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테크놀로지
▲신현량 대표는 “우리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늘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진실되기 위해 우리 마음을 비추어보는 마음의 거울을 매일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위기는 새로운 돌파구 가져와

정직과 진실은 경영의 핵심


임직원은 '줄탁동기'의 관계
동기부여, 조력하며 함께 성장

㈜동서테크놀로지(대표 신현량)는 조명장비와 무대장비 및 효과 조명솔루션 분야의 국내 선두 전문기업이다. 조명 업계에서 이곳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립극장, KBS, 송도 파라다이스 호텔, 필리핀 클락힐튼호텔, 부산 수영로교회, 부산 벡스코 컨벤션 등 내로라하는 공연장과 문화회관, 방송국·케이블TV, 학교·교회, 호텔·컨벤션홀에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과 전문 조명 시스템, 무대 효과 시스템 및 제어 콘솔 장비 등을 제공해 왔다.

1995년 설립 이후,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와 2000년대 말 세계 금융위기를 모두 거쳐왔다. 유통전문기업으로 환차손에 따른 타격을 그대로 입었지만, 오히려 '정면돌파'를 선택해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바꿔냈다. 신현량 대표는 "어려움은 우리를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의지와 피나는 노력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만들었다"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리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스스로 한계짓고 안주하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 위기를 통해 우리를 연단시키셨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동서테크놀로지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KOBA 2018 전시회에 참여한 동서테크놀로지 직원들. 동서테크놀로지는 이곳에서 14개국 16개사의 신제품을 소개하며 조명장비의 트렌드와 비전을 제시했다. ⓒ동서테크놀로지 제공
방송장비 무역중개상(오퍼상)에서 일하며 조명장비의 매력에 흠뻑 빠진 신 대표는 평생 빛을 다루는 조명업계의 한길만 걸었다. 교회도 1979년부터 40여 년을 장충단성결교회 한 교회만 섬겼다. 몸에 밴 근면과 성실은 회사생활에서뿐 아니라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해외 출장을 제외하곤 주일날 교회 출석을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2007년 집사 안수, 2012년 장로 장립을 받은 그는 교회 교육부에서 30여 년을 활동했고, 현재 전도위원장, 새가족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교계 활동은 2012년 명지대 크리스천 최고경영자과정인 씨램프(C-LAMP, 총동문회장 김성만 누가선교회 이사장) 8기 과정 수료가 처음이자 유일하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신현량 대표와의 인터뷰는 7월 26일 서울 염창동 우림블루나인 비즈니스센터의 동서테크놀로지 사무실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켜

ㅡ창업 과정과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업하기 전 일한 곳이 여의도 방송장비 오퍼상이었습니다. 업계의 분위기가 개인주의가 강했기 때문에, 조명의 매력에 푹 빠진 저는 혼자 조명을 파고들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책을 봐도, 창세기 1장에 하나님께서 가장 먼저 빛이 있으라 하시고, 밤낮을 만드시니 첫째 날이 되었다는 말씀이 너무 와 닿는 것입니다. 게다가 제 이름(솥 귀 현·鉉, 밝을 량·亮)도 어두 컴컴한 가마솥을 들어 밝히는 것처럼 세상을 밝게 들어 올리라고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라 빛을 다루는 조명에 열정이 생겼습니다. 첫해 세일즈는 많지 않았지만, 이듬해 저의 오퍼금액은 120~150만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는 4년 이상 일하고도 창업하지 않으면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했지만, 저는 외향적인 성향도 아니었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창업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친구 세 명이 저도 모르게 회사를 차린 뒤, 제게 합류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많은 고민 후 어렵게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 뒤 친구들에게 합류 의사를 밝히니, 그때는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사회가 그런 곳이구나'하고 배웠죠.

'내가 지금은 보잘것없지만, 누가 더 잘 되는가 보자.' 오기가 생겨 방송조명보다는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영화, 광고 촬영 조명장비를 취급하면서 혼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성실하고 대인관계에서 모나지 않은 점, 그리고 제품에 대한 열정이 제게 가장 큰 자산이었습니다."

