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서 말씀에 대한 갈급함 느껴, 통독반으로…”

이대웅 기자 입력 : 2018.08.17 15:48

‘성경통독 100독 학교’ 속 탈북민들 (3) 신학생 길태연 씨

성경통독반 길태연
▲기도원 가는 길에 서서 포즈를 취한 길태연 학생. ⓒ이대웅 기자
열방빛선교회(대표 최광 선교사)는 ‘G. M. 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통해 탈북 청년들의 신앙 훈련과 심령의 변화는 물론, 성공적인 남한 정착까지 도모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기 졸업생이 배출됐고, 현재 5기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5기 성경통독반 탈북민 학생들은 경기 포천 한 기도원에서 1년간 합숙하며 성경통독과 기도, 공동체 훈련을 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성경통독과 말씀암송, 기도가 계속된다. 성경으로 삶이 바뀌고 있는 이들을 만나, ‘통독’과 자신의 삶에 대해 들었다.

◈“하나님 주신 기회다 싶어…”

성경통독반에서 만난 앳된 얼굴의 청년 길태연 씨(21)는 총신대 신학과에 입학한 예비 목회자로, 현재 학교 사태 등으로 휴학 중이다. 성경통독반에서 성경을 통독한 뒤 사명을 깨닫고 신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신학교에 다니다 통독의 필요성을 느껴 성경통독반에 들어가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1년간 총신대에서 공부를 했지만, 아무래도 말씀을 잘 모르다 보니 신학과에서 배우는 성경 관련 과목들을 기피하게 됐어요. 이대로는 전진 없이 제자리걸음만 하다 졸업할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차였지요. 마침 학교에도 일이 생기고(총신대 사태) 성경통독반을 졸업한 한 탈북 전도사님 권유도 있고 해서, 하나님 주신 기회다 싶어 휴학을 신청하고 기도원으로 올라오게 됐습니다.”

성경을 잘 모르고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도 일부 있는 현실에서, 그의 결심은 솔직하고도 간절해 보인다. “성경통독반에서는 일단 성경을 많이 읽을 수 있으니, 신학생들도 와 보시면 좋겠습니다. 신학생들끼리도 성경 관련 질문을 받으면 ‘실력’이 탄로날까봐 자신도 모르게 기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길 씨는 ‘출신 성분(?)’은 탈북민인 듯 탈북민 아닌, 한 마디로 특이한 케이스다. 어머니가 1998년 길 씨를 임신한 채 탈북해 그는 북한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10여년을 중국에 거주하다 2008년에야 한국에 입국한 뒤 수도권에 살았다. 그래서 왠만한 지방 출신 대한민국 학생들보다 서울말이 더 ‘유창’하다.

길태연 씨는 어린 시절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배가 고프면 성당에 가는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 입국 과정에서 교회 분들이 자신을 위해 기도를 많이 했다는 소식을 듣고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다. 그런 길 씨는 왜 신학교에 진학했을까.

“좋은 대학 나와서 국어 교사를 하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고교 생활 마지막에 좀 심하게 방황하다가…, 하나님에 대한 갈급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신학을 공부하며 하나님 원하시는 모습으로 먼저 세워지는 것이 맞겠다 싶어 신학교에 지난해 들어왔습니다.”

신학교 입학 후에는 출석하던 인천의 한 대형교회에서 다른 지역의 한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성경통독반’의 스케줄은 버거웠다. “신학교에서도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하진 않았지요. 늦어도 밤 9시에는 집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기도하고 말씀 외우다 보면 밤 12시가 다 되고, 아침 7시에 일어나요. 하지만 적응하고 보니 체질화되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경통독 반복하다 보니…”

무엇보다 신학교에서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기에, 지난 3월 말 성경통독반에 들어온 후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학교에서는 성경 말씀은 ‘기본’으로 여기고 읽는 것을 재량에 맡기지요. 저도 1독 정도 하고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이제까지 구약 한 번에 신약 다섯 번 정도 읽었고, 통독반 졸업 때까지 구약 20독에 신약 100독을 한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학교 내에 탈북민 신학생들이 있지만, 학교에서 성경 자체를 읽는 과목이 없어 힘들고 답답해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성경고사를 어려워하는 탈북 신학생도 있다. 길 씨는 1학년 때 교양필수로 구약 과목을 수강했다고 한다.

길태연 씨는 성경통독반에서 탈북민들과 24시간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북한 사회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에, 초기에는 약간의 갈등도 경험했다. “저는 한국 사회에서 공부해 왔으니까요. 대화하다 본의 아니게 실례나 무례한 말이 될 수 있음을 몇 차례 경험하고,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4개월 정도 성경을 읽었지만, 아직도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처음에는 눈으로 다 따라가지 못해 놓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계속 반복하다 보니 다시 읽을 때는 이해가 되면서 몰입이 됐습니다. 거기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경도 잘 모르는데 설교를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은 성경통독반을 나올 때쯤이면 없어질 것 같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특히 역사서가 제게는 굉장히 어려운데, 선지자들이 나올 때마다 왜 그런 말씀을 했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바울서신도 그렇고 이해가 차츰 되고 있어 만족합니다.”

요즘 눈에 들어오는 구절은 시편 3편 말씀, ‘다윗이 그의 아들 압살롬을 피할 때에 지은 시’라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다른 교회에 간증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편 3편을 외우다 울컥 했습니다.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지요. 하지만 이 말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우시는 하나님을 높이는 구절로 끝납니다.”

통독과 함께 매일 기도하는 훈련을 받고, 1천 구절을 목표로 매일 성경 암송을 하는 것도 미래 목회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여기 오기 전에는 그렇게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기도하면서 은혜를 받다 보니 좋습니다. 힘들면 찬송도 하고 외웠던 말씀을 묵상하면서 기도합니다.”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말씀을 많이 읽을 수 있기에 탈북민 누구라도 성경통독반에 와서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길 씨의 바람이다. “저는 여기 다른 분들처럼 스펙터클한 간증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회개하면서 죄인임을 알고 괴로워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있을 교회사와 성경 지리 강의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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