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뒷조사
누가복음 뒷조사

김영화 | 새물결플러스 | 284쪽 | 14,000원

새물결플러스의 ‘~뒷조사’ 만화 시리즈는 재밌다. 믿고 볼 만할 정도로 재밌다. 또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 삐딱해 보이지만 젠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 관련 만화들이 종종 그럴 듯 전형적이고 교리나 기독교 공동체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강한 조심성으로, 그 만화가 공동체만을 위한 것으로 그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자기보호성이 강하다. 지금 교회의 모습에 비판적이지 못하고 민감한 교리나 이슈 등을 쉽게 건들지 못한다.

하지만 ‘뒷조사 시리즈’는 그 경계선을 자주 넘나든다. 작가들의 참고도서들 중 적지 않은 책들이 새물결플러스에서 출간된 책들이어서 그런지, 정통적이고 보수적 교단보다는 조금 많이 색다른 시선, 현대적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담아낸다. 그리고 교계의 민감한 이슈들을 툭툭 건드리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지만 교회 내의 불편한 모습이나 꽉 막힌 듯한 성경 해석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김민석의 ‘요한복음 뒷조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나온 김영화의 ‘누가복음 뒷조사’는 그런 점에서 더 흥미롭고 주목할 만하다. 이 두 권의 책들은 기존의 ‘마태복음 뒷조사’와 ‘마가복음 뒷조사’보다 조금 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듯 싶다.

전작의 두 권이 좀 더 각 복음서 자체에 주목하고 그에 대한 변론을 했다면, ‘요한복음 뒷조사’는 복음서 자체에 대한 변론을 행하면서도 좀 더 자유롭게 요한복음을 건드리고 있을 뿐 아니라, 교회 내 그늘들에 그 빛을 비추어 바라보려 노력하는 듯 하다.

그런데 김영화의 ‘누가복음 뒷조사’는 제목에 대한 수식어 ‘누가복음의 여성관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질문’을 통해, 기존 시리즈에서 몇 발자국 벗어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 결을 달리하고 있다.

작가는 누가복음에 대한 변론이 아니라, 그 성경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기존의 틀을 달리하여 접근한다. 제목에 대한 설명에서 나오듯 누가복음에 나타난 여성관을 통해 어떻게 현대 한국교회에서 여성관에 대한 변화가 가능할지를 비판적으로 문제제기한다.

한국 복음주의 보수교단에서 가장 민감한 여성 목사안수 문제만이 아니라 안수 받은 뒤 그 역할과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한국 교회의 폐쇄성을 비판한다. 특히 누가복음에서 나타난 여성관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비성경적인지를 밝히려 노력한다.

이러한 시도는 좋고 바람직하다. 개인적으로 자주 고민하고 또 말하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는 전통과 정통을 자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자신이 속한 문화나 관습 속에서 성경을 해석함으로써 성경 그 자체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왜곡하거나 편식하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이런 해석과 노력은 좋다. 여성 제자나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었던 여인들에 대한 해석과 기존 입장에 대한 비판은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신학자가 아니라 이 만화를 읽는 대중에게까지 그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시도 속에서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등장한다.

그 하나는 김영화 작가가 언급했던 것처럼, 기존 ‘뒷조사 시리즈’와 달리 복음서 자체에 대한 지식과 변론보다는 누가복음의 여성관에 국한함으로써, 누가복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으려 했던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주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중국집에서 중국 냉면을 시켰는데 나온 냉면이 맛은 있지만 평양 냉면이나 함흥 냉면일 때 오는 아쉬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뒷조사 시리즈’를 읽는 독자들에게서 오는 아쉬움일 것이다.

누가복음에 나타난 여러 가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주제들을 맛보지 못한 것은 독자들에게 많은 아쉬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뒷조사 시리즈’에서의 누가복음의 영역은 그냥 놓아두고 누가복음과 다른 성경까지 좀 더 영역을 넓혀 접근해 독립된 제목으로 나오는 것이 시리즈도 살리고 성경에 나타난 여성관도 더 심도 있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 아쉬움이 있다.

또 하나 이 책의 시각도 참신하고 재미가 있긴 하지만, 성경의 특정한 주제를 바라보며 분석하는 데 있어 저자가 비판하는 기존 교계의 일부 편향적 시각의 전철을 저자도 일부 밟고 있는 듯하다는 점이다.

1990년도 중반 IVP에서 번역 출간된 메리 에반스의 ‘성경적 여성관’은 지금에 비하면 별 것 아닐지 모르지만, 당시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상당히 참신하고 새로움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성경적 여성관이라는 이름 하에 성경에서 말씀하는 그 뜻보다 저자의 목적성과 여성관적 해석이라는 노력이 성경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보다 앞서 나가는 듯한 일부 주장들이 있어서 아쉽고 아슬아슬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어쩌면 반대로 당시 나의 생각과 성경해석의 시각이 편향적이거나 고루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김영화 작가도 약간의 그런 모습이 나타는 듯하다. 저자가 지적하는 한국교회의 여성에 대한 문제를 십분 인정하면서도 그 주장을 위한 성경해석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향유를 부은 여인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일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런 시각은 좀 더 고찰해보아야 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저자가 누가복음에서 바라보고 싶은 시각을 견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이 의도성을 가졌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페미니즘적 시각을 견지 하지 못하거나 남성적 사고를 가진 이들을 모두 비성경적 사고를 가진 듯 보거나 커다란 잘못을 범하는 것처럼 단정하는 듯한 분위기는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 속에 우리들이 놓여 있다는 것을 너무 회피하는 듯 싶다.

물론 이것이 남성주의 시각이 옳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대적 상황에 놓인 우리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설교자나 작가들도 주제에 대한 몰두로 본문보다 작가의 논리나 해석이 앞서는 경우들을 보곤 한다.

기독교 저자나 설교자들은 그 어느 사람들보다 이 싸움에서 자신의 생각을 죽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노력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하나님의 뜻을 더욱 분명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개인적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누가복음을 새롭게 바라보고 또 성경적 여성관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는 좋은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