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기도하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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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의 쟁점은 소위 '세습방지법'에 대한 '유권해석'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단헌법 정치 제28조 6항은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 바로 "은퇴하는"이다. 아직 재판국이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선고가 내려진 지난 7일 변론에서 이 표현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즉, "김삼환 목사가 지난 2015년 이미 은퇴했고, 명성교회는 그로부터 약 2년 후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으므로 '은퇴하는'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습방지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논지의 주장도 있었다는 것이다.
세습방지법을 제정한 취지는,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야말로 아버지에 이어 그 자녀가 위임(담임)목사가 되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명성교회의 청빙 자체는 비록 약 2년 동안의 공백이 있었다 한들, 명백히 그런 경우다. 따라서 '법 정신'만 본다면, 명성교회의 청빙은 세습방지법에 어긋난다.
그러나 '은퇴하는'이라는 문구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근대의 법이 대부분 '문자로 표현되고 문서의 형식을 갖춘' 성문법(成文法)인 점을 감안할 때, 분명 '과거형'이 아닌 '은퇴하는'이라는 표현은, 명성교회 청빙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로 주장될 수 있다.
만약 지난 재판에서 청빙 결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표를 던진 8명이 이런 판단을 했고, 재판국이 또한 같은 요지로 판결 근거를 댄다면, 이는 다른 교회들로 하여금 세습방지법을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나 마찬가지다. 명성교회와 같은 식으로 청빙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 세습방지법은 유명무실해진다.
"세습을 막자"는 취지로 법을 만들었는데 실제 조문에는 "은퇴하는"이라는 표현만 썼다니... 일부러 법에 구멍을 내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 그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게 틀림없다. 법 제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향후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재판국의 이번 판결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언급했듯이 세습방지법의 정신에 비춰보면, 명성교회의 청빙을 그대로 인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세습방지법 자체가 위헌이냐 아니냐, 혹은 '아버지에 이어 그 자녀가 위임(담임)목사가 되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과는 별개의 문제다.
판결 후 재판국장 이경희 목사는 기자들에게 "아주 공정성 있고 양심과 법과 원칙에 의해 (재판을) 진행했다"고 했다. 재판국원들은 스스로 이 말에 부끄럽지 않은지,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