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모 선교사의 억울한 필리핀 감옥 구금을 호소하는 국민청원이 마감일 극적으로 20만명을 넘어섰고, 청와대는 이에 답변할 의무가 생겼다. 그러나 무려 17일만에 나온 답변은 백 선교사 가족과 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교단 관계자들과 국민들을 맥빠지게 하는 것이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외에서 어려움에 처한 우리 국민을 살피고 돕는 일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 “체포 당시 불법성은 없었는지 문의” 등 원론적 설명만 늘어놓을 뿐, 사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진행형 사건이라 많은 소식이 없다”고도 했다.

국민들에게 답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국민청원을 게시한 당사자인 아내 배 선교사와 관계자들에게 이를 알리지도 않아, 이들조차 뒤늦게 답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일정상 양해를 구했지만, 외교안보 담당자가 답변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다행히 백 선교사는 건강상 큰 문제는 없다”는 말에 가족과 관계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답변을 들은 국민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었지만, 백영모 선교사 석방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백 선교사는 현재 폐결핵 진단을 받았고, 피부병도 심해지는 상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청원 답변을 계기로, 대책위는 백 선교사가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았다는 사실도 새롭게 공개했다. 대책위 측은 “현지 교도소에 있는 백 선교사 모습을 한 번만 확인했어도 차마 건강상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말로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도리라고 강조하지 말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갖은 노력 끝에 힘겹게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충족시킨 만큼, 청와대의 책임성 있는 추가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대책위에 힘을 실어주고, 백 선교사를 위한 기도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국민청원에 사심없이 답해야 한다. 가장 많은 국민들이 참여한 난민법 폐지 국민청원에서도 보듯,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이나 성향과 맞지 않는 국민청원의 경우 답변이 부실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촛불 정신으로 대표되는 국민들의 참여민주주의 요구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백영모 청와대 답변
▲청와대 라이브 방송 장면.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