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이희우 | 가나북스 | 400쪽 | 17,500원

“저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듯(요 2:7) 눈물의 양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주님의 병에 차면(시 56:8) 주님께서는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물 떠온 하인들’만 아는 비밀들을 마음에 간직했습니다. 이 크고 아름다운 비밀들을 꺼내 주님께 바쳐드립니다.”

책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는 결혼 후 목사인 남편 옆에서 평생 그림자처럼 ‘돕는 배필’의 역할을 해 왔던 저자가 54년 경험을 담아 쓴 ‘사모론(師母論)’이자 사모곡(師母曲)이다.

저자 자신도 신학을 전공(M.Div.)했으며, 자신의 ‘보조동사’ 역할을 일종의 ‘말씀 적용’이자 ‘실천신학’으로 여기고 있다. “식물로 말하자면 뿌리도 나무의 몸체도 아닌 끄트머리 가지에서 올망졸망 재미있게 꽃 피고 열매 맺는 모습들로 기쁨을 누렸습니다.”

목사인 남편 곁에서 자연스럽게 수많은 성도들을 위해 만나며 기도와 상담을 했던 경험은 이 ‘삶의 보고서’를 탄생케 한 자양분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평생 살면서 어떤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전도와 심방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문제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해답의 길도 열어 두셨습니다.”

그 해답은 ‘하나님의 방법과 지혜로’ 인도하시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부르짖는 기도’라는 통로를 통해 만나주셨고, 각 사람에게 예비하신 ‘맞춤형 응답’으로 약속된 길을 마련해 놓으셨다.

저자는 그 가운데서 ‘하나님만의 공식’을 발견했고, 그 공식에 대입시켰더니 성령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고 한다. “첫 번째 열매는 회개의 열매였고, 순차적으로 자기 포기의 열매로, 하나님 자녀의 권세를 얻는 새 신분의 열매로, 사랑받고 있다는 높은 자존감의 열매로, 하나님 사랑을 확증하는 행복의 열매로, 길이 생기는 문제 해결의 열매로 맺게 하셨습니다.”

그 열매 중 눈물의 회개 없는 열매는 없었다. “누군가의 작정한 눈물의 기도는 한 심령 속에 있는 가시덤불을 걷어내고 움 돋지 못하게 가로막는 영적 돌들을 추려내고 하나님과 화해를 막는 영적 풀뿌리들을 뽑아내는 과정을 만들어 내는 데 충분했습니다.”

그 눈물의 거름을 먹은 심령들은 성령의 빛이 강하게 비추어질 때 신비하고 역동적인 생명력을 활화산처럼 분출해 내는 모습을 나타냈다. 저자는 “농 밑에 감추어 둔 보석함을 몰래 보는 심정으로” 그 열매들을 몰래몰래 훔쳐보면서 기쁨을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걸은 사모의 길은 참으로 행복했다.

책에서는 54년 전 결혼을 결심하던 그 순간부터 부산 초량 빈민촌에서의 첫 사역과 유산의 아픔, 제사 문화를 버리지 못한 시댁과의 갈등, 개척교회 시절과 신학교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책을 통해 한국교회가 부흥하던 1970-80년대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저자는 “어느덧 54년의 세월을 목사 가족으로서 살았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병들었을 때나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에도 늘 하나님께서 외면하지 않으셨고, 동행해 주셨고, 사랑해 주셨고, 꾸짖지 아니하시고 긍휼을 베풀어 주셨다는 것”이라며 “흔들어 넘치도록 채워 주셨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연약하고 허물 많은 저도 많이 배고파서, 많이 아파서, 많은 고통 중에서 비로소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했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많이 배고프지 않았으면,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드리지 못할 기도를 제게 주셨다”고 덧붙인다.

“낙심과 절망의 막바지에서 부르짖는 눈물의 기도를 주신 하나님을 경외합니다! 또한 그동안 부족한 나를 물 떠온 하인으로 써 주신 주님을 자랑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