를 연구하던 중, 쥐가 연구팀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전기자극을 계속해서 누르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올드 박사는 후에 전기자극을 주는 침이 원래 목적하던 망상체계가 아닌 다른 부분으로 잘못 들어가 있음을 알게 됐고, 그 부분이 전기 자극을 받으면 즐거움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올드 박사팀의 연구는 매우 흥미로웠는데, 그는 한 실험 상자에 이틀을 굶긴 쥐를 넣고, 한쪽은 먹이가 나오도록 하고 다른 한쪽은 뇌에 연결된 전기침으로 자극을 주는 단추를 달아놓았다. 그런데 먹이와 단추 사이에는 전기 충격을 주는 전선을 깔아 놓아,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매우 큰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연 이틀을 굶은 쥐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배가 고픈 쥐는 우선 먹이를 한 입 먹고는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단추를 누르기 위해 전기 충격을 받는 전선을 통과하는 고통을 무릅썼으며, 다시 먹이를 먹기 위해 돌아왔다가 다시 전선을 통과하는 일을 몇 번 반복했고, 나중에는 먹이도 먹지 않고 계속 전기 자극을 주는 단추를 누르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김경준 월드미션 상담 칼럼 중독 질병
▲김경준 월드미션대 교수.
이는 후일 그 전기침이 잘못 꽂혀진 부분이 뇌의 안쪽 부분인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라고 부르는 부분이었던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질병 모델을 소개하기 위해서 중독을 일으키는 신체기관이 바로 뇌의 깊은 곳에 위치한 중뇌라는 것을 안내하였는데, 이어지는 글에서는 중독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뇌 기능이 어떻게 이상이 생기는지에 대해 유전적 요인들을 포함하여 뇌의 보상체계에 관해 좀 더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계속 독자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김경준
월드미션대학교 기독교상담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B.S.)
총신대 신학대학원 (M.Div.)
Southwestern Baptist Seminary(M.A. in Christian Counseling)
Fuller Seminary(Ph.D. in Clinical Psychology)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