동서테크놀로지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KOBA 2018 전시회에 참여한 동서테크놀로지 ⓒ동서테크놀로지 제공
ㅡ옥탑 사무실에 책상 하나와 컴퓨터 한 대를 놓고 시작하셨는데 곧 IMF가 터졌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아내는 도자기숍과 도자기를 굽는 작업실을 가지고 작품을 인사동 등에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2년만 도와주면 작업실을 두 배로 크게 만들어주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내도 고민이 많았겠죠. 그런데 다른 말 한마디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굉장히 고마웠습니다. 수중의 250만 원으로 컴퓨터, 팩스, 전화기를 사고 논현동 8층 건물의 옥탑을 얻었습니다. 기사 대기실로 사용하던 4~5평짜리 공간이었는데, 책상을 놓으니 까치발을 해야 겨우 지나갈 정도였습니다.

2년 일하니까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1997년 IMF를 맞았습니다. 큰 위기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회사가 성장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당시 해외 영화조명 장비를 신용거래로 들여와 2달 후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는데, 환율이 700원일 때 결제금 7만 달러가 환율이 2,000원이 넘자 20만 달러가 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해외업체와 거래해왔던 오퍼상 5곳 중 2~3곳은 문을 닫고 거래처에 결제금을 갚지 않았는데, 저는 거래하던 3개 업체에 이메일을 보내 2년 반 안에 다 갚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지금부터 구입하는 장비의 물품 대금은 바로 결제하는 조건으로 다시 거래하자고 했습니다.

마침 1980~90년대 호황을 누리던 예식장이 IMF 때 손님이 줄자 리모델링 붐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1998년 버튼 하나로 안내 멘트와 조명, 음향, 영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예식장 프로그램을 3개월 만에 개발하여 납품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2년쯤 지나니 후발주자가 나타나고 단가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원래 제가 좋아하는 방송, 무대 조명으로 다시 컴백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2억 넘는 돈은 24개월 안에 다 갚았죠. 해외 거래처에서 '미스터 신은 약속한 것을 확실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붙었습니다."

동서테크놀로지
▲제28회 KOBA 2018 전시회에서 동서테크놀로지 부스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모여 있다. ⓒ동서테크놀로지 제공
ㅡ일본, 미국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던 국내 조명시장에 2000년 유럽 브랜드 제품을 처음 소개하고 판로를 개척했습니다.

"일본, 미국 제품은 이미 레드오션이었기 때문에, 최고급 품질이지만 아직 관심이 적던 유럽 제품을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유럽을 방문했는데, 업계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어 '한국 시장'하면 '미스터 신'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해외 거래처 친구들의 추천으로 제품 공급원을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유럽 제품에 배타적인 시절이었는데, 2003년 LED 무대조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희 회사는 세계 최초로 방송무대 LED 조명을 제작한 유명 회사 독일 JB라이팅(LIGHTING)의 샘플을 들여와 시연했습니다. 1~2년이 흐른 뒤에는 국내에서도 유럽 제품에 대한 더욱 관심이 높아져 순탄한 길을 걸었습니다."

ㅡ세계 금융위기 때는 어떻게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었습니까.

"미국발 금융위기는 IMF만큼의 여파는 아니었습니다. 이때 우리는 유럽 제품뿐 아니라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의 공급업체들을 더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14개국 17개 업체와 총판 계약을 맺어 거래하고 있습니다. 지금 200평 사무실은 2008년 분양받아 이사 온 곳인데, 그전에는 이사를 10번이나 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 감사한 것은 4~5평 옥탑 사무실에서 차츰 더 넓은 곳으로 옮기게 된 것입니다. 경기 고양 장항동에는 450평 규모의 공장이 있습니다.

되돌아보니 IMF 등의 위기가 없었더라면, 새로운 사업 영역을 뚫어내거나 처음부터 품었던 꿈인 방송, 무대조명 분야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IMF 이후 성실하게 채무를 갚아 유럽 친구들로부터 신뢰를 받게 되었고, 그들을 통해 다른 공급업자들도 소개받아 제품 영역도 넓어지고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려움을 통해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키셨습니다."

