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교단장회의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 현장. 사진에 보이는 9명 중 가운데 박삼열 목사(예장 합신)만 총회장이다. 나머지는 교단 총무 등.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교회교단장회의(이하 교단장회의)가 1일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에서 법무부의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의 국무회의 통과를 강력히 반대하는 특별기자회견을 개최했다. NAP가 오는 7일 국무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교단장들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는 예장 합신 총회장 박삼열 목사 말고는 그 어떤 교단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1개 교단장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부득이 참석이 어려웠던 교단장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21명 중 1명만 참석했다는 건 그 정도가 심하다.

교단장회의는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는 '성평등' 정책이 포함된 이번 NAP에 심각성을 느껴 지난 7월 30일 아침 서울 모 호텔에서 긴급대책회의까지 열었다고 했다. 이 회의에는 최기학 목사(예장 통합), 이영훈 목사(기하성 여의도순복음), 안희묵 목사(기침) 등이 참석했다. 결국 "회의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까지 NAP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해 왔던 건, 교단장들이 아니었다. 길원평 교수(부산대),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을 비롯한 그야말로 평범한 기독교인들이었다. 그들은 이 더위에 노숙을 하고 1인 시위를 벌였으며, 머리카락을 밀었고 혈서를 썼다. 그렇게 몸부림을 쳐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이제라도 교단장들이 나선다는 소식에 이들은 힘을 얻었을 것이다. 자기들은 몰라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혹시 먹힐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일말의 기대에 교단장들은 찬물을 끼얹었다. 21명 중 단 1명이 온 '교단장 기자회견'을 보고 정부는 무얼 느꼈을까? 나라도 콧방귀를 뀌었을 것이다.

이럴거면 차라리 성명서만 내지, 기자회견은 대체 왜 자청한 건가? 그것도 청와대 앞에서. 누구 보라고.