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소녀 앞으로 참고 중복 요청 문제 응답 작업 중요성 기대 질문 정보 우리 아이 왜 이럴까요 이중성 양면성 궁금
행동이 느린 아이들이 있다. 행동이 굼뜨거나 꾸물거리는 아이들이다. 행동이 느리면 부모들은 대개 아이들의 지능을 걱정하는 편이다. 혹시 지능이 낮아 행동이 느리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발달이 늦은 아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전혀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발달이 늦은 아동이 있는가 하면, 행동은 느리지만 두뇌가 명석해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도 있다.

행동이 느린 아동은 발달이 늦은 아동, 심리적인 건강에 문제를 보이는 아동, 그리고 실천에 문제를 보이는 아동이라는 특징이 있다. 행동이 느린 아동의 심리적 원인에 대해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1. 발달에서의 문제

아동은 발달 과정에 있다. 이것은 아동이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발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발달 과정에 있는 아동이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간에 문제를 보이면 개선하여 발전돼야 한다.

이와 관련, 우리는 1차적으로 정서발달에서 원인을 찾어야 한다. 행동이 느린 아동은 정서 발달에 문제를 보이는 경우이다. 운동발달과 정서발달은 함께 이뤄진다는 시각 때문이다. 운동 발달과 정서 발달은 수레의 양 바퀴이다. 특히 6세 이전 성장기에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동시에 진행된다. 또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어느 한쪽의 발달이 뒤떨어지면 다른 쪽도 발달이 느려진다.

예를 들어,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 중 신체상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걸음이 늦은 경우가 있다. 정상적인 운동능력을 갖추더라도 소심하고 겁이 많은 탓에 걷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성격 발달 문제도 생각할 수 있다. 행동이 느린 아동 중에는 못 걷는 것이 아니라 안 걷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의지적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 성격이 급한가 아니면 느린가의 문제이다.

2. 심리적인 측면

심리적 문제는 병리적 측면을 고려하는 것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건강하지 않은 아동의 이상심리(異常心理)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행동이 느리거나 꾸물거리는 아동은 내면이 우울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드러나지 않았기에, 잠재적 우울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동이 내면에 우울성을 갖고 있으면 행동하기를 싫어한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무슨 일을 곧바로 실천하거나 착수하기 어렵다. 그렇게 할 만한 정신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아동 중에는 자기 일에도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의 놀이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이런 경우 지능이 낮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 아이로 오해되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은 몸이 불편하면 행동이 느려지게 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놀다가도 몸이 아프면 엄마에게 매달리곤 한다. 평소 잘 움직이는 아이도 잘 움직이려 하지 않거나 가만히 있으려 한다. 그런 아이들이라면 몸에 이상이 없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이런 경우 우울 증상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3. 억압적 양육

아동기는 부모의존도가 높은 시기이다. 아동은 아직 삶에 대한 방식이나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은 부모의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을 의식 및 무의식적으로 학습해 나가는 특성이 있다.

그런 중에서도 부모의 양육 방법은 아동의 인격형성이나 생활방식, 그리고 가치관에 거의 절대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억압적 방법은 아동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정신 에너지의 발산을 제한시킨다. 이는 행동이 느린 아동이 심리적 억압에서 성장한 경우로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부모가 양육 과정에서 억압의 방법을 사용한다면, 아동은 자아가 위축된다. 자아의 위축은 부모의 눈치를 보게 하고, 아동은 부모의 기준에 따라서 행동하려 한다. 자아가 위축된 아동은 주체성이 발전되기보다는 부모의 기준에 의해 행동하는 타율성으로 발전된다. 자아가 위축되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여 자유롭게 행동하기보다, 제한된 규율이나 질서 안에서 한계적인 행동을 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실제로 억압의 방법을 사용하는 부모는 아동을 재촉하는 편이다. 이런 경우 아이가 행동이 느리다면, 대부분 빨리 움직이라고 재촉한다. 이런 방식으로 아동을 자주 재촉하면, 심리적으로 억압이 발생한다. 아이는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지켜보는 부모는 답답한 마음에 아이를 채근하게 된다.

이런 경우라도 아침마다 지각할 정도로 등교 준비가 느리다면, 아동의 마음에 있는 분리불안이나 학교에 대한 거부감부터 해소하는 것이 먼저다. 숙제를 늦게 하는 아동이라면, 부모는 아동이 하고 싶은 걸 실컷 하게 해서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줘야 한다.

행동이 느리고 많이 꾸물거리는 아동을 둔 경우라면, 전술한 심리적 원인을 참고해 자신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한다 해도,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의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