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빛선교회(대표 최광 선교사)는 ‘G. M. 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통해 탈북 청년들의 신앙 훈련과 심령의 변화는 물론, 성공적인 남한 정착까지 도모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기 졸업생이 배출됐고, 현재 5기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5기 성경통독반 탈북민 학생들은 경기 포천 한 기도원에서 1년간 합숙하며 성경통독과 기도, 공동체 훈련을 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성경통독과 말씀암송, 기도가 계속된다. 성경으로 삶이 바뀌고 있는 이들을 만나, ‘통독’과 자신의 삶에 대해 들었다.

◈“말씀 읽고 거듭난 삶, 이런 건가봐요”

무려 제주도에서 포천까지 올라온 김경민 씨(43)는 3년 전에야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새내기 신자’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살던 김 씨는 신앙생활을 하지만 형식적이었고, 성경 말씀을 모른 채 맹목적으로 출석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싶어졌다. “갈급해졌어요. 세상 것들이 다 헛되게 보였지요. 즐겁지 않았고, 너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한 지인이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소개해 주시면서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다’고 하셨지요.”

김 씨는 딸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무작정 최광 선교사에게 전화했다고 한다. 최 선교사는 “힘든 과정이니, 일단 한 번 만나보자”고 했고, 1주일만에 ‘오케이’했다. 딸이 친구들과 헤어질 생각에 3일간 울며 불며 매달렸지만, 갈급했기에 일단 함께 올라와 인근 초등학교에 전학시켰다.

김 씨는 기도원에 오자마자 금식도 시작했다. 무려 21일간을 이어간 금식. “제가 말씀에 전무하기 위해 기도원에 올라오면서 9년 키운 강아지를 데려올 정도로 영적으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강권적으로 역사하신 것 같아요.”

금식 기간 다양한 체험도 했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적도 있었고, 꿈에서 하늘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엔 신비 체험에 치우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게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오직 말씀 중심으로 살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성경통독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다른 학생들처럼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한다. 말씀을 전혀 몰랐기에 빠른 속도로 읽어가는 통독만 시작되면 졸음이 쏟아졌다. 1천 구절을 목표로 하는 암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다른 일을 하다 잠시 흐름을 놓쳐도, 다시 앉으면 눈이 그 구절로 가 있더라고요. 집중도 되고, 암기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말씀에 대한 확신도 생겼고, 말씀과 삶이 매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상의 유혹이 들어올 때는 아직도 힘들지만, 이를 통해 말씀이 삶에 적용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욥기 23장 10절 말씀을 딱 주셨어요. 제게 이런 저런 세상적인 생각이 있어도, ‘제가 가는 길은 오직 그가 아시는구나,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계시는구나’. 이 어려운 상황에서 통독반에 앉혀놓으신 것이 하나님이시고, 힘들지만 앞으로 정금 같이 단련하셔서 일꾼으로 다듬어 가시기 위해 이런 상황을 허락하셨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힘들 때마다 말씀으로 평안을 허락하시기에, 말씀이 너무 좋다고 한다. 성경통독을 시작한지 벌써 6개월여가 되다 보니, 성경 전체를 20회 정도 통독했다고 한다. “기자님을 만나기 전에도 ‘성령님이 주장해 주세요’ 하고 기도했는데, 갈라디아서 1장 10절이 안겨 왔습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이 말씀을 적용해야겠다고요.”

이전에 세상을 쫓았다면, 이제는 하나님을 위해 살겠다는 것이다. “성경통독반에 오기 전엔 인간관계를 중시했어요. 돈과 명예, 인맥을 중심으로 살았다면, 지금은 말씀 안에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삶,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기는 삶을 살고 싶어요. 오직 하나님 말씀 중심으로요. 저도 이렇게 변한 제 모습이 놀라워요. 상상도 못한 일이었거든요. 말씀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김 씨는 성경통독반을 졸업하면 신학교에 진학할 계획이다. “주님께 바친 몸이라고 기도도 하고, 제 육신이 주님께 산 제사로 드려질 수 있는 거룩한 신부 될 수 있도록 기도해요. 성령님께서 늘 터치해 주시고 인도해 달라고 말이예요. 이곳에 부르신 것 자체가 주님의 종으로 부름받은 게 아닌가 합니다.”

열방빛선교회 성경통독 100독 학교 박사라
▲탈북민들이 성경을 통독하고 있는 가운데, 박사라 씨가 앞에서 이들을 인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탈북민들이 왜 다시 어느 정도 통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성경통독반에 들어와야 할까. 이에 대해 김 씨는 “세상이 주는 평안은 일시적이지만, 하나님 말씀 안에서 주시는 평안은 영원하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을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말씀 안에서 인격적인 주님을 만나시면 좋겠다. 저희는 전할 뿐, 성령님께서 역사하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말씀을 읽다 보면, 세상적인 모든 것들이 다 파쇄되는 걸 느껴요. 마음 속의 견고한 진들, 시기와 미움과 질투 같은 것들이요. 말씀 안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변하는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이기적인 사랑을 했다면, 말씀 안에서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기까지 하신 그 사랑을 묵상하게 됩니다. 한 번에 확 달라지진 않지만, 차츰 그 예수님의 사랑이 다른 이에게 흘러갑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을 낮게 보고 깔보던 저였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을 낫게 보고 낮은 자세로 나아갑니다. 이것이 거듭난 삶인 것 같아요. 예수님의 그 사랑이 차츰 쌓여감을 느낍니다.”