동서테크놀로지
▲신현량 대표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윤을 얻으려면 반드시 투자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윤만 추구하고 재화를 쌓아놓으면 그게 바로 맘몬주의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새로운 것에 투자할 때 이윤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정직과 성실로 성경적 경영 실현

신현량 대표는 2003년 희귀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으로 4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회사 설립 이후 매일 아침 6~7시면 출근해서 밤 11~12시 퇴근하는 생활을 계속해오다 면역이 약해진 것이다. 창업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병원에서 취했다는 그는 "병도 하나님께서 제게 휴식을 주신 방법이었다"며 "자리를 비운 4개월 동안 회사를 잘 꾸려준 직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병은 그에게 피부 곳곳에 팬 상처를 남기고 완치됐다.

ㅡ동서테크놀로지의 성경적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기업과 하나님의 사업을 긴밀히 연관시키는 성향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말의 응답과 경영에 하나님이 항상 개입하신다고 생각하고 하나님께 맡기고 왔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윤을 얻으려면 반드시 투자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윤만 추구하고 재화를 쌓아놓으면 그게 바로 맘몬주의라고 봅니다. 그것이 나를 정신적으로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잠재성을 잠재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투자할 때 이윤도 생긴다고 확신합니다.

상품은 반드시 수요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진실되고 정직하게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필요로 하지 않는 상품은 끼어 팔지 않고,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정당하게 받으며 성실하게 사후 관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고객의 피드백은 공급자에게 전달하여 신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합니다. 제품이 비싸기 때문에 하자가 있는 제품이 들어오면 밀어붙이기식으로 판매하려는 욕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합니다. 항상 정직성과 진실성을 가지고 일한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의 가치가 커졌습니다.

유통업체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입니다. 작년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줄탁동기(崪啄同機)라는 사자성어를 설명해주었습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안에서 병아리도 부리로 쪼고, 밖에서 어미 닭도 그 부위를 쫄 때 알이 깨지는 찰나를 의미합니다. 기업 임원과 직원도 이제 상하 관계가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기 위해 동기를 부여하고 조력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입니다. 여러 해외 거래처에서 동서테크놀로지의 팀워크가 좋다고 칭찬하는 것을 보면 이런 부분에 신경 써 온 보람이 있습니다."

동서테크놀로지
▲동서테크놀로지 직원들은 20~40대로 젊은 기업이다. 신현량 대표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테크놀로지 제공
ㅡ동서테크놀로지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현재 저희 회사를 포함해 동종 업계의 3대 메이저급 회사가 있는데, 제 바람은 동서테크놀로지가 업계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직원 모두가 자존감과 행복감을 찾는 것입니다. 20~30대 청춘을 다 바친 직원들의 미래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소사장제를 도입해 개인의 이상과 회사의 비전이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ㅡ동서테크놀로지의 사회봉사 및 선교활동을 소개해주십시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이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자녀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외 선교사님들이 가르치는 현지 어린이들을 꼭 한번 한국에 초청해 1주일 정도 마음껏 놀면서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게 하고 싶습니다."

동서테크놀로지
▲신현량 대표는 “지금은 임원과 직원이 줄탁동기와 같이 상호보완적 관계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라며 “20~30대 청춘을 다 바친 직원들의 미래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소사장제를 도입해 개인의 이상과 회사의 비전이 시너지를 이루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명업계 종사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만드는 것도 계획 중이다. ⓒ이지희 기자
ㅡ창업과 취업을 준비하는 기독 청년들을 위한 권면과 도전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개인의 경험에 비춰볼 때, 가장 중요한 자산은 다름 아닌 '열정'입니다. 정말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으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야겠죠. 하루 세끼 먹는 데 내 기준과 한계를 짓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 가장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나의 잠재성을 하나님께 맡기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자세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면 어떤 업종이라도 반드시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