◈세상에서 살다가… 10년만에 떠오른 ‘교회’

장은혜 씨(46)도 지난 3월 말부터 이곳에서 성경통독을 함께하고 있다. 탈북과 입국 적응 과정에서 여러 종교들 중 기독교를 ‘선택’했지만, 교회에 다닌 건 지난해부터다.

“하나원에서 기독교 예배에 참석했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바로 도루묵 됐지요(웃음). 그렇게 산지 10년째였는데, 몸이 아프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혼자서는 가지 못했는데, 아는 언니와 함께 교회에 출석했지요. 믿음이 없으니 얼렁뚱땅 다니다가, 성경통독반을 알게 됐습니다.”

여러 차례 밀고 당기기 끝에 성경통독을 시작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나봐요. 작은 일 때문에 매일 걸려 넘어지곤 했지요. 또 여성들은 아무래도 더 민감하고요. 상대편에게 문제가 있다고만 생각했지, 영적인 문제에 대해선 몰랐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하나원에서 신앙생활을 나름 열심히 했다. 종교 자체를 처음 접했지만, 불교와 천주교는 왠지 싫었다고. “새벽부터 교회에 가서 예배를 준비하고 기도했습니다. 저까지 2명뿐이었지요(웃음). 어디서 그런 마음이 찾아왔는지도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령님께서 주신 마음 같습니다. 저를 특별히 아끼셨던 게 아닐까요.”

그래서 10년만에, 아플 때 교회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을 거라고 박 씨는 믿는다. “되는 일도 없고, 남들만큼 돈도 벌어봤지만 남은 게 없었지요. 그리고 아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힘으로는 안 되는구나’. 침대에 누워 있으니, 아련하게 교회가 떠올랐습니다.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하나님께서 돌아오라고 이렇게 곤고한 인생을 허락하셨던 게 아닐까요?”

그렇게 들어온 성경통독반이지만, 처음에는 ‘이걸 왜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거기다가 말씀 구절을 또 외우라는 거예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공부 쪽에는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해서 ‘이걸 왜 못할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말씀은 하나님께서 주신 거라, 암송도 쉽지 않고 깨닫는 건 더 어려웠어요. 영혼을 쪼갠다고 하잖아요.”

박 씨 역시 멀쩡히 있다가도 통독하러 앉기만 하면 졸렸다. “세상에서 살 때도 피곤함을 느꼈지만, 그런 피곤과는 차원이 달랐지요. 푹 자고 일어났는데도, 앉자마자 피곤했어요. 이건 분명 악한 영이 틈타서 어떻게든 못 읽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요.”

물론 4개월째인 요즘은 그렇지 않다. “깨달아가는 것이 너무 좋아요. 말씀으로 이겨낸다는 게 너무 기뻐요. 기계가 대신 읽어주니 빨라서 놓칠 때도 있는데,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나니…’ 하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이 은혜가 됩니다. 졸릴 때마다 그렇게 기도합니다.”

말씀으로 변화된 삶에 대해서는, 다른 북한 출신처럼 직설적인 편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온유해진 느낌이 들었다고 답했다. “예전 같으면 훅 하고 나가버릴텐데, 한 번 참고 두 번 참게 돼요. 예수님을 닮아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저 사람의 티가 많이 보였는데, 한 번 참아보니 하나님께서 어느 순간 알려주셨어요. 말 그대로 정죄하던 삶이었는데, 이제 비판하지 않게 됩니다. 북한 사람들이 비판을 잘 하는데, 이런 점이 바뀌었습니다. 저녁마다 기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탈북민들에게 성경통독을 권하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왜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를 보세요’ 라고 말할 거예요. 제가 북한말로 ‘쎄씨게’ 했던, 본 대로 지적하고 비판하고 내가 곧 정의인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인데, 바뀌었잖아요. 주변 사람들도 ‘멋있다, 달라졌다’고 증거해 줍니다. 자신들이 보던 교회 사람들과도 다르다고 합니다. 역시 말씀이 좋긴 좋은가봐요(웃음). 저 같은 사람도 변하니, 다른 분들은 어떻겠어요?”

마지막으로 요즘 은혜받은 구절을 물었더니, 골로새서 1장 9-12절이 입에서 술술 나온다. “…주께 합당하게 행하여 범사에 기쁘시게 하고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게 하시며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게 하시고(10절)…. 이 말씀이 너무 와 닿았습니다. 제게 해당되는 말 같았지요. 참지 못했고 가시를 주면서 비판했던 것들이, 이 말씀으로 깨졌어요. 그렇다고 막 험하게 살진 않았지만, 북한 사람 특유의 성격을 벗지 못했지요. 참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요즘은 성경을 읽는 시간이 복됨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처음엔 몰랐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이를 설명하는 것도 이젠 ‘말씀’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는 말씀이 딱 맞아요. 그리고 예전엔 평강이 없었는데, 늘 말씀으로 저 자신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영적 전쟁이 있기 때문에, 말씀 없이는 하루 1시간도 버티질 못합니다. 북한 출신이지만 바로 서서 온전히 다듬어지고 합당한 그릇이 되어, 먼저 듣고 믿은 자로서 앞장서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을 부어 주시